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당 ‘버지니아·뉴저지 주지사, 뉴욕 시장’ 싹쓸이... 트럼프 국정운영 “급제동”
‘트럼프의 남자들’ 줄줄이 낙선
“안정 대신 격변에 베팅... 미래 권력 구도 변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국정 운영 ‘풍향계’로 불린 주요 지방선거가 4일(현지시각) 민주당의 ‘싹쓸이’ 승리로 끝났다. 민주당은 격전지였던 버지니아와 뉴저지에서 주지사직을 확보했다. 미국 최대 도시 뉴욕시에서는 시장직까지 차지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강력한 ‘견제’ 심리가 작동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가장 큰 이변은 버지니아에서 나왔다. AP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애비게일 스팬버거(46) 전 연방 하원의원은 공화당의 윈섬 얼-시어스 현 부지사를 누르고 당선됐다. 버지니아 역사상 첫 여성 주지사다.
스팬버거 당선인은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중앙정보국(CIA) 요원 출신으로, 3선 하원의원을 지냈다. 민주당 내에서는 중도파로 분류된다. 스팬버거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 관세 정책과 연방 일자리 축소가 버지니아 주민 생계를 위협한다고 비판하며 선거 기간 내내 생계 문제에 집중했다.
반면 공화당 얼-시어스 후보는 이민, 학교 내 트랜스젠더 정책 등 ‘문화 전쟁’에 매달렸다. 유권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불만을 실생활 문제 해결을 약속한 민주당 후보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표출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자금력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스팬버거 캠프는 10월 23일까지 6560만 달러를 모았지만, 얼-시어스 캠프는 이 절반 수준인 3550만 달러에 그쳤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공화당 성향 유권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적 규범을 깨뜨리는 것을 보고 공화당에 등을 돌렸다”고 했다. AP 유권자 여론조사(AP Voter Poll)에 따르면 스팬버거는 여성 유권자층에서 20%포인트 이상 앞섰다.

민주당은 버지니아에서 부지사(가잘라 하시미)와 법무장관(제이 존스)직까지 모두 휩쓸었다. 하시미는 미국 주정부 선출직에 당선된 첫 무슬림 여성이다. 존스는 버지니아 첫 아프리카계 법무장관이다.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 마이키 셰릴 연방 하원의원이 공화당 잭 치타렐리 후보를 꺾었다. 셰릴 당선인 역시 여성 해군 헬기 조종사 출신으로, 중위로 군을 예편했다. 민주당 내에서 대표적인 중도 성향 정치인이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두 사람이 이전 바이든 행정부와 거리를 두고 중도파로 자리매김하면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스팬버거는 바이든 임기 중 민주당이 내놓은 이념 중심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던 인물이다. 셰릴 역시 민주당 진보 정책을 대변하는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과 공개적으로 수차례 충돌한 경험이 있다.

버지니아와 뉴저지가 중도를 택했다면, 미국 자본주의 심장에 해당하는 뉴욕은 정반대로 ‘진보 돌풍’을 현실화했다. ‘민주적 사회주의자’라 자칭하는 조란 맘다니(34) 뉴욕주 의원이 무소속 앤드루 쿠오모 전 주지사와 공화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맘다니는 뉴욕 최초 무슬림 시장이자, 100년 만에 가장 젊은 뉴욕 시장이 됐다. 폭스 등에 따르면 이번 뉴욕 시장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주목한 핵심 쟁점은 생활비(Affordability)였다.
맘다니는 선거 내내 “뉴욕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는 단 하나의 메시지에 집중했다. 구체적으로는 무상 보육, 무상 버스, 시립 식료품점 운영 등 파격적인 공약을 내걸었다.
2위 주자였던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 주지사는 풍부한 행정 경험을 내세우며 재기를 노렸다. 그는 “뉴욕은 힘들다. 현장 교육이 필요한 후보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경험이 일천하고 젊은 맘다니를 공격했다. 하지만 맘다니는 경험 부족을 오히려 기득권 타파 상징으로 내세웠다.
결과는 맘다니 완승이었다. 4일 개표 91%를 마친 가운데 맘다니는 과반이 넘는 50.4%(약 103만 표)를 얻어 41.6%(약 85만 표)를 얻은 쿠오모를 9%포인트 가까이 앞섰다. 이번 선거 투표율은 5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치 평론지 더 힐(The Hill)은 맘다니 승리 요인으로 “생활비가 모든 것을 이겼다”고 분석하며 “그는 폭스뉴스에도 광고를 내보내는 등 전통적인 캠페인 방식을 파괴하고 ‘모든 곳에 존재’하는 전략을 썼다”고 평가했다.
진보 진영의 거물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지지율 1%에서 시작한 맘다니가 현대 미국 정치사에서 가장 위대한 이변 중 하나를 이뤄냈다”고 극찬했다.

캘리포니아는 인물 대신 제도를 통한 파괴적 혁신을 선택했다. 이날 캘리포니아에서는 ‘주민발의안 50 (Prop 50)’ 법안이 통과됐다.
이 법안은 쉽게 말해 ‘맞불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이다. 게리맨더링이란 특정 정당에 유리하게 선거구를 획정하는 것을 말한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 압력으로 텍사스 등 공화당 우세 주(州)가 노골적인 게리맨더링으로 공화당에 5석을 더 안겨주려 하자, 캘리포니아 선거구 지도를 민주당에 유리하게 다시 그려 최대 5개의 공화당 의석을 빼앗아 오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Prop 50은 이를 위해 기존 ‘독립 선거구 획정위원회’에 주어진 권한을 일시 중지시키고, 민주당이 장악한 주의회가 직접 지도를 그리게 하는 조치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찬성론자들은 이 조치가 “공화당이 선거를 조작하려는 상황에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필수적”이라고 했다. 뉴섬 주지사는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게임의 규칙이 바뀌었다. 지금의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는 강경 입장을 밝혔다.
반면 공화당 소속 아놀드 슈워제네거 전 주지사 등 반대론자들은 “유권자로부터 권력을 빼앗는 민주당의 일방적인 권력 장악”이라고 했다. 공화당 케빈 카일리 하원의원도 “불에 불로 맞서 싸우면 모든 것이 불타버린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유권자들은 공화당 공세에 맞불을 놓는 안을 선택했다.

이번 선거는 단순한 지역 선거가 아니었다. 2026년 중간선거를 1년 앞둔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민심을 가늠할 바로미터로 여겨졌다. 폴리티코는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민주당 내부에서 거대한 변화가 일고 있다고 했다.
이번에 승리한 스팬버거와 셰릴, 맘다니, 뉴섬은 모두 민주당에서 새 얼굴에 가깝다. 트럼프 이전 집권했던 ‘바이든 시기 민주당원’이 아니다. 버지니아 주지사 당선인 스팬버거와 뉴저지 주지사 당선인 셰릴은 바이든이나 펠로시와 거리를 두는 중도 비판자 모습으로 승리했다. 뉴욕시장 당선인 맘다니는 이념적 급진주의자 정체성을 앞세워 승리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뉴섬은 공화당과 싸우는 절차적 급진주의자이자 당파적 투사 성향을 내세웠다.
더 힐은 “민주당은 미국 교외 중산층에게 중도 실용 노선 정책을, 도시 진보층에게 파괴적 혁신을 약속했다”며 “완전히 분열된 두 개의 전략이 아이러니하게도 ‘싹쓸이 승리’라는 하나의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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