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AI기업 투자포인트는 '기술보다 서비스'" [넘버스]
최근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이들 기업이 벤처캐피털(VC)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려면 자체 데이터 수집 및 활용 능력을 키우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을 비롯해 AI 산업을 주도하는 국가와 국내 기업은 투자 규모와 기술력 면에서 차이가 커 서비스를 차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남기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대표는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넥스트라이즈(NextRise) 2024 서울' 행사에서 ‘벤처캐피털의 과거, 현재, 미래’라는 주제로 진행된 토론 세션에 참석해 “AI를 가지고 인프라 소프트웨어와 반도체를 만드는 등 알고리즘 수준에서 움직이는 곳을 제외하면 AI 기술을 주요 투자 심사 요소로 보지 않는다”며 “고유의 데이터를 축적해 본인들의 도메인과 서비스에서 얼마나 잘 적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희경 카익투벤처스 대표가 좌장을 맡은 이날 토론에는 맹두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사장과 정근호 스틱벤처스 대표도 참여했다. 이들 역시 AI 자체의 기술력보다 오픈소스를 들여와 서비스에 적용하고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지를 따져본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예를 들어, 심전도 관련 데이터는 외부로 노출되기 어려운데 이를 AI를 통해 축적하고 심근경색 가능성까지 추정할 수 있는 기업이 있다면 투자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VC 3곳 모두 AI 관련 기업 투자에 대해 언급한 것은 최근 관련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투자 유치에 나선 기업이 늘었기 때문이다. 남 대표는 “요즘 기업설명회(IR)를 하는 곳들은 모두 AI 관련 기업”이라며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는 1년에 40~50곳을 대상으로 1500억원의 투자를 집행하는데 최근 90%가 AI 기업이었다”고 밝혔다. 맹 사장도 “미국 VC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전체 투자의 75%가 AI 관련 회사에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AI가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키워드로 부상했지만 기업은 어떤 서비스를 내놓아야 차별화가 될 지, VC는 수많은 기업 중 어디에 투자해야 리스크를 덜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다만 미국 빅테크 기업에 비하면 기술력과 투자 규모에서 격차가 심해 국내 기업이 AI 기술을 내세우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맹 사장은 “챗GPT가 업그레이드를 반복하다 보면 나중에는 여기에 탑재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비용만 100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며 “AI 기술에 100조원을 쓸 수 있는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한두 곳 정도이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기업은 이를 활용해 어떤 서비스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비스 외에 AI가 결합되는 기기나 로봇 기술에도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 대표는 “스마트폰과 로봇 등 디바이스가 AI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여기에 적용되는 반도체나 소재부품 역시 꾸준한 수요가 있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