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거래 조사 착수”…고려아연 ‘쩐의 전쟁’ 점입가경 [뉴스in뉴스]
[앵커]
고려아연을 둘러싼 이른바 '쩐의 전쟁'이 점입가경입니다.
양쪽이 합쳐서 6조 원에 이르는 거액을 투입해 지분 매입에 나서고 있는데요.
일각에서는 우리 재벌 지배구조의 민낯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박대기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우선 방금 들어온 소식인데요.
이복현 금감원장이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관련한 불공정거래를 즉각 조사하라"고 지시했다는 소식인데요?
[기자]
네, 임원회의에서 그런 말을 했다는데,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보면 상대방의 주식 매수를 방해하는 소문, 풍문을 내는게 아니냐 들여다보겠다는 말 같습니다.
이번 사태에 향방에 적지않은 파장 예상됩니다.
[앵커]
박기자, 고려아연, 하면 알짜회사로 유명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아연과 납, 은 생산이 세계 1위고요.
전체 비철금속 제련기업 중에도 세계 1위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는데도 매출 약 10조, 영업이익이 6천 6백억 원에 이를 정도로 탄탄한 회사입니다.
이 회사는 1949년 고 장병희 최기호 창업주가 함께 설립한 영풍그룹의 계열사입니다.
두 분은 같은 황해도 사리원 출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를 이어 75년간 동업관계가 이어져왔지만 두 집안이 틀어지면서 싸움이 시작된 것입니다.
[앵커]
장 회장 일가과 최 회장 일가, 각각 지분이 어느 정도죠?
[기자]
절대적이 지분은 장 회장 쪽이 많습니다.
한 금융기관이 조사한 것인데요.
장 회장과 장 회장 측이 지배하는 영풍 등 우호지분이 33.13%입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직접 지분은 적지만 한화 등의 우호지분을 합치면 33.99%로 장 회장 측과 비슷합니다.
다만 고려아연의 이사회는 사실상 최 회장 측이 장악했다고 봐야합니다.
최 회장이 경영을 맡고 장 회장은 배당을 받아왔는데 양쪽이 틀어지게 된 것입니다.
그러자 장 회장 측과 사모펀드인 MBK와 손잡고 주식 매수를 통해서 지분을 더 확보하려고 합니다.
경영권을 잃게 될 위기에 놓이자 최 회장 측의 고려아연은 이번에는 자사주 매입이라는 방법으로 방어에 나섰습니다.
[앵커]
아직 승부가 안난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서로 주식매수 가격을 높이다보니 한 달 전 주가는 53만원인데 그걸 양 쪽이 각각 83만원에 사겠다고 판돈을 걸었습니다.
눈치를 보면서 판돈을 더 올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미 도합 6조원이 판돈인데 더 커질 수있는 것입니다.
[앵커]
돈만 건게 아니라 소송전과 여론전도 치열한데요. 일각에서는 국가기간산업이 해외로 매각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기자]
그건 장 회장과 MBK를 비판하는 주장인데, 울산시장 등 일부 정치인들도 같은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장 회장 측의 MBK는 경영권을 확보한 뒤에 고려아연을 매각해서 차익을 노릴 가능성이 있는데 중국에 파는게 아니냐는 것입니다.
팔지 않더라도 큰 돈을 들여 경영권을 얻은 만큼 강도높은 구조조정으로 고용불안이 우려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MBK 부회장은 "투자자 중 중국 연기금 지분이 5%에 불과하고 중국업체에 매각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먹튀 가능성에 대해서도 10년을 보고 있다면서 "구조조정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반대로 최 회장 측도 자사주 발행을 놓고 비판에 직면해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서 자사주 매입이라는 방법을 썼는데요.
최 회장 측인 고려아연 회사가 직접 자기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것입니다.
문제는 고려아연은 개인 소유가 아니라 다른 주주들이 있는 상장회사라는 점입니다.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회삿돈이 사용된다는 배임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습니다.
특히 지금처럼 주가가 급등했을때 자기주식을 사면 회사는 손해가 아니냐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사주 매입에 대해서 가처분도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일단 이 가처분을 기각했습니다.
최 회장과 연합한 세력의 한 관계자는 자사주 취득은 전체 주주의 이익이 되는 면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앵커]
이 싸움에서 과연 누가 이길까요?
[기자]
이제는 양쪽이 동원하는 자금력의 싸움이 됐습니다.
고려아연의 주주 중에는 최 회장 우호지분인 영풍정밀도 있는데, 이 영풍정밀의 지분을 놓고도 치열한 매수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양쪽이 제기한 여러 소송도 변수가 될것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이기더라도 막대한 이자 부담이나 투자자에 대한 상환을 걱정해야 하는 상처뿐인 승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앵커]
이번 사건이 재벌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기자]
전문가 중에 이번 사태의 긍정적 효과도 없지 않다는 주장도 초기에 있었습니다.
큰 돈을 들여 소액주주들의 주식을 사는 건 소액주주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게 단기 경쟁으로 끝나서 한 쪽이 이기고 나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사태를 마무리지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주목해야합니다.
고려아연처럼 지배구조에 취약한 부분이 있는 재벌기업은 상당히 많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이번 사건은 재벌구조의 커다란 변화의 시발점일 수도 있습니다.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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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기 기자 (waiti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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