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들 잘 있나 확인하려던 순간"…뜻밖의 침입자에 온 가족을 불러 모았다

이소포드를 키운 지 반년쯤 되었다.

흙과 낙엽을 두툼하게 깔고, 며칠에 한 번씩 유리 뚜껑을 열어 습도를 맞추고 작은 벌레들이 잘 지내는지 들여다보는 게 하루의 조용한 습관이 되었다.

그날도 별생각 없이 사육장이 있는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문을 열자 뭔가 이상했다.

늘 있던 자리에 놓인 유리 상자의 뚜껑이 반쯤 열려 있었고, 안쪽에서 하얀 무언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순간 벌레가 저렇게 클 리가 없는데, 하는 생각이 스치며 등골이 서늘해졌다.

조심스레 다가가 안을 들여다본 나는 그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범인은 다름 아닌 우리 집 고양이였다.

하얀 털 뭉치가 흙과 이파리 위에 몸을 한껏 구겨 넣고, 마치 원래 제 자리였다는 듯 태연히 앉아 있었다.

좁은 유리 상자가 답답하지도 않은지, 이파리를 이불 삼아 두 눈을 반쯤 감고 있는 모습이었다.

너무 어이가 없고 귀여워서 나는 온 가족을 불러 모았다.

다들 방으로 몰려와 상자 속 침입자를 보고는 한참을 배를 잡고 웃었다.

벌레들이 놀랐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다행히 이소포드들은 흙 속 깊은 곳으로 피신해 무사했다.

생각해보면 녀석은 오래전부터 그 유리 상자를 눈여겨봤던 모양이다.

따뜻한 흙, 포근한 낙엽, 아늑하게 몸을 감싸는 크기까지.

우리에겐 사육장이었지만, 고양이에겐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은신처였던 셈이다.

덕분에 평범하던 그날 저녁, 온 가족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여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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