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I, 사장 공백 100일…방산 ‘대들보’ 흔들리나
국내 대표 방위산업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강구영 전 사장의 전격 사퇴 이후 100일 가까이 수장 없이 운영되며 업계에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현재 KAI는 사장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사실상 최고 책임자 부재 상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공백 사태는 전략적 의사 결정 지연, 사업 추진 동력 상실 우려 등을 불러일으키며, 방산 생태계 전반에 파장이 번질 조짐이다.

여러 프로젝트가 정체될 가능성이 제기되며, 국제 무기 수출 경쟁에서도 뒤처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KAI 내부는 물론 외부 방산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수장 공백 조속 해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요 사업 지연과 아덱스 준비 부담
KAI 노동조합은 사장 공백이 한국형 전자전기 사업, 무인 표적기 프로젝트 등 핵심 사업에서 의사 결정 지연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해외 수주와 연구 개발 부문도 영향을 받고 있으며, 특히 오는 서울 ADEX 2025 행사 준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ADEX는 KF‑21, FA‑50, 소형 무장 헬기 등 대표 무기 체계를 전면에 내세우는 자리인 만큼 수출 협상과 파트너십 논의가 빠르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최고 지도자가 없으면 협상 현장에서 리더십과 신뢰 구축이 어렵고, 외국 바이어 앞에서 공백이 노출되면 기업 이미지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노동조합은 “행사 전까지라도 수장 인선을 마쳐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3분기 실적 둔화, 전망 하향 조정
수장 공백과 사업 지연 우려와 맞물려, KAI의 3분기 실적도 시장 기대치를 밑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 증권업계는 매출액을 약 8,562억 원, 영업이익을 약 686억 원으로 예상하면서, 전년 대비 각각 5.6%, 10.0%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매출 하락의 요인으로는 완제기 인도 지연과 수출 사업의 진행 둔화 등이 거론된다. 특히 ADEX 대규모 참가업체와 해외 정부 대표단이 모일 행사에서 협상 지휘자가 없는 상태는 실적 하락을 더 부각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실적 둔화가 KAI 뿐 아니라 한국 방산 전반의 신뢰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인선 난맥과 후임자 불확실성
KAI의 사장 선임은 통상 방위사업청장과 한국수출입은행장 인선이 마무리된 뒤 이루어져 왔지만, 현재 이들 직위 인선 절차가 지연되면서 KAI 후임자 선임 역시 답보 상태다. 이로 인해 사장 공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게 평가된다. 노동조합은 정부가 인선 결정을 미루면 사장 선임 권한을 노조나 외부 위원회에 위임하는 방안도 고려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방산 업계 관계자들도 국제 방산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점에서 KAI의 리더십 공백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수장 공백의 지속은 단순 내부 문제를 넘어 한국 방산에 나비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파장과 방향성: 방산 신뢰 확보 과제
KAI의 수장 공백은 단순 조직 문제를 넘어 한국 방산 전반의 신뢰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해외 바이어와 정부 기관은 기업 리더십과 일관성을 중요하게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속한 사장 인선은 물론,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와 의사 결정 체계 보완이 필요하다. 정부와 방사청은 인선 절차 조속화를 지원하고, 산업계와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KAI 내부는 핵심 사업 지속성 확보를 위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사업 일정 지연 최소화 전략을 시행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방산 기업들이 경영 공백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한국 방산의 위상과 신뢰를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