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쟁에 글로벌 경제 이미 타격…美·EU 등 3월 PMI 하락

이란 전쟁이 4주 가까이 이어지며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전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다는 기업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진 제공=S&P글로벌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S&P글로벌이 집계한 3월 미국, 유럽, 일본의 구매자관리지수(PMI)는 크게 하락했다.

S&P글로벌의 PMI는 각국 기업 구매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설문조사로 중동 분쟁이 전 세계 경제에 미친 영향을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에너지 공급 차질이 심화되며 원유, 천연가스 등의 가격 급등해 인플레이션을 촉발하고 성장을 제약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 3월 민간 부문 성장은 사실상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수치를 합산한 유로존의 플래시 복합 PMI는 50.5로 10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한 시장 예상치도 밑돌았다. 유럽 기업들은 납품을 지연하고 비용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해 이로 인한 부담을 고객에게 전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유로존 제조업의 투입가격과 산출가격 지표 모두 큰 폭으로 상승했다. 국가별로 프랑스의 기업 신뢰도가 크게 하락했고 독일 민간 부문 성장은 3개월 최저 수준으로 둔화됐다.

크리스 윌리엄슨 S&P 글로벌 마켓인텔리전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수치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인플레이션) 경보를 울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와 기업 심리 악화가 민간 부문 고용 전망 약화를 시사했다. 미국의 3월 플래시 PMI는 51.4로 지난해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2개월 연속 하락했다. 특히 서비스업 부문에서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영국의 경우 기업 활동 성장세가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제조업 투입비용은 1992년 이후 가장 빠르게 상승했다. 일본의 3월 플래시 복합 PMI는 52.5로 상승률이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G7 외 국가 중에서는 인도의 민간 부문 성장이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기업들은 투입 비용을 늘리고 동시에 마진 압박을 겪었다. 인도는 원유의 약 90%와 천연가스의 거의 절반을 수입에 의존한다.

로이터는 이러한 상황이 각국 지도자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포함한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물가 상승 압력을 억제하기 위해 통화 긴축을 검토하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주 중동 사태가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과 경제 성장 하방 위험을 동시에 높였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석유 및 가스 공급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며 에너지 충격이 심화되고 있고 이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이란 전쟁이 경기침체로 이어질지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갈리고 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니콜라 노바일 연구원은 “시나리오는 분쟁 지속 기간과 에너지 가격 전망에 크게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걸프 지역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하며 경제적 여파가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지난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싱크탱크는 이번 분쟁이 글로벌 성장에 미칠 영향을 정량화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전 세계 경제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하방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제이미 러시 글로벌 경제 이사는 이란 전쟁 발발 이전까지 세계 경제가 모멘텀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지만 “선진국에서 발표된 PMI 수치는 높은 유가, 금융 조건 긴축, 기업 심리 악화라는 삼중 압력으로 인해 초기의 회복세가 위축될 위험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최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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