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도 코로나 테스트기 부족할때… “트럼프, 푸틴에 몰래 보냈다”
푸틴 “美 국민들 화낸다…테스트기 받은 것 알리지 말았으면”
“사람들이 내가 아니라 당신에게 화를 낼 겁니다. 그러니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세계를 휩쓴 2020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에게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가 푸틴에게 극비리에 코로나 진단 키트를 보낸 후 감사 인사 겸 한 말이었다. 당시 미국에서도 코로나 확산이 통제되지 않아 사망자가 불어나고 진단 키트 부족으로 큰 혼란이 일었는데, 트럼프가 그 와중에 푸틴에게 몰래 ‘선물’을 보낸 것이다. 미 정계의 이런 비화(秘話)를 담은 미국의 베테랑 기자 밥 우드워드(81)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의 신간 ‘전쟁(War)’이 미 대선 20일 전인 오는 15일 나온다. WP는 책에 담긴 주요 내용 중 일부를 8일 공개했다.
우드워드는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사임의 도화선이 된 불법 도청 사건인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의 주역이다. 그는 자신에게 특종 기자의 명성을 안긴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에도 대통령 열 명을 직접 인터뷰하는 등 권력 최고층을 겨냥한 심층 취재를 이어갔다. 그의 취재 내용은 그간 책 23권으로 만들어졌고 출판될 때마다 베스트셀러가 됐다. 81세에도 끊임없이 취재하고 책을 위해 글을 쓰는 우드워드에게는 ‘대통령의 사가(史家)’라는 별칭이 붙었다. 공화당의 트럼프가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박빙의 승부를 벌이는 미 대선을 앞두고 나올 그의 책에 큰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WP에 따르면 트럼프는 미국 내 코로나 팬데믹 위기 상황에도 푸틴의 건강을 염려해 코로나 키트를 몰래 보냈다. 푸틴은 혹여나 ‘마음 씀씀이’로 인해 트럼프가 곤경에 처할까 싶어 함구를 권고했다. 둘 사이에 교감과 배려가 남달랐음을 시사한다. 트럼프는 앞서 2016년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맞붙은 대선에서 승리하는 과정에 러시아 측의 은밀한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에 휘말린 바 있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 자유 진영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가운데 다시 부각된 트럼프·푸틴의 친소 관계가 트럼프에겐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우드워드는 책에서 트럼프 측근의 발언을 인용해 “트럼프가 퇴임 이후에도 푸틴과 최소 일곱 차례 통화를 하고 친분을 유지해왔다”고 전했다. 올해 초에도 트럼프는 보좌관에게 플로리다 마러라고 별장 사무실에서 푸틴과 사적인 통화를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우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실제로 트럼프는 이번 대선 국면에서도 푸틴과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24시간 내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공언 중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런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러시아가 이미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내주고 휴전을 성사시키려는 해법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한다. 이런 트럼프를 두고 우드워드는 책에 “트럼프는 (워터게이트의) 닉슨 전 대통령보다 더 나쁘다. 그는 미국 역사상 가장 무모하고 충동적인 대통령이었으며 2024년 대선 후보로서도 똑같은 성격을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책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2021년) 뒤 벌어진 일도 다루고 있다. 특히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기습으로 촉발된 중동 전쟁 등과 관련한 바이든의 여과 없는 발언이 적나라하게 소개됐다. 우드워드는 “바이든이 푸틴과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겨냥해 욕설을 써가면서 비난했다”고 전하며 구체적 사례도 전했다. 예를 들어 올해 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격화되자 바이든은 참모들에게 네타냐후에 대해 “이런 후레자식, 나쁜 놈, 빌어먹을 나쁜 놈!”이라고 소리쳤다고 우드워드는 책에 전했다. 바이든은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 지상군을 투입하겠다고 이야기하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비비(네타냐후의 애칭), 당신은 전략이 없소!”라고 외쳤다고도 전했다. 바이든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에 대해선 “빌어먹을 푸틴”이라고 소리치면서 “그(푸틴)는 악하다. 우리는 악의 상징에 대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한다.
책의 주요 내용이 WP에 소개된 뒤 트럼프 선거 캠프의 스티브 청 대변인은 “우드워드의 이런 허구 이야기에는 사실이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다”며 “트럼프는 (우드워드의 책 출간을 위해) 취재 접근 허락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서점의 할인품 상자에 들어가거나 화장지로 사용해야 할 수준”이라고 비난했다.
우드워드는 트럼프와 대선에서 겨루는 해리스에 대한 쓴소리도 빠트리지 않았다. 바이든의 부통령이면서도 특히 외교 정책 등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스라엘 외교관들은 해리스가 아무런 영향력이 없는 것처럼 느꼈다고 했다”고 썼다. 지난 7월 바이든이 고령 논란으로 재선을 포기하기 직전에 백악관 내부의 긴박했던 분위기 또한 책엔 담겼다. 당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트럼프와 저녁 식사를 하면서 “대통령님, 모든 사람의 유산은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대통령께서 계속 재선 캠페인을 하다가 트럼프에게 진다면 그것이 대통령님의 유산이 될 겁니다”라고 사퇴를 에둘러 권고했다고 한다. 블링컨은 바이든이 그의 조언에 보인 반응을 토대로, 바이든이 재선을 포기하지 않으리라고 판단했는데, 며칠 후 결국 바이든은 후보 사퇴를 발표했다. 바이든의 ‘결단’이 그만큼 급박하게 이뤄졌음을 시사한다.
☞밥 우드워드와 워터게이트
1972년 6월 미국 워싱턴 DC 워터게이트 건물에 입주한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에 침입한 괴한 5명이 체포됐다. 처음에는 단순 절도로 알려졌지만 불법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됐으며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이 깊이 개입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면서 정치 스캔들로 비화했다. 닉슨과 측근들은 사건 은폐와 수사 방해를 시도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 신입 기자였던 밥 우드워드와 선배 칼 번스틴의 연속 특종 보도를 통해 진실이 드러났고, 닉슨은 결국 1974년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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