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향유고래 배에서 150㎏ 쓰레기 와르르... 어망·밧줄·장갑까지

박선민 기자 2022. 11. 24.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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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노바스코샤주 해변에서 발견된 향유고래. 배 속에 150㎏에 달하는 쓰레기가 들어 있었다. /해양동물대응협회(MARS) 페이스북

캐나다의 한 해변에서 발견된 향유고래 배 속에서 쓰레기 150㎏이 나와 지역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23일(현지 시각) 캐나다 방송 CTV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노바스코샤주 해변에서 길이 14m, 몸무게 28톤에 달하는 수컷 향유고래가 간신히 숨이 붙어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당국이 구조에 나섰지만, 향유고래는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부검 결과, 사인은 배 속에 가득 찬 쓰레기 때문이었다. 향유고래 배 속에서는 어망, 로프, 장갑 등 인간이 버린 다양한 해양 쓰레기 150㎏이 나왔다.

통상 다 자란 향유고래의 몸무게는 35~45톤에 달한다. 하지만 이 향유고래는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해 몸무게가 30톤을 넘지 못했다. 먹이가 들어가야 할 공간에 쓰레기만이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해양동물대응협회(MARS)는 “향유고래는 입을 벌리고 진공청소기처럼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먹는다”며 “이 때문에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고래 배 속에 가득 찼고, 결국 굶어 죽게 됐다”고 했다. 이어 “이 향유고래의 죽음은 바다를 오염시키는 쓰레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완벽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지난 3일 노바스코샤주 해변에서 발견된 향유고래 배 속에서 나온 쓰레기 중 일부. /해양동물대응협회(MARS) 페이스북

인간이 바다에 버린 쓰레기로 인해 향유고래가 죽음에 이르게 된 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에는 영국 스코틀랜드 시일리보스트 해변에서 발견된 향유고래 사체 배 속에서 100㎏에 달하는 그물, 비닐봉지, 밧줄, 일회용 컵 등이 발견됐다. 2018년에는 인도네시아 와카토비 국립공원 해변에서 슬리퍼, 일회용 컵, 비닐봉지 등 각종 플라스틱 쓰레기를 삼킨 향유고래 사체가 발견됐던 바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매년 800만톤 이상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이 가운데, 15~31%가 1㎛(마이크로미터)~5㎜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미세플라스틱은 썩지 않기 때문에 해양생물이 먹었을 경우 몸 안에 축적되어 생명에 큰 위협을 끼친다. 2025년에는 바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현재의 2배에 달하는 수준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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