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간 7조4,097억 원, 프랑스에 바친 로열티
국내 조선소들이 지난 30년간 프랑스 GTT에 지급한 LNG선 화물창 로열티는 7조4,097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25년 9월까지 국내 조선 3사가 GTT에 지불한 로열티는 이 같은 규모였으며, 2029년까지 지급될 금액도 3조 원에 육박한다. 우리 조선사들은 LNG선을 건조할 때마다 선가의 약 5%를 기술 사용료로 GTT에 지불해 왔다. 국내 조선사들은 척당 규모에 따라 100억~200억 원 규모의 로열티를 GTT에 지급하고 있으며, 현재 전 세계 LNG 화물창 기술은 프랑스 GTT사가 독점하고 있다. LNG선 화물창은 극저온 영하 163도의 LNG를 저장하기 위한 핵심 설비로, 선박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좌우한다.

영하 163도 극저온 기술, GTT의 독점 구조
LNG는 영하 163도에서 액화해야 부피가 60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어 운송이 가능해지는데, 이 극한 환경을 견디는 멤브레인형 화물창 기술은 고도의 소재 공학과 정밀 시공 기술이 필요하다. 메탄의 끓는점이 영하 162도이기 때문에 천연가스를 액체 상태로 운반하려면 이 극저온을 유지해야 한다. GTT는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과 특허를 기반으로 전 세계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으며, 멤브레인형은 선박의 선체 내부를 따라 얇은 스테인리스강이나 니켈-철 합금으로 만든 얇은 벽체를 붙이고 그 뒤에 여러 층의 단열재를 배치하는 방식이다. 한국은 오랜 기간 해당 기술을 도입해 LNG선을 건조해 왔고 이 과정에서 프랑스 측에 수조 원대 사용료가 지속적으로 지급됐다.

삼성중공업 KC-2C, 상업 운항 성공
삼성중공업은 대한해운엘엔지와 협업해 개발한 한국형 LNG 화물창 KC-2C를 7,500㎥급 LNG 운반선에 탑재하고 인도했다고 2025년 10월 27일 밝혔다. 이 선박은 같은 달 인도돼 통영에서 제주 애월 LNG기지까지 첫 운송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KC-2C는 삼성중공업이 LNG 화물창 기술 자립을 위해 독자 개발한 제품이다. 기존 화물창 대비 2차 방벽 설계와 시공 방법을 개선해 기밀성·안정성을 높였고, 우수한 단열 성능도 확보했다. 초기에는 극저온 수축 문제와 미세 누출 등 기술적 한계로 여러 차례 실패를 겪었고 프랑스 측은 기술 격차를 이유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후 자동화 용접 로봇과 신소재 단열 구조를 적용한 대대적인 공정 혁신이 이어졌고 반복 실험 끝에 누출을 차단한 국산 화물창 기술이 완성 단계에 도달했다.

GTT의 반발과 기술 종속 딜레마
전세계 LNG 운반선 시장의 화물창 기술을 독점하고 있는 프랑스 GTT사와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점도 국산화를 제대로 추진하기 어려웠던 이유로 꼽힌다. 화물창 국산화 과정에서 분쟁이 생기면 GTT로부터 화물창 기술을 제공받기 어려워지고, 이 경우 LNG 운반선 수주도 막힐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GTT는 국내 조선사에 화물창 기술을 제공하는 대가로 운영 과정에서의 모든 시행착오와 기술적 요소를 보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 국산 화물창 기술이 적용된 LNG 운반선의 국제 해역 운항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한국 조선업계는 원천 기술 확보 없이는 수익성과 산업 주도권을 지킬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자체 개발에 착수했다.

174k급 대형선 실증이 남은 최종 과제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 한국의 LNG 화물창 기술은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LNG 운반선에 적용되고 있다며, 기술적 난이도가 더 높고 안전성 요구가 큰 대형 선박에 국산 기술을 적용하고 해외 선주사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앞으로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정부는 2030년까지 한국형 화물창을 탑재한 LNG선 수주를 목표로, 2028년까지 실증시험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조선 3사를 비롯해 한국가스공사, 선급, 대학·연구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목표는 명확하다. GTT 의존 탈피다. 이를 통해 LNG선 세계시장 점유율을 지난해 55%에서 2028년 60%, 2030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래 친환경 선박 시장 주도권 확보
더 큰 문제는 GTT의 기술이 향후 액화수소·암모니아·이산화탄소 운반선 등 차세대 친환경 선박으로 확장된다는 점이다. LNG 화물창 기술 국산화에 실패하면, 미래 친환경 선박 시장의 주도권마저 프랑스에 내줄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LNG 수요가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큰 만큼 화물창 기술 자립은 조선 산업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프랑스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외화 수입원이 축소될 수 있는 상황이며, 한국은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의 주도권을 기술력으로 완전히 굳히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이 기술이 본격 적용되면 그동안 프랑스의 GTT가 독점해 온 LNG 화물창 로열티 수입 구조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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