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선물한 배준호·오현규·오세훈, 홍명보도 살렸다 [박순규의 '창']
논란을 딛고 3연승을 기록한 홍명보 감독의 지도력 '재평가'
'젊은 피' 배준호 오현규 오세훈의 탄생, 한국 축구 미래 밝혀
[더팩트 | 박순규 기자]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B조 경기 일정의 최대 난관으로 예상되었던 10월 A매치 2연전에서 연승을 거두며 조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특히, '캡틴' 손흥민의 부재 속에서 젊은 선수들을 과감하게 기용하며 결과를 끌어냄으로써 대표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은 더욱 주목할 만하다.
홍명보 감독의 선임 과정은 많은 논란을 야기했지만, 그는 짧은 기간 안에 팀을 하나로 묶고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며 선두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 요르단 이라크를 연파하며 지도력을 증명했다. 한국 대표팀의 감독 후보로 물망에 오른 이라크의 헤수스 카사스 감독과의 '지략 대결'에서도 승리함은 물론 3경기 연속 교체멤버 득점이라는 놀라운 교체 멤버 적중 용병술을 보여주었다.
이는 단순한 운이 아닌, 경기 흐름을 잘 파악하고 선수들의 기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술과 선수 관리 능력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던 결과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된 손흥민은 물론 '플랜 B'로 가동한 황희찬 엄지성마저 요르단전 도중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가운데 위기를 기회로 만든 용병술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용병술도 경기장에서 이를 실행할 선수가 따라주지 못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번 2연전에서 가장 돋보였던 선수는 단연 배준호(21·스토크시티)와 오현규(23·헹크), 오세훈(25·마치다 젤비아)이다. 이들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기량과 투지를 보여주며 대표팀의 주축 선수로 자리매김하며 홍명보호를 살렸다. 특히 배준호의 성장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밝게 했다는 점에서 더욱 팬들을 기쁘게 했다.
한국 축구의 '절대 지존' 손흥민(32·토트넘)의 은퇴 이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서 두각을 나타낸 윙어 배준호의 등장은 가뭄 끝의 단비처럼 기쁨을 주기에 충분했다. 대표팀에서 가장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경기 흐름을 끊지 않고 연결하는 능력과 상대 뒷공간을 노리는 직선 드리블, 공격 2선에서의 적극적 수비력 등은 홍명보호의 연승 행진에 밑거름이 됐다.
실제로 배준호는 요르단 원정경기에서 후반 교체 멤버로 투입돼 오현규의 추가골을 어시스트한 데 이어 15일 이라크와 용인 홈경기에 선발 출전해 전반 41분 오세훈을 선제골을 돕는 등 2어시스트로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촘촘한 상대 수비 사이로 볼을 연계하는 능력이 빛났다. 손흥민 이강인의 플레이와는 조금 다른, 화려하지는 않지만 은은하게 빛나는 박지성과 비숫한 편이다. 하지만 미드필더이면서 포워드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는 점에서 또 박지성과는 다른 유형으로 꼽힌다.
넓은 활동 범위를 바탕으로 공수 양면에서 팀에 기여한 배준호는 엄지성 이강인과 함께 한국 축구 공격 2선의 한 축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홍명보호의 3연승도 의미가 있지만 배준호의 발견은 한국 축구의 큰 소득으로 꼽을 만하다. 앞으로 그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더욱 기대된다.
포워드 오현규와 오세훈의 활약 역시 눈여겨 볼 대목이다. 사실 홍명보호에서 가장 주목했던 부분은 손흥민의 부재를 누가 대체할 것이냐, 센터백 김민재의 파트너로 누가 낙점될 것인지, 또 황의조 조규성이 전열에서 이탈한 포워드에 누가 기용될 것인지에 모아졌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손흥민의 부재는 배준호가 훌륭히 메워줬고, 김민재의 파트너로는 조유민이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포워드 부문에서도 오현규와 오세훈은 나란히 득점포를 가동하며 한국 축구의 결정력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 오현규는 상대 수비수들의 압박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정확한 슛을 통해 골을 성공시키는 탁월한 골 결정력으로 2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오세훈은 장신의 피지컬을 이용한 제공권으로 상대 수비수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며 페널티 박스 안에서의 위치 선정과 탁월한 골 감각을 드러냈다.
이라크와 홈경기 전반 41분 선제골은 이 같은 오세훈의 강점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촘촘한 수비수 사이로 넣어준 배준호의 패스를 방향만 바꾸는 왼발 슛으로 골문을 갈랐다. 헤더 뿐만 아니라 발을 이용한 득점력으로 상대 수비를 혼란스럽게 만들며 예측 불가능한 공격력을 보여준다.
홍명보 감독 또한 이를 잘 파악하고 이라크전에 스타팅 멤버로 기용하며 선제골은 물론, 상대 수비수들을 지치게 만드는 당초 목표까지 성공적으로 끌어냈다. 사실 이라크전 원톱은 요르단전에서 골을 기록한 오현규로 예상한 사람들이 많았으나 홍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일단 이강인과 호흡이 잘맞는 오세훈을 통해 상대 수비수들의 힘을 빼놓은 뒤 후반 오현규로 득점을 노리는 전략으로 차이를 만들었다.
오현규와 오세훈은 압박감이 큰 무대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모습으로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서로 다른 스타일의 플레이를 펼치는 유형이란 점도 한국 축구의 강점으로 꼽힌다. 상대와 경기 흐름에 따라 다양한 전술과 전략을 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들의 활약은 단순히 현재의 대표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을 넘어, 한국 축구의 미래를 밝게 하는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은 한국 축구의 저변 확대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월드컵 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홍명보 감독 또한 실력으로 논란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남은 6경기를 보다 편안하게 치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축구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배준호와 오현규, 오세훈이 또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하며, 한국 축구의 밝은 미래를 응원한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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