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 이야기 1부(2부는 압권 채널에서…) f.삼프로TV 권순우 취재팀장
#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 위험은 아직 안왔다
건설업체가 건물 짓다가 망하면 어떻게 될까요? 입주자들은 그 집에 들어갈 살 권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건설사가 못 짓겠다고 선언하면 방법이 없는데요. 자기들이 직접 짓든지, 돈 모아서 건설사를 선정해서 지어야 합니다.
건설사는 사무실과 책상, 전화기만 있으면 되니까 망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근데 직원들은 어떻게 할 것이며, 분양 받은 사람들, 철근이나 시멘트 납품 외상으로 한 사람들 등 이런 상황들이 빚잔치가 되는 겁니다.
빚을 못 갚으면 빚쟁이들이 와서 갚으라고 합니다. 담보가 있으면 처분을 하고, 연대보증을 선 사람이 있으면 보증인에게 갚으라고 할 겁니다. 빚쟁이가 한 명이 아니고 두 명이면 남은 재산을 어떻게 나눠 가지는데, 담보대출을 해준 사람은 담보처분을 합니다. 담보 밖에 없다면 신용대출을 해준 빚쟁이는 한 푼도 못 건집니다.
기업은 장사가 안돼서 망하는 게 아니라 빚을 못 갚아서 망합니다. 부동산이 있어도 정해진 날 현금 못 갚으면 망하고, 이른바 흑자 부도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당장 급한 현금만 막아주면 살아날 수 있습니다.
기업회생은 법원이 교통정리를 하는 겁니다. 법원이 법을 근거로 채권자의 권리를 제약하는데요. 나중에 받아라, 나눠서 받아라, 이자 깎아줘라 등 법으로 하는 거라 깔끔합니다.
다만 법원에서 할 때 몇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개선이 되긴 했지만,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돈이 추가로 필요할 때 법원이 돈을 더 넣어줄 수는 없기 때문인데요. 또 법원이 법을 어겨가며 해줄 수는 없습니다.
이럴 때 자율협약이 필요합니다. 민간에서 하는 자율협약은 말 그대로 빚쟁이들이 모여서 이 회사는 단기적인 문제이니 서로 만기에 대출 상환 받겠다고 하면 망합니다. 우리 다 같이 만기 연장하고, 필요하다면 이자를 좀 깎아주는 등 자율적으로 조율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잘 진행되지 않습니다. 모든 빚쟁이들이 100% 동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워크아웃은 채권자의 75%가 동의하면 진행됩니다. 또 금융채권에 대해서만 해당됩니다. 상거래채권은 안 하는데요. 은행은 맷집이 있지만 협력업체는 어음 못 받으면 연쇄 도산을 할 수 있습니다. 같은 채권자이고, 심지어 은행은 담보채권자인데 은행이 손해를 보는 구조입니다. 서울고법에서 워크아웃에 동의하지 않은 25% 채권자가 약속 못 따르겠다고 해서 위헌 소송이 있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워크아웃이 존재를 이어가는 건은행이 손해보고 기업은 살리자는 취지입니다. 기업이 망하면 딸려 있는 식구들이 많습니다. 협력업체, 직원 등건설업체의 경우에 분양 받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실 한국은 금융권에 대해 ‘너 돈 많으니 좀 손해봐라’하는 인식이 있습니다. 금융권 손실은 사회적 손실입니다.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가 이뤄지는 전형적인 공간이 기업 구조조정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게 된 방아쇠는 성수동 오피스2 사업장 때문입니다. 480억원 대출 만기일이 18일이었는데, 못 갚는다고 법정관리를 가게 되면 앞서 설명한대로 줄줄이 문제가 생깁니다. 국회를 통과한 기촉법이 26일부터 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에 10일 연장을 한 뒤 만기인 28일에 워크아웃을 신청했습니다.
기촉법이 지난 10월에 일몰이 됐었는데, 돌연 재입법이 추진돼 부활했습니다. 워크아웃을 신청할 수 있는 날짜가 26일인데, 태영건설의 운명의 날은 18일이었습니다. 그걸 굳이 열흘 연장을 하고, 26일에 시행이 되니 28일에 워크아웃을 신청한 겁니다.
뭔가 잘 맞춰진 느낌이 들지 않나요? 태영건설은 1973년 윤세영 회장이 설립했습니다. 1기 신도시 조성 사업에 참여해 돈을 많이 벌었고, 그 돈으로 1990년 국내 첫 민영방송 사업자로 선정돼 SBS를 설립했습니다. 화학물질, 곡식 등의 창고를 운영하는 태영인더스트리, 폐기물처리 업체 에코비트, 골프장 사업을 하는 블루원 등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습니다.
TY홀딩스가 태영건설을 살리는 것에 대한 강한 의지가 없는데요. 의지는 돈으로 하는 겁니다. 특히 논란이 됐던 건 상거래채권입니다. 협력업체 줘야 할 돈은 태영건설이 알아서 해결하라고 했습니다.
음모론이긴 하지만, 가망이 잘 안보는 태영건설에 올인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지켜야 할 건 TY고, SBS입니다. 태영건설은 갈 때 가더라도 생색만 내고 싶은 건데요. 채권자들이 태영건설의 의지를 의심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습니다. 태영인더스트리를 매각을 해서 2000억 정도가 생겼습니다. 채권단은 태영건설을 지원하라고 했습니다. 1500억 정도를 태영건설 지원하는데 합의를 했고, TY가 보증한 PF 채무 500억을 갚은 것으로 한국경제 보도가 나왔습니다.
TY홀딩스가 태영건설 정상화를 포기하고 법정관리를 선언할 수 있다는 우려가 채권단에서 제기됩니다. 일명 '꼬리자르기'로, 알짜 계열사인 SBS만 남기는 방식입니다. TY홀딩스가 태영건설에 1000억원 규모의 채무보증을 안고 있는데, 태영건설에 대여한 4000억원과 상계하면 연결고리도 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자구안이 계열사 매각 정도 수준이라면 '공수표'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며 "태영건설이 아니라 TY홀딩스와 오너 일가가 직접 나서서 자구안을 내놓아야 채권단을 설득할 수 있다. 그래야 워크아웃 개시가 가능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날 오후 3시 산업은행 본점에서 채권단 400여곳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 예정입니다.
2부 뒷이야기는 '압권' 라이브 영상에서 확인해 주세요.
https://youtube.com/live/_l96HX-Ncz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