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디자인세미나] “이름 붙일 때, 그 집이 그 땅에 지어질 운명이었다고 느껴져요”
건축가 12인의 하우스 디자인 세미나_⑫
최-페레이라 건축 최성희
고질라, 스틸레이디, 실버쉐크, 제주토끼… 언뜻 보면 누군가의 별명 같기도 한 이 재치 있는 이름들은 모두 최성희 건축가가 설계한 집의 이름들이다. 건축가는 집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준공 때까지 서먹했던 집주인이 마음에 드는 이름을 지을 때도 있었다. 호랑이를 닮은 집도 있다. 상상을 시작할 때는 어떻게 될지 몰랐었고, 집짓기가 끝날 때쯤에 그들이 무엇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땅에 그렇게 지어질 운명이었던 것처럼 느껴졌었다. 과연 건축물이 마치 말을 거는 것 같다는,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느껴진다는 그녀의 아이디어답다.
최 소장은 이번 세미나에서 <오래 그곳에 남아>라는 주제로 그간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을 소개했다. 강의 제목은 최 소장이 재밌게 읽었다는 일본 소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로부터 가져왔다. 소설은 인간을 격려하고 삶을 위하는 건축을 추구하는 노건축가와 그를 경외하며 뒤따르는 주인공 청년의 이야기를 담은 내용이다.
최 소장이 설계하는 건축물들은 건물 한 채 한 채가 모두 개성이 넘친다. 전형적이지 않다. 그녀는 건축주의 요청 사항을 최대한 반영하고 자재와 공법에 대한 탐구를 거쳐 구조와 디자인에 관한 고민을 절충해 ‘오래 그곳에 남아있는’ 집들을 설계하고자 한다.
“여자 혼자 살만한 주택은 어때야 할까요?”라는 청중의 질문에 “저 역시 그 고민을 한다”라면서 “접근하기 어려운 아주 엄한(색다른) 모습의 외관이라면 여자 혼자라도 안전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유쾌한 대답을 전하기도 했다.
최 소장이 설계한 집들은 ‘오래 그곳에 남아’ 우리에게 ‘안녕’하고 말을 걸어줄 것만 같다.
구성_ 오수현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4년 12월호 / Vol.310 www.uuj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