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인이 먹는 음식 중 빵이 금지된 이유

손인하 기자 2024. 9. 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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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헌치 요리대회에서 우승한 음식. 페이스북 Northeast Arkansas Career and Technical Center 제공

○ 우주인의 식사를 만들자

음식을 만드는 중인 학생들. 페이스북 Northeast Arkansas Career and Technical Center 제공

● 우주인의 영양과 맛을 동시에

지난 4월 17일 미국항공우주국(NASA) 랭글리 연구소에서 NASA 헌치 요리대회 결승전이 열렸습니다. NASA 헌치 요리대회는 전 세계 고등학생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있는 우주인이 먹을 요리를 만드는 대회입니다. 고등학생에게 우주 음식을 알리려는 취지로 2018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습니다. 

대회에 참가하려면 먼저 음식의 요리법과 장점이 적힌 보고서와 영상을 제출해야 합니다. 결승에 오른 10개의 팀은 현장에서 2시간 동안 음식을 만들어요. 그리고 우주인과 세계 요리사협회 회장 등 총 23명의 심사위원 앞에서 음식을 평가받습니다.

우주에서는 지구와 달리 질량이 있는 물체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인 중력이 약해요. 아래로 잡아당기는 힘이 없어 우리 몸의 혈액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기 어렵습니다. 혈액 순환이 안 돼 얼굴이 붓고 코가 막히고 냄새도 잘 느껴지지 않아요. 지구에서 먹던 음식을 그대로 우주에서 먹으면 음식이 싱겁게 느껴져요. 그래서 음식의 맛과 향이 아주 강해야 합니다. 

 2018 NASA 헌치 요리대회에서 우승한 닭고기 음식을 먹는 우주인들. NASA 제공

또 중력이 없어 붕 떠다니는 음식의 부스러기가 여기저기 퍼지지 않게 음식은 촉촉해야 합니다. 올해 대회의 주제는 야채가 들어간 아침 식사를 만드는 것이었어요. 단 음식의 전체 kcal(칼로리)는 150~350kcal, 지방은 12g, 나트륨은 250mg 미만, 섬유질은 최소 1g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NASA 헌치 요리대회의 앨리슨 웨스트 오버 매니저는 "우주에서는 운동량이 부족해 근육량이 지구보다 20% 줄어든다"고 말했어요. 이어 "무중력 상태에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도 많이 쓰기 때문에 영양 조건을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슬로베니아의 BIC 류블랴나직업학교 팀이 만든 보리와 두부 죽. BIC 류블랴나직업학교 제공

올해 대회 우승은 미국 노스이스트기술학교 학생들이 만든 '샤크슈카 스크램블'이 차지했습니다. 토마토 소스에 달걀을 넣어 만든 이스라엘 전통 음식이에요. 2, 3등은 텍사스 주의 노스사이드고등학교팀이 만든 '스킬렛'이, 슬로베니아의 BIC 류블랴나 직업학교 팀이 만든 '보리와 두부 죽'이 선정됐습니다. 우승한 요리는 우주에서 먹을 수 있도록 포장해 ISS에 있는 우주인들에게 보내집니다.

○ 우주 음식, 무엇이 다를까?

동결 건조한 뒤 포장된 우주 음식. 퍼블릭 도메인 제공

● 우주에서 빵이 금지된 이유는?

1965년 우주선 제미니 3호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우주인 존 영이 쇠고기 샌드위치를 몰래 우주에 가져간 것이 문제였어요. 영이 샌드위치를 먹자마자 중력이 없는 우주선 안에서는 빵 부스러기가 퍼져 떠다녔어요. 이 사건으로 우주에는 빵, 후추 등 가루가 날릴 수 있는 음식은 가져갈 수 없게 됐습니다. 

아주 작은 부스러기라도 우주선의 틈새에 들어가면 우주선이 고장 날 수 있기 때문인데 정 샌드위치를 먹고 싶다면 얇은 토르티야 위에 재료를 올리고 접어 먹어야 합니다. 

(왼쪽부터)아스파라거스가 포장된 진공팩에 정수기로 물을 넣고 있다, 통조림으로 된 우주 음식. / 유튜브 채널 NASA Johnson, Adam Ragusea영상 캡처

우주 음식은 영의 샌드위치처럼 흩어지지 않도록 튜브나 팩 안에 넣어 포장돼요. 한입에 짜거나 떠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팩 안의 음식은 동결 건조되어 있습니다. 보관과 운반을 편하게 하기 위해 수분을 빼서 말린 거예요. 팩 안에 따뜻한 물을 넣으면 음식이 서서히 녹습니다. 그러면 팩을 살짝 찢어 숟가락으로 퍼먹으면 돼요.

우주인이 동결 건조된 음식을 먹는 또 다른 이유는 비용 때문입니다. 로켓에 음식을 싣고 가려면 음식 1kg당 약 2000만 원의 비용이 들어요. 우주인 1명은 매일 약 1.83㎏의 음식을 섭취해야 해요. 지구에서 화성까지 가는 데는 3년 정도가 걸립니다.

우주인 1명이 지구에서 화성으로 가는 데만 최소 2003㎏의 음식이 필요한 셈이에요. 그래서 한 번에 최대한 많은 음식을 가져가기 위해 음식을 동결 건조시켜 질량과 부피를 줄이는 것입니다.

붕 뜬 푸딩을 먹으려는 우주인. 유튜브 채널 NASA Johnson 영상 캡처

우주 음식은 만드는 데도, 포장하는 데도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계속 개발돼야 합니다. 우주 음식이 단순히 우주인에게 영양분을 공급하기만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에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처럼 음식은 우리 기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지난 2008년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는 "우주로 특별히 보내온 음식에는 '치료용'이라는 이름표가 붙는 것도 있다"며 "그만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우주인의 정신 건강에 중요하다"고 전했습니다.

○ 미래의 우주 음식은?

우주인 제시카 왓킨스(왼쪽)와 밥하인스가 물과 공기 기반으로 식물을 재배하는 방법을 조사하고 있다. NASA 제공

● 달에 식물을 직접 기르자

지난 4월 NASA는 2026년 9월 우주인 4명을 태우고 달에 착륙할 예정인 아르테미스 3호에 달에서 식물이 어떻게 자라는지 관찰하는 실험 장치와 실험실을 실어 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달에 실험실을 설치해 오리 풀 등의 식물을 심는다는 계획이에요. 식물을 심는다면 ISS가 아닌 천체에 직접 식물을 심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인류가 우주에서 살기 위해선 우주의 환경에 맞춰 식물을 키울 수 있어야 합니다. 지구에서 우주로 보내지는 음식의 유통기한은 최대 1년 6개월이에요. 기한이 지날 때마다 음식을 보내기에는 비용도 음식의 양도 제한돼 있어 어렵기 때문에 위성이나 행성에 직접 식물을 재배하려고 합니다. 

다만 우주에서 식물을 기르기가 쉽진 않아요. 우주에는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이산화탄소와 물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또 지구에서 1년간 받는 방사선을 달에선 하루에 다 받을 만큼 방사선이 세서 식물이 금방 시들어요. 김재연 경상국립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우주인이 내뱉는 이산화탄소 등 있는 자원을 재활용해 한정된 시설에서 최대한 많은 작물을 재배하는 게 숙제"라고 설명했습니다.

ISS에서 우주인들이 미생물 배양 슬라이드로 배양 중인 미생물. NASA 제공

● 미생물이 음식이 된다고?!

미생물로도 우주 음식을 만들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아주 작은 생물인 미생물은 수가 많고 밝혀지지 않은 점도 많아요. 특정 미생물은 척박한 환경을 견디고 매우 빠른 속도로 자라서 이를 활용하면 인류의 먹거리를 늘릴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핀란드의 푸드테크 기업인 솔라푸즈는 미생물에게 공기를 먹여 대체 단백질을 만드는 공장을 열었습니다. 미생물로 우주 음식을 만들면 우주선에 실릴 식량의 질량을 최대 59%까지 줄일 수 있어요.

또 미생물 공장으로 우주에서도 쉽게 음식을 만들 수 있어요. 애덤 아킨 미국 UC버클리 생명공학과 교수는 "미생물 공장이 있으면 우주인 20명이 자원을 걱정하지않고 화성을 탐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고려대학교 식품공학과 이민석 교수는 "우주에서 도움이 될 미생물이 무엇일지 충분히 연구되면 미생물도 하나의 귀중한 음식 자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관련기사
어린이과학동아 9월 1일, 우주에선 뭘 먹을까…우주음식

[손인하 기자 cown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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