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하우스 특수] 싸이닉솔루션, 8인치 공급난 수혜…플랫폼 전환

파운드리 가동률 90%의 시대, 디자인하우스의 수혜 가능성을 진단합니다.

/사진 제공=싸이닉솔루션.

파운드리 가격 인상과 가동률 변화 속에서 디자인하우스 업계의 수혜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TSMC가 8인치 파운드리 비중을 축소하며 공급난이 심화되자, 레거시 공정 기반 디자인하우스들이 가교 역할을 하며 주도권을 쥐는 형국이다. 싸이닉솔루션은 SK하이닉스의 중국 8인치 파운드리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반등을 노리고 있다.

SK하이닉스와 동반 성장

14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TSMC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8인치 파운드리 캐파(생산능력)를 줄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상위 10대 파운드리의 8인치 평균 가동률은 지난해 80% 수준에서 올해 90%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전력반도체(PMIC)와 이미지센서(CIS)를 설계하는 팹리스 기업들의 물량이 중국 우시에 생산거점을 둔 SK하이닉스시스템IC로 이동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8인치 공정은 미국의 대중 규제가 집중되는 선단 공정과 달리 규제 영향이 제한적인 만큼 중국 가전·컨슈머 시장의 수혜를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싸이닉솔루션도 올해 1분기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에서는 TSMC를 중심으로 한 파운드리 단가 인상 기조가 8인치 공정 판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싸이닉솔루션 관계자는 "올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30% 성장하며 반등에 성공했다"며 "TSMC 주도의 파운드리 가격 인상 기조에 따라 하반기 수익성 개선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싸이닉솔루션는 가파른 외형 성장세를 보였다. 매출은 2020년 705억원에서 2024년 1674억원으로 4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현재 국내·중국·대만 고객사 약 170개사를 확보하고 있으며 수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93%에 달한다.

이 같은 성장 과정은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사업 확대와 맞물려 있다. 회사는 2013년 하이닉스와 파운드리 특판점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공식 파운드리 협력사이자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로 활동하며 8인치 공정(350nm~90nm)을 기반으로 중국·대만 팹리스 고객사에 솔루션을 공급해왔다.

특히 SK하이닉스가 8인치 팹을 중국 우시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현지화 경험을 축적했다. 회사 관계자는 "로직 반도체와 달리 센서를 만드는 멤스(MEMS) 공정은 화학 레시피와 구조물 설계 민감도가 높아 팹 이전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많았다"며 "그 과정에서 심천·상해 지역 고객 대응 체계를 구축하며 현지화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중국 내 반도체 자국화 기조와 SK하이닉스의 현지 대응력이 성장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가 선단 공정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는 사이, SK하이닉스는 중국 8인치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유연한 대응력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수익성·현금흐름 부담 지속

외형은 성장하고 있지만 수익성과 재무 체력 확보는 과제로 꼽힌다. 싸이닉솔루션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1546억원으로 전년 대비 7.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5억원으로 전년(53억원)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고, 영업이익률은 1.6%에 머물렀다.

현금흐름은 악화됐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4억원 순유출로 전환됐다. 매출 감소와 함께 매출채권·재고자산 증가가 겹친 영향이다. 단기차입금은 110억원으로 전년(105억원) 대비 소폭 증가했고, 유동성장기차입금도 11억원으로 늘었다.

사업 구조상 운전자본 부담이 크다. 주문형반도체(ASIC) 매출 비중이 전체의 91%를 차지하는 가운데 다품종 소량 생산 구조 특성상 납품 이후 매출이 인식된다. 가격 인하 여지가 제한적인 대신 재고와 매출채권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대목이다. 고객사 편중 구조도 포착된다. 상위 7개 고객사 비중은 전체 매출의 43% 수준이다.

지난해 7월 기업공개(IPO)를 통해 확보한 163억원의 공모자금은 재무 안정성 개선에 기여했다. 지난해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74.4%로 전년(150.2%)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고, 자본총계는 365억원으로 전년(193억원)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파트너 파운드리 의존도는 과제로 남았다. 현재 실적 상당 부분이 SK하이닉스 계열 파운드리 가동률과 공정 경쟁력에 연동되는 구조다. 회사는 대만 EPISIL, 싱가포르 AMF 등으로 파운드리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지만 매출 비중은 제한적인 수준이다.

중국 사업 환경도 변수다. 지난해 중국 대형 고객사가 '6개월 여신' 조건을 요구하면서 회사는 일부 거래를 로열티 방식으로 전환했다. 단기적으로는 매출 감소 효과가 발생할 수 있지만, 대금 회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센서 플랫폼' 전환 시도

생성형 AI(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 과정을 거쳐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싸이닉솔루션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센서 사업 확대에 나섰다. 단순 설계 대행을 넘어 MEMS 마이크로폰, 초음파 센서, 단파장 적외선(SWIR) 센서 등을 직접 개발·양산해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회사는 협업 시도도 이어가고 있다. 전장·전력반도체 분야에서 미국 팹리스 기업 엘리베이션 마이크로시스템즈와 협업 중이다. 해당 기업은 전기차용 반도체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싸이닉솔루션이 2.1%, 현대모비스와 동운아나텍이 각각 10%, 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 반도체 설계 기업 코르투스와는 RISC-V 기반 SoC 개발 플랫폼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 르네사스와는 마그네틱·IC·NFC·QR 결제 기능을 통합한 원칩 솔루션 공동 개발을 추진 중이다. 시장에서는 결제 반도체 분야로의 사업 다각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회사는 자율주행·온디바이스 AI용 센서 공정도 파운드리와 공동 개발하고 있다. 스탠퍼드 출신 연구 인력 등을 중심으로 연구개발(R&D) 역량을 확대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초기 양산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TSMC가 8인치 캐파를 축소하는 가운데 싸이닉솔루션은 디자인하우스를 넘어 센서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향후 센서 사업의 양산 성과와 수익성 개선 여부가 기업가치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싸이닉솔루션 관계자는 "올 하반기부터 판가 인상 효과와 중국 경기 회복이 맞물리면 실질적인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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