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시야비야] 용산의 무의식적 무지

은현탁 기자 2024. 11. 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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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유명한 베이스 기타리스트 앤서니 웰링턴은 악기를 다루고 마스터하는 과정을 4단계로 나눠 말했다.

1단계는 자신이 모르는지도 모르고 마냥 즐거워하는 무의식적 무지, 2단계는 부족한 걸 알고 연습해야 하는 의식적 무지, 3단계는 음악적 지식이 있지만 더 노력해야 하는 의식적 지식, 4단계는 연주를 마스터하고 직감적으로 연주하게 되는 무의식적 지식을 말한다.

'의식의 4단계' 중 연주자가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단계는 1단계와 4단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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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리스크' 더 방치하면 폭발
심리적 마지노선 20% 벽 무너져
의식의 1단계에 갇힌 건 아닌지
은현탁 논설실장

세계적으로 유명한 베이스 기타리스트 앤서니 웰링턴은 악기를 다루고 마스터하는 과정을 4단계로 나눠 말했다. 1단계는 자신이 모르는지도 모르고 마냥 즐거워하는 무의식적 무지, 2단계는 부족한 걸 알고 연습해야 하는 의식적 무지, 3단계는 음악적 지식이 있지만 더 노력해야 하는 의식적 지식, 4단계는 연주를 마스터하고 직감적으로 연주하게 되는 무의식적 지식을 말한다.

'의식의 4단계' 중 연주자가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단계는 1단계와 4단계라고 한다. 무의식적 무지는 아무것도 몰라 행복하고, 무의식적 지식은 음악적 경지에 올라 행복한 상태에 이르는 것이다. 무엇을 배우든 마찬가지이고, 정치 분야도 예외일 수 없다. 단계를 끌어올릴수록 더 좋은 성과물이 나오고 대중들에게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을 '의식의 4단계'에 대입해 보면 어떨까. 윤 정부는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에서 의정 갈등에 따른 의료 시스템 붕괴, 김건희 리스크에 따른 당정 갈등까지 바람 잘 날이 없다. 윤 대통령이 취임 하루 전인 지난 2022년 5월 9일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와 나눈 대화 내용은 충격적이다. "김영선이를 좀 해 줘라"는 윤 대통령의 육성이 나왔고, 윤 대통령 부부의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공천 개입을 의심할 만한 내용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덕담 건넨 것"이라는 식이다. 용산의 상황 인식이 어느 정도 인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윤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김건희 리스크'는 폭발 직전이다. 민주당은 오는 14일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을 상정·표결하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오는 28일 재표결까지 마친다는 계획이다. 김건희 특검법은 두 차례 재표결에서 가까스로 저지선을 지켰지만 세 번째는 장담할 수 없다. 이런 분위기와 맞물려 지난 2일 민주당 장외집회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과 하야를 요구하는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4·10 총선 전까지만 해도 금기어로 남았던 '탄핵' 발언은 장안의 유행어가 되고 있다.

윤 정부의 위기는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한국갤럽의 지난주 여론조사를 보면 윤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는 19%로 추락했다.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레임덕'을 지나 '데드덕' 상태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집권 후반기 국정 지지율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20% 벽이 이미 무너졌고, 이대로 가면 10%의 벽도 깨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 차례 반전의 기회가 있었지만 놓치고 말았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윤 대통령은 "국민은 늘 옳다"고 말해 놓고도 여론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4·10 총선 참패 이후엔 "더 낮은 자세와 더 유연한 태도로 더 많이 소통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구두선에 그쳤다.

총선을 앞두고서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해 긁어 부스럼만 만들었다. 의료 개혁을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 의료 시스템이 급속히 붕괴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정치 자산인 '공정과 상식'도 조종(弔鐘)을 울렸다.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의 무협의 처분은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고 있다. 국민들은 김 여사에게만 유독 관대한 윤 대통령이 더 이상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않다고 보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윤 정부는 잘못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오히려 정부는 잘하고 있는데 국민들이 몰라준다는 식이다. 민심을 이기려는 오만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윤 정부가 '의식의 1단계'에 갇혀 마냥 행복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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