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동거인 김희영 이사가 공동 설립한 공익법인 '티앤씨재단'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 시대를 마감하고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한국고등교육재단 사옥으로 둥지를 옮겼다.
재단의 핵심 자금원인 최태원 회장의 '이태원 개인 채권' 변제 시점과 정밀하게 맞물려 사무실 이전이 이뤄졌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이전을 계기로 티앤씨재단이 사실상 SK그룹의 실질적인 영향력과 인프라를 활용하는 그룹 울타리 안으로 완전히 편입됐다고 해석한다.
'이태원 2억원 근저당' 청산 직후 사무실 이전
9일 <블로터> 취재를 종합하면 티앤씨재단은 지난해 6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트윈빌딩 2층에서 강남구 테헤란로 211에 위치한 한국고등교육재단 사옥 17층으로 이전을 완료했다.
이전 과정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시기'다. 티앤씨재단이 기존에 사용하던 이태원 트윈빌딩은 최태원 회장이 2018년 12월 해당 건물주 신모씨에게 개인 자격으로 2억원을 빌려주고 근저당권을 설정한 곳이다.
티앤씨재단은 2018년 1월 설립 당시에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45길 24에 자리를 잡았다. 이후 최 회장이 신씨에게 자금을 빌려준 후 트윈빌딩으로 이전했다. 최 회장이 설정한 대여금 채권을 임대 보증금 개념으로 활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태원 회장과 신 씨의 금전 관계는 돈을 빌려준 지 6년4개월 만인 지난해 4월30일 청산됐다. 근저당권이 전격 해제되면서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건물주 신씨가 유명 패션그룹 등 우량 임차인을 신규 유치하며 확보한 9억원 등의 자금으로 최 회장의 개인 대여금 채무를 일괄 상환했기 때문이다.
티앤씨재단은 최 회장이 건물주에게 돈을 빌려주고 근저당권을 유지하던 기간 트윈빌딩에서 공익사업을 운영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4월 사적 금전 관계가 해소되자 이태원을 떠나 SK그룹 공익사업의 '총본산'인 한국고등교육재단 사옥으로 이전한 것이다.

SK 공익사업 본거지에 합류한 티앤씨재단
티앤씨재단이 진출한 한국고등교육재단 사옥은 SK그룹에 일반 건물 이상의 큰 의미가 있다. 고(故) 최종현 선대 회장이 세계 일류 수준의 학자를 양성해 국가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목표 아래 사재를 털어 설립한 재단이다. SK 인재경영의 모태이자 공익사업의 핵심 근거지다.
최종현 선대 회장이 1974년 초대 이사장으로 취임했으며, 그가 타계한 1998년부터 현재까지는 최태원 회장이 이사장을 맡아 장학 사업을 챙기고 있다.
아울러 최종현 선대 회장의 서거 20주년을 맞아 2018년 설립한 '최종현학술원' 역시 이 건물에 있다. 최태원 회장은 부친의 뜻을 이어 우리나라의 100년 후를 이끌 인재를 키울 목적으로 최종현학술원을 세웠다. 출범 당시 최태원 회장은 사재 520억원을 학술원에 투입했다.
이처럼 SK그룹의 주요 공익사업재단이 모인 한국고등교육재단 사옥에 티앤씨재단이 합류한 것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이 재단이 설립된 이후 모금된 기부금의 80~90%는 최태원 회장의 사재다. 최 회장의 사적 자산으로 운영되던 재단이 SK 인재 양성의 역사적 거점인 한국고등교육재단 건물에 합류하면서 사실상 그룹 복지재단 중 하나로 편입되는 모양새다.

공정위 비껴갔지만…부인하기 어려운 SK 울타리 편입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적용하면 티앤씨재단은 SK 관계사와 지분 관계가 없어 법적으로 'SK그룹 계열 공익법인' 목록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자금 출처와 지배구조(거버넌스), 한국고등교육재단으로의 이전 등을 종합하면 공정위 기준과 달리 사실상 SK그룹의 공익법인이나 마찬가지다.
총수 사재로 운영 자금을 조달하고 있으며, 설립 초기에는 SK그룹 인력이 근무하며 재단의 기틀을 다지기도 했다. 티앤씨재단이 SK그룹의 실질적 영향력과 울타리 안으로 완전히 편입됐다고 해석하기에 충분한 요소들이다. 공정위 잣대에서는 벗어났지만 SK 울타리에 편입됐다고 부인하기 어려운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티앤씨재단이 SK 공익사업의 정통성이 깃든 한국고등교육재단 사옥으로 이전한 것은 해당 법인의 운영 체제와 성격을 최태원 회장과 김희영 이사의 개인 영역에서 그룹 영역으로 확대한 것"이라며 "향후 티앤씨재단의 공익사업은 SK의 사회적 가치 및 인재경영 기조와 더욱 긴밀하게 맞물려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유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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