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향에 다녀오면 며칠씩 마음이 가라앉는 적, 있으시죠? 반가운데 어쩐지 서글픕니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왔던 길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 마음의 정체를 세 가지로 알려드립니다.

1. 기억은 장소에 붙어 있습니다
같은 이야기도 그 자리에 서면 훨씬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기억은 머릿속이 아니라 공간과 함께 저장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향의 골목 하나가 수십 년 전 하루를 통째로 불러옵니다. 잊었다고 생각한 것들이 사라진 게 아니라 그곳에 남아 있었던 겁니다.

2. 부모를 이해하게 되는 나이가 옵니다
내가 그때 부모의 나이가 되고 나서야 왜 그렇게 사셨는지가 보입니다. 원망이 이해로 바뀌는 순간, 마음이 이상해지는 것입니다. 이 감정은 슬픔이 아니라 화해에 가깝습니다. 성묘든 옛집이든 한 번 다녀오는 것이 마음 정리에 도움이 됩니다.

3. 남길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압니다
고향의 지명과 옛 풍경은 자식들이 결코 모를 이야기입니다. 그것을 아는 사람이 이제 나뿐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그러니 다음에 갈 때는 사진 몇 장을 찍고 짧게 적어 두세요. 나중에 그것이 우리 집안의 유일한 기록이 됩니다.
그럼 무엇부터 해볼까요?
굳이 멀리 다녀오실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은 하나만 하세요. 어릴 적 살던 동네 이름과 기억 하나를 종이에 적어보기. 그거면 충분합니다.
오늘 적은 한 줄이 10년 뒤 손주가 읽을 우리 집의 첫 문장이 됩니다.
출처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Copyright © 책뭉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