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순례길,
조선의 카타콤바를 걷다
충남 당진 버그내순례길,
천주교의 뿌리를 따라 걷는 힐링의 여정

조용한 여름날, 초록빛 풍경을 따라 걷다 보면 문득 마음이 차분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충남 당진의 버그내순례길은 그런 길입니다. 믿음을 따라 걸었던 순례자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자연과 역사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길이죠.
천주교의 역사가 숨 쉬는 땅, 신리성지

당진 고대 손 씨 가문의 후손들이 간척한 이곳은 조선 후기 천주교가 뿌리내린 대표적인 교우촌이었습니다. 특히 성 다블뤼 주교가 머물며 활동했던 곳으로 유명한데요. 삽교천 수계를 통해 비밀리에 외국 선교사들과 소통할 수 있었기에, **‘조선의 카타콤바’**라 불릴 만큼 중요한 장소였습니다. 신리성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다섯 분의 순교 성인을 기리는 작은 경당들입니다. 성 다블뤼 주교, 성 오 매트르 신부, 성 황석두 루카, 성 손자선 토마스, 성 위앵 신부의 흔적이 남은 공간은 그 자체로 성스러운 기운을 느끼게 하죠.
600년 역사 간직한 집, 다블뤼 주교관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성 손자선 토마스의 생가이자, 성 다블뤼 주교의 주교관으로 사용된 고택입니다. 이곳은 병인박해로 파괴됐다가 지역 교우들의 노력으로 복원되어, 충남 기념물로도 지정된 귀중한 유산입니다. 성당도, 방도 아닌 이 집에서 성 다블뤼 주교는 순교자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한글로 번역된 천주교 서적을 남겼습니다.
순교의 역사를 만나는 예술공간, 순교미술관

신리성지 안에는 특별한 전시 공간도 있습니다. 서울대 이종상 화백이 3년에 걸쳐 그려낸 순교기록화가 전시된 순교미술관에서는, 믿음을 지킨 이들의 얼굴과 마음을 마주하게 됩니다. 계단 위로 올라가면 전망대가 나오는데요,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거덜 마을과 평야 풍경은 말로 다할 수 없는 감동을 줍니다.
무명의 순교자, 그리고 숨겨진 역사

신리성지에서 약 1.8km 떨어진 곳에는 무명 순교자의 묘가 있습니다. 개발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된 46기의 무연고 묘에는, 모두 목이 없는 시신과 묵주가 함께 나왔습니다. 천주 신앙을 지키다 이름 없이 순교한 이들의 흔적은 지금도 이곳에서 조용히 기억되고 있습니다.
한국형 산티아고길, 버그내순례길

이 모든 유산을 잇는 길이 바로 버그내순례길입니다. 솔뫼성지에서 시작해 신리성지까지 이어지는 13.3km 코스, 약 4시간의 도보 순례는 천천히 걸으며 마음을 돌아보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이 길에는 스탬프 투어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되고 있어, 10개의 주요 순례지마다 도장을 찍는 재미도 있습니다. 완주 후에는 기념품도 받을 수 있어, 가족단위나 단체 순례객들에게도 인기가 높습니다.
버그내순례길,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조용히 걷는 힐링 여행을 원하시는 분
천주교 순례나 종교문화에 관심 있는 중장년층
역사적 장소를 따라 걷는 테마여행을 좋아하시는 분
자녀와 함께 체험학습 겸 나들이하실 분
여행 정보

주소: 충남 당진시 우강면 솔뫼로 132 (솔뫼성지)
길이: 총 13.3km / 편도 약 4시간 소요
주요 코스: 솔뫼성지 – 합덕제 – 합덕성당 – 무명순교자의 묘 – 신리성지
문의: 041-350-4931~3
운영: 연중 상시 개방 / 스탬프 투어 책자 현장 수령 가능
주차: 각 순례지 인근 주차장 이용 가능
마무리하며
버그내순례길은 단지 종교적 의미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신앙, 역사, 자연, 치유가 어우러진 길. 걷는 동안 마음도 함께 정화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누구에게나 열린 길입니다.
한 번 걸어보시면 왜 이곳을 **‘한국형 산티아고’**라 부르는지 직접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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