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천정부지 그린피, 그저 2만 원 내린다고 해결될까만” 수도권 웃고, 제주 골프장 울고.. “더 정신 차려야“
수도권 대중형 골프장, 그린피 최소 2만 원 하락 기대
제주 골프장 타격 불가피, ‘관광 경쟁력 하락’ 등 예상
세금 감면 혜택 유지, 그린피 인상.. ‘불편한 진실’ 지속
수도권 그린피 ‘인하’, 제주 ‘위기’.. 지역 경쟁력 ‘비상‘
‘위기 의식‘ 한계.. “더 큰 경제적 손실 미칠 수도” 우려
대중형 골프장의 그린피(이용료) 논란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모습입니다. 최근 대중형 골프장의 그린피 기준을 평균치에서 최고치로 변경하는 제도 개선이 추진되면서 수도권 대중형 골프장의 평균 그린피가 최소 2만 원 이상 낮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540만 골퍼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수 있지만, 수도권을 넘어 다른 지역 골프장 업계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특히 제주 골프장은 수도권과 달리 가뜩이나 항공료와 숙박비 등 높은 부대비용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내륙의 그린피까지 인하되면 제주를 찾는 골퍼들은 더 줄어들어 매출 감소와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됩니다.
그럼에도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 수도권 대중형 그린피 인하 추진 → “이미 기준 요금 초과”
7일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발의 예정인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라 대중형 골프장의 코스 사용료(그린피) 상한 기준이 현재 4∼6월과 9∼11월의 평균치에서 최고치로 변경될 것으로 전했습니다.
연구소 측은 "대중형 골프장 기준 그린피가 평균치에서 최고치로 바뀌면 수도권 대중형 골프장의 평균 그린피는 약 2만 원 정도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급등한 대중형 골프장의 코스 이용료를 낮추기 위해 2022년 11월 비회원제 골프장을 도입했습니다. 이에 따라 대중형 골프장은 기준 코스 사용료를 평균치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기준 사용료를 초과하는 골프장도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연구소에 따르면 주중 기준 수도권 46곳, 강원도 15곳, 충북 14곳 등 모두 87곳이 기준을 초과한 요금을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전체 34.7%, 3곳 중 1곳 이상이 편법 운영을 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 차등 요금제 운영으로 세금 감면 혜택 유지, 골퍼들 ‘비판’
현재 정부가 정한 대중형 골프장의 기준 코스 사용료는 주중 18만 8,000원, 주말 24만 7,000원 이하입니다.
하지만 일부 골프장은 이 기준을 평균치에 맞추기 위해 새벽이나 야간 시간대에는 요금을 낮추고, 일반 시간대에는 과도하게 올리는 방식의 차등 요금제를 운영해 왔습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평균 사용료를 기준치 이하로 유지하면서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 편법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실제 인천의 A 골프장의 경우, 주중 최고 그린피는 31만 원, 주말에는 35만 원에 이르는 등, 정부가 정한 기준치를 크게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식으로 규정을 악용하면서도 세금 감면 혜택을 유지하고 있는 일부 대중형 골프장들은 골퍼들 사이에서 지속적인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이에 대해 민형배 의원실은 “코로나19 이후 폭등한 대중형 골프장의 코스 이용료 인하를 위해 정부가 비회원제 골프장을 도입했지만, 대중형 골프장의 기준 코스 이용료를 평균치로 규정하면서 비회원제 신설의 효과가 유명무실해졌다”며 “이번 체육시설법 개정안을 통해 이를 바로잡고자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부익부 빈익빈”… 수도권은 ‘인하’, 제주에는 ‘위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린피 인하가 모든 골퍼에게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갈지는 다소 불투명해 보입니다. 개정안이 시행된다고 해도 여전히 코로나 19 이전 때보다는 높은 수준의 그린피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대중형 골프장의 평균 코스 이용료는 31.7%나 상승했지만, 올해는 고작 0.8% 인하에 그쳤다”라면서 “여전히 코로나 직후인 2020년 5월 대비 3만 원 정도 비싼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여전히 높은 그린피가 많은 골퍼들의 접근성을 떨어뜨는 실정에서, 단순히 그린피 인하만으로 대중형 골프장의 근본적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해석됩니다.
특히 수도권 대중형 골프장의 그린피 인하로 인해 제주 골프장 등 입지는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제주의 경우 이미 내륙권 골프장들에 비해 제반 부대비용 부담이 큰데다 고가 그린피를 고수하면서 수도권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인 탓에, 수도권 그린피가 인하되면 자연스레 제주를 찾는 골퍼들의 발길이 더 줄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이는 고스란히 제주 골프장의 매출 하락과 지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파장을 키울 것이란 관측입니다.
서 소장은 “법률 개정안이 시행되면 수도권 대중형 골프장의 코스 이용료는 최근 주중 20만 4,000원, 주말 26만 3,000원에서 주중 1만 9,000원, 주말 2만 1,000원 내릴 것”이라면서 “이같은 수도권의 그린피 인하가 제주도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고 경계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어 ”제주 골프장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골프 관광 상품 개발이나 운영비 절감을 위한 지원 등 업계와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적극적인 노력을 주문했습니다.
■ 제주 골프장, 위기와 기회 사이 “해법 시급한데, 멀었다”
제주도에 따르면 코로나 19 시기 수혜를 입었던 제주도내 30개 골프장의 경우, 올해 상반기 내장객 수가 113만 2,936명으로 전년 동기(117만 5,714명) 대비 약 3.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다른 지역에서 제주를 찾는 골프 관광객은 8.3% 감소했으나, 제주도민 이용객은 3.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이 중단되면서 제주 골프장은 문전성시를 이뤘지만, 방역지침 완화와 해외 골프여행 재개로 인해 지난해 대비 14% 감소한 241만여 명의 내장객 수를 기록하며 하향세를 이어가는 실정입니다.
더욱이 경영난으로 인해 일부 골프장은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지방세를 체납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제주지역 30개 골프장 중 5곳이 지방세 70억 원을 체납했고, 제주도는 올해 영업장 수색과 예금 압류 등을 통해 61억 원을 거둬들였습니다. 여전히 2개 골프장이 9억 원을 체납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은 “지역 골프장이 생존을 위한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단순한 가격 인하 이상의 전략이 요구된다”라면서도 “정작 이런 상황에서도 업계 전반에서 여전히 위기 의식이 느껴지지 않는다. 실례로 홈페이지를 둘러봐도 그린피 할인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질타했습니다.
이어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않고, ‘설마‘란 안일한 생각에 과거로 퇴행하거나 가격은 물론 골프 관광 경쟁력 강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앞으로 더욱 큰 경제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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