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우리를 설레게 했던 그때 그 시절 노래 모음
기억나니?
우리들의 나인틴 나인티나인···?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아니라 앨범을 사서 카세트테이프에 넣고 음악을 들었던 90년대...우리를 설레게 했던 노래들 기억하나요..?
카세트테이프와 함께 타임워프 한 번 해보는 거 어때요?
지금부터 당신은 그 시절 고등학생으로 돌아갑니다.
01.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녀들
I'M YOUR GIRL - S.E.S
나를 믿어주길 바래 함께 있어
Cause I'm your girl Hold me baby(tonight)
너를 닮아가는 내 모습 지켜봐줘
Stay with me last forever
그때는 다 큰 언니 같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저 '갓기'인 그녀들...
대대로 SM의 여자 아이돌들은 남성 팬보다 여성 팬들이 더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요!
'I'm your girl'로 데뷔한 S.E.S는 '너는 내 거란 말이 듣고 싶은' 전형적인 소녀 서사와
완성형의 실력과 비주얼로여성 팬 몰이에 완벽히 성공했습니다.
드디어 하얗고 반짝이는 클린앤클리어가 내 손에 들어왔다.
여기서 포인트는 아무 생각 없는 내가 냅다 가장 밝은 색을 샀다는 것. 세게 쥐면 망가져 버릴 듯 말랑말랑 폭신폭신한 퍼프를 처음 손에 잡았을 때의 감동이란! 훼어니스 로션이 채 스미지도 않은 피부 위에 파우더를 토닥토닥. 까뭇한 피부 위로 파우더 바른 부분만 점점 더 동동 떠올랐지만 일단 얼굴은 환해 보이는 것 같았다!
(추가로 체리색 립밤을 같이 써야 함.)
실제 내 꼴이 어떻게 됐든지, 화장이 뜨든지 말든지··· 무작정 가슴이 뛰었다.
드디어 S.E.S 언니들처럼 환하고 뽀샤시한 피부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그 손바닥만 한 파우더 하나에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다.
02.
새천년 코리안 보이후드
사나이 가는 길(폼생폼사) - 젝스키스
그저 안녕이라 말하고 쓰린 눈물을 삼키며
그녈 두고 돌아섰던 마지막 뒷모습 내가 봐도 멋있었어
폼에 살고 폼에 죽는 나인데
이제와 구차하게 붙잡을 순 없잖아
맨 몸으로 부딪혔던 내 삶에 그까짓 이별쯤은 괜찮아
하얀 풍선을 흔드는 소녀 떼를 보신 적이 있나요?
H.O.T 이후에 데뷔한 후발주자였지만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젝스키스!
특히 사람들이 '폼생폼사'로 많이 알고 있는 이 곡은 사나이의 자존심과 쿨함을
이야기하는 재밌는 가사로 젝스키스를 다양한 연령층에 알렸던 곡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귀여운 가사 아닌가요..?
나, 오늘 담 넘을 거야.
고라니(젝스키스 짱팬, 최애는 은각하)는 우리에게 선언했다. 그 시대의 앨범 문화는 요즘과 달라서, 학교를 마치고 가더라도 나를 위한 몫의 앨범은 항상 남아있었다. 고라니는 단지 2-3시간 더 일찍 오빠들의 음악을 듣겠다고 월담을 결심한 것이다. "이번에 젝키 앨범 꼭 1등으로 살 거야." 식판을 반납하고 우리는 매점으로 가서 당신 매점 시그니처 메뉴였던 땅콩크림샌드랑 사과 맛 음료수 하나를 샀다. 고라니의 점심이었다.
고라니는 숲의 흙과 낙엽 냄새와 함께 돌아와, 이후 수업이 끝날 때까지 남아 있는 시간 내내, 옷 안으로 넣은 이어폰 줄을 머리카락과 귀 뒤에 감춘 채 선생님 몰래 젝스키스의 신곡을 들었다.
03.
넘쳐나는 이별 인구의 스트리밍
Sea of Love
For the moon by the sea
네가 떠난 바닷가에 눈물이 마를 때까지
사랑한다는 건 오직 기다림뿐이었단 걸
난 왜 몰랐을까
플라이 투 더 스카이를 R&B 듀오로 거듭나게 만든 이 노래!
바다에서 연인을 그리워하는 노랫말의 이별 노래지만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와 흥이 나는 리듬으로 이별 노래의 새 지평을 열었습니다!
언제부터 있었어?!
급작스러운 나와 사슴이의 등장에 직업 훈련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던 코알라가 깜짝 놀랐다. 연락하면 그만인데 어쩐지 그날은 깜짝 이벤트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어색함을 까부는 것으로 승화하던 나와 사슴이를 보자 코알라는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또래 친구들보다 일찍 학교를 떠나 시작한 사회생활이 코알라에게는 조금 버거웠었나 보다.
2학년 때처럼 코알라네 집에서 익숙한 떡볶이 냄새가 났다. 되게 오랜만에 뭉친 우리는 늘 해왔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새로 발매된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노래를 함께 듣고, 당연한 루틴처럼 자연스럽게 서로의 키에 따라 파트를 나누고 새로운 타이틀곡인 <Sea of Love>를 연습했다. 너를 그리워하는 이별 노래를 신나게 춤추면서 부르다니. 정말 센세이션이었다.
04.
90년대 힙합계의 센세이션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 드렁큰 타이거
음악 같지 않은 음악들 이젠 모두 다 집어치워 버려야 해
우리가 너희들 모두의 귀를 확실하게 바꿔줄게 기다려
이 노래 모르는 사람 있나요?
'어느 새부터 힙합은 안 멋'지지만 이때의 드렁큰 타이거는 정말 멋졌습니다...
제대로 된 힙합곡이 없던 90년대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힙합을 몰랐던 우리의 귀에 랩을 때려 넣던 곡!
당시 중고등학생들의 심장을 뛰게 했었죠..!
어? 너 요새 이런 것도 들어?
어쩐지 그 순간 귀엽게 '들켰다!'는 기분이 들어버렸다.
"실은 나도······ 이거 사고 싶어."
은근하게 힙며들어 가고 있었던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중략)
참새는 주말 내내 드렁큰 타이거의 음악을 들었다고 했다. 힙합의 기본이라는, 저항 정신이 뿜뿜 올라와서 누구하고도 싸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는 참새가 꽤 귀여웠다. 그리고 참새의 저항 정신을 바로 볼 수 있는 사건이 그날 점심시간에 일어났다.
아. 내일은 맛있는 거 나왔으면 좋겠다,
생각을 하며 멍을 때리고 있던 그때,
내 뒤에 줄을 서 있던 참새가 갑자기 귓가로 훅 찾아 들어왔다. 그러더니,
주는 대로 받아먹는 건
이쯤에서 그만두어야 해
갑자기 내 뒤에 찰진 힙합 비트를 '소근소근' 때려 넣는 것이었다.
까르르대며 둘이서 팔짱 끼고 매점으로 달려가던 그날의 장면.
힙합은, 생각보다 어둡지도, 우울하지도 않았다.
- 본 콘텐츠는 도서 <그럴 때 우린 이 노랠 듣지> 일부를 발췌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