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폭락하는 노도강, 30년 넘는 아파트 주인만 미소짓는 이유

재건축 규제 완화 이후 시장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가 완화되면서 서울 아파트 재건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안전진단에서 고배를 마시고 재건축 사업을 사실상 중단했거나, 탈락이 우려돼 안전진단을 무기한 연기해온 단지들이 앞다퉈 안전진단 신청에 나서고 있다. 재건축 시장 동향을 점검했다.

/더비비드

재건축 안전진단은 예비안전진단과 1차 정밀안전진단, 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 순으로 진행된다. 이걸 통과해야 정비구역 지정이 되고 조합 설립을 할 수 있다.

안전진단에서 가장 통과하기 까다로운 게 ‘구조안전성’인데 평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0%에 달했다. 이에 따라 적정성 검토 단계에서 최종 탈락하는 단지가 많았다. 적정성 검토에서 탈락하면 예비안전진단 단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하고도 일부러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하지 않고 버티는 노후 단지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구조안전성 평가 비율을 50%에서 30%로 낮추고, 재건축 통과 커트라인도 주민 측에 유리하게 바꿨다. 여기에 2차 정밀진단인 ‘적정성 검토’는 지자체가 요청하는 경우에만 받도록 해 1차 정밀안전진단만 통과하면 재건축이 가능해졌다. 재건축 문턱이 크게 낮아진 것이다.

이후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하는 단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 ‘월계시영(미성·미륭·삼호3차)’ 아파트가 대표적이다. 이 아파트는 지난 달 노원구청에 재건축을 위한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했다. 이른바 ‘미미삼’으로 불리는 이 단지는 총 32동, 3930가구 규모로 강북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힌다. 1986년 준공돼 재건축 가능 연한인 30년을 훌쩍 넘어 이미 예비안전진단은 통과했지만, 정밀안전진단 통과가 불확실해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했다.

/더비비드

그러다 이번에 정부가 규제 완화를 발표하자마자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했다. 노원구에 재건축 추진 단지가 많아 우선순위를 선점하기 위해 바로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역시 지난해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3단지’와 서초구 서초동 ‘현대아파트’도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했다. 월계시영과 붙어있는 노원구 월계동 ‘삼호4차’도 정밀안전진단 신청을 위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모금을 진행 중이다.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선회한 성동구 응봉동 ‘대림1차’ 도 주민들에게 정밀안전진단 신청 동의서를 걷고 있다.

적정성 검토에서 탈락해 재건축이 좌절됐던 단지들도 재도전에 나서고 있다. 강동구 명일동 ‘고덕주공9단지’는 최근 강동구청에 예비안전진단을 다시 신청했다. 이 단지는 작년 6월 안전진단 적정성 검토에서 탈락했다. 2020년 적정성 검토에서 탈락한 양천구 신정동 ‘목동신시가지9단지’도 예비안전진단 신청을 위해 주민 동의서를 걷기 시작했다.

/더비비드

안전진단을 통과하는 단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양천구는 최근 목동 신시가지 3·5·7·10·12·14단지와 신월시영아파트 등 7개 단지에 대해 안전진단 통과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 서초구 ‘반포미도2차’와 노원구 ‘상계주공6단지’도 바뀐 기준에 따라 안전 진단을 최종 통과했다.

안전진단 신청에 나서거나 통과하는 노후 단지들이 늘면서 초기 단계 재건축 사업 추진 속도에는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실제 공사가 이뤄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금리 인상으로 사업비 조달이 쉽지 않은 데다 미분양이 급증해 흥행을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남아있는 게 변수다. 재건축으로 상승한 집값 일부를 재건축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집주인들은 당연히 제도 완화를 바라지만, 정부는 역풍이 불까 우려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정부가 어느 선까지 규제를 풀어줄지가 관건인데, 당장 바램대로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영지 에디터

Copyright © 더 비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