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시진핑과 ‘핵’ 약속도 뒤집었다”…러, 해외 핵배치에 바짝 긴장
푸틴, 시진핑과 합의도 뒤집어
일각에서는 국제적 통제 범위 밖에 있는 러시아의 전술 핵무기가 미국과 서방의 유럽 내 핵전력보다도 오히려 앞선다는 분석도 나온다.
26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전날 러시아 방송과 인터뷰에서 “오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 이전 배치에 관한 법령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무기를 옮기는 노력이 시작됐다”며 “저장 시설 등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야 한다”며 핵무기 이전이 시작됐음을 밝혔다.
러시아가 해외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은 1991년 옛 소비에트연방 해체 이후 시작한 해외 핵무기의 국내 이전이 1996년 완료된 이후 27년 만이다.
벨라루스는 오는 7월 1일까지 전술 핵무기 저장고를 완공할 예정으로, 지난달에는 러시아에 파견한 군부대가 전술 핵무기 운용 훈련을 받고 복귀했다. 벨라루스에는 이미 핵무기 운반체계인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폭격기가 배치돼 있다.
실제 핵무기 이동 상황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벨라루스 발표대로 이전이 추진되고 완료될 경우 불과 1달 여 뒤면 벨라루스에서 핵무기가 발사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벨라루스에 배치될 핵무기의 종류와 규모가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러시아에 비해 미국의 유럽 내 전술 핵전력이 열세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항공 투발용 폭탄과 단거리 미사일 탄두, 포탄을 포함해 약 2000기의 전술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반면 유럽에 배치된 미국의 전술 핵무기는 약 100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벨라루스의 군사 전문가 알리악산드르 알레신은 AP와 인터뷰에서 냉전 시기 소련의 중거리 핵미사일 무기고의 약 3분의 2가 벨라루스에 있었으며, 이들 중 10여 개의 시설이 지금도 사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략 핵무기와 달리 전술 핵무기는 공식적인 군축 협정이 존재하지 않는 점도 위협을 더욱 키우고 있다.
미국과학자연합의 한스 크리스텐슨은 “러시아의 전술 핵무기는 검증된 합의로 규제된 적이 없는 탓에 가장 모호하고 불투명한 팩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번 조처는 우크라이나의 반격을 앞두고 서방이 현대식 전차와 장거리 미사일에 이어 F-16 전투기까지 지원을 검토하는 와중에 이뤄졌다. 이에 따라 핵 위협을 통해 서방의 지원을 약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러시아의 이번 핵무기 해외 배치에 대해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 같은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핵무기 지원’이라는 비현실적인 가정을 전제하기는 했지만 러시아의 핵무기 선제 사용까지 언급해 긴장을 고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서 “해외 핵무기 배치에 반대하고 이미 배치한 핵무기도 철수해야 한다”고 밝힌 입장도 뒤집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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