고려아연 최윤범, '유상증자' 기습 반격…영풍·MBK, 법적 대응 검토

최의종 2024. 10. 30.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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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사 확보할 듯…주가 급락에 민심 이반 가능성도

영풍·MBK 파트너스 연합의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 시도가 진행 중인 가운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유상증자 카드로 반격에 나섰다. 최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는 모습. /서예원 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영풍·MBK 파트너스 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유상증자 카드로 반격에 나섰다. 지분율 우위에 있는 영풍·MBK 연합이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한 상황에서, 백기사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영풍·MBK 연합은 법적 대응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은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소재 본사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일반공모 증자 건을 의결했다. 지난 4~23일 진행한 자사주 공개매수 결과와 영풍·MBK 연합이 요구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 내용도 공유했다.

고려아연은 오는 12월 3~4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약 2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보통주 373만2650주로, 산주 발행가액은 주당 67만원이다. 이 가격은 예상가액으로 확정금액은 일반공모 청약일 전 제3거래일부터 제5거래일까지의 가중산술평균주가(5일전부터 3일전까지의 평균 주가)를 기준 주가로 해 할인율 30%를 적용해 최종 확정된다.

유상증자 규모는 이번에 고려아연이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한 소각 대상 자사주를 제외한 전체 발행주식의 20%에 해당한다.

고려아연은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국가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투자하고 일부는 채무 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채무상환자금 2조3000억원, 시설자금 1350억원, 타법인 취득자금 658억원이다.

고려아연은 지분율 우위에 있는 영풍·MBK 연합에 대응해 백기사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시중 유통 물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새로 발행된 주식 중 20%는 우리사주조합에 먼저 배정할 예정이다. 이는 최 회장 측에 의결권을 몰아줄 백기사 역할을 할 수 있다.

영풍·MBK 연합은 의결권 지분율은 약 43%이지만, 유상증자가 진행되면 낮아지게 된다. 최 회장 측과 우군 베인캐피탈 합산도 약 40%지만 시중 유통 물량이 많아지면 희석된다. 하지만 우리사주 배정 물량을 청약하면 추가로 확보돼 늘어난다. 결국 최 회장 측이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다.

영풍·MBK 연합은 기존 주주를 무시하고 시장 질서를 유린하는 범죄 행위라고 규탄하고 나섰다. 영풍·MBK 연합은 "차입금으로 자사주를 공개매수해 막대한 피해를 주고 일반공모 증자로 메우려는 것은 스스로 배임 행위임을 자백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강성두 영풍 사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새롬 기자

당초 영풍·MBK 연합은 지분율 우위를 기반으로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이사회 구성원을 변화시키고, 집행임원제를 도입해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하고자 했다. 사외이사 12명과 기타비상무이사 강성두 영풍 사장,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 등 총 14명을 선임할 계획이다.

최 회장 측은 유상증자가 성공하면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을 뿐 아니라 공개매수 과정에서 생긴 차입금도 상환할 수 있다.

다만 기습적인 유상증자에 실망한 주주들의 지지를 잃을 가능성도 있다. 유상증자 소식이 알려진 뒤 이날 고려아연 주가는 급락했다. 고려아연은 전일 종가 기준 1주당 154만3000원이었으나, 이날 오후 2시 30분 기준 29.94% 하락한 108만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영풍·MBK 연합은 "사실상 남은 주주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는 것"이라며 "잔존 주주는 주식 가치보다 높은 가액 현금 유출로 손해를 입고 향후 30%나 할인된 가액으로 유상증자가 이뤄지게 돼 주식 가치는 희석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12일부터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에 나선 영풍·MBK 연합은 대응 카드를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공개매수 자체가 현재 유통되고 있는 주식 수를 기준으로 진행됐으나, 유상증자라는 변수가 생긴 셈이다. 경영권 분쟁 장기화도 예상치 못한 변수로 느낄 수 있다.

영풍·MBK 연합이 세 번째 가처분 신청을 낼 가능성이 나온다. 영풍·MBK 연합은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며 "최 회장과 이사진에게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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