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매출 8000억원 코오롱스포츠, 50년의 기록을 '자연'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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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그린 에너지Evergreen Energy를 제목으로 한 전시가 있더군요. 에버그린, 제가 좋아하는 단어예요. 냉큼 용산 레이어20 스튜디오를 찾아갔죠.
용산 원효로, 베이지색 벽돌의 6층 건물. 과연 전시장인가, 싶게 낡은 건물이에요. 그런데 1층의 검은 암막을 젖히고 전시장에 들어선 순간!
갑자기 울창한 숲이 펼쳐져요. 쭉쭉 뻗은 전나무들 사이로, 흙과 나무껍질로 뒤덮인 오솔길이 펼쳐져요.
나뭇잎 사이로 빛이 새어 나오고, 어디선가 안개가 피어올랐죠. 피톤치드 향이 훅 밀려들었고요. 어느 새벽녘, 깊은 숲에 들어온 것 같아요. 이 기획… 뭐죠?
전시의 주인공, 코오롱스포츠예요. 맞아요, 익숙한 그 아웃도어 브랜드입니다. 50주년을 맞아 7개월 동안 이 전시를 준비했다더군요.
브랜드 연 매출 8000억원 돌파를 앞두고, 내년은 1조원 매출을 노리는 코오롱스포츠.
5년 전만 해도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해요. 반대로 위기의식이 강했다는 겁니다. 2018년만 해도 연 매출이 4200억원이던 이 브랜드, 불과 5년 사이 어떻게 성장했을까요?
반전의 이야기는 늘 흥미롭죠. 한경애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하 코오롱FnC) 부사장과 브랜드의 상품·마케팅 전략가들을 만났습니다.
질문 : 아웃도어의 오리진은 무엇인가
코오롱, 무슨 뜻인지 아시나요? ‘코리아 나일론Korea Nylon’에서 앞뒤 글자를 딴 단어예요. 맞습니다. 코오롱은 원래 나일론을 만들던 회사였어요.
코오롱스포츠는 그 회사의 기술을 상징하는, 국내 최초의 아웃도어 브랜드였죠. 1973년에 탄생했어요.
한국 최초의 나일론 아웃도어 재킷(1973년), 최초의 등산용 백팩(1975년), 최초의 다운재킷(1978년)을 모두 코오롱스포츠가 만들었습니다.
아웃도어 패션 시장이 끓어오르던 때, 2014년까지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7조원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아저씨 옷’이라 불리기 시작하면서, 2018년 2조원 규모로 줄어들었죠.
코오롱스포츠도 고전을 면하지 못했어요. 2019년, 코오롱스포츠는 위기감 속에 총괄을 교체합니다. 한경애 부사장으로요.
한경애 부사장, 한 달간의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생각한 ‘아웃도어의 오리진은 뭘까.’라는 질문을 떠올렸습니다.
“순례길 여행객은 옷을 여러 벌 챙길 수 없으니, 한 벌의 옷이 나를 얼마나 잘 지켜주는가, 그게 생명과 연결되는 것이었어요. (…) 자연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것. 그게 아웃도어 패션의 본질인 거예요.”
_한경애 코오롱FnC 부사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다양한 자연 환경으로부터 인간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 이 정의는 코오롱스포츠 리브랜딩의 방향타가 됐습니다.
보통 리브랜딩을 할 땐 타깃 고객을 재정의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코오롱스포츠는 세대를 초월한 브랜드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대요.
“기존의 브랜드 이미지가 올드old했던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젊은 브랜드가 돼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죠. 아웃도어는 ‘에이지리스age-less’ 브랜드가 돼야 하거든요. 본질에 집중하면 트렌드도, 고객 연령대도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_양선미 코오롱스포츠 기획팀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해답 : 자연으로 가는 길엔, ‘나이’가 없다
자연과 인간. 브랜드의 본질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 코오롱스포츠. 리브랜딩을 앞두고 ‘자연’의 사전적 정의부터 확인했어요.
‘스스로 생명력을 갖고 존재하는 것.’ 그리고 브랜드의 미션을 정립합니다. “자연으로 가는 일을 돕는다.”
2019년 리브랜딩을 결심하며, 조직 문화 혁신과 함께 ‘시그니처 상품 개발’에 집중합니다.
우선 상품 전략을 바꿨어요. 대표적으로 ‘꽃무늬 티셔츠’를 앞에 내세우지 않기로 해요. 매년 수천 장씩 팔리며 매출을 견인하던 제품이었죠. 하지만 이런 제품이 늘면서 브랜드의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있다고 느꼈대요.
“코오롱스포츠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아니에요. 자연으로 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여기에 집중한 상품을 내야 했어요. 그래야 지속 가능한 브랜드가 된다고 봤어요.”
_김정훈 코오롱FnC 상무(디지털마케팅실 총괄), 롱블랙 인터뷰에서
겨울 주요 의류 라인이었던 다운 재킷 ‘안타티카’의 신상품도 내지 않을 정도로 개발에 몰두했죠.
트렌드에 골몰하기보다, 아웃도어 활동가들에게 뭐가 필요한지 묻기 시작했어요. 직원들은 브랜드 옷을 입고, 직접 산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전체 제품 가짓수도 줄였어요.
“패션계는 관행적으로 옷을 너무 많이 만듭니다. 진짜 잘 팔릴 옷이 뭔지는 사실 모두 알거든요. 주력 제품을 돋보이게 하려고, 좀 덜 돋보이는 옷을 함께 만들죠.
안 팔릴 옷을 만드는 건 환경을 해치는 일이잖아요. 이걸 없애기로 했어요. 꼭 팔릴 옷만 만들자고 했죠.”
_한경애 코오롱FnC 부사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트렌드를 위한 기술은 개발하지 않는다
고객 눈에 들기 위한 R&D 원칙은 한 가지. 공을 들일 수 있는 만큼 연구하는 것이었어요.
“1년 내내 시간과 싸웠어요. 수백 개의 조건을 실험하면서 안타티카를 완성했죠. 그랬더니 출시할 때 두렵지 않더군요. 준비가 돼있었으니까요.”
_양선미 코오롱스포츠 기획팀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궁금해집니다. 사실 다운재킷을 입고 남극 갈 일은 거의 없잖아요. 대부분 가볍게 산을 오르는 정도죠. 이 정도의 R&D가 과연 필요할까요?
R&D 총괄 김정훈 코오롱FnC 상무는 “그럼에도 적정 기술과 원천 기술은 다르다”고 말하더군요.
적정 기술은 지금 딱 팔리기 좋은 상품을 위해 기존 기술을 조합하는 것이죠. 원천 기술은 소재의 근본을 파고들어요. 가장 앞선 미래 기술을 선점하는 싸움이죠.
2021년 코오롱스포츠는 별도 R&D팀을 만들었습니다. 연구실은 역삼동 본사 옆 빌딩 지하에 마련했죠.
이곳에선 산 뿐 아니라 악천후의 바다까지 견딜 수 있는 의류, 보온성을 넘어 초경량으로 휴대성까지 높인 옷을 개발하고 있어요.
좋은 기술은 더 지속 가능한 옷을 만드는 데도 필요합니다. 2022년 코오롱스포츠는 ‘모노 머티리얼Mono Material’ 기술을 구현합니다.
옷 한 벌을 단 하나의 소재로 만드는 거예요. 안감과 단추, 지퍼와 마감재 모두를 나일론으로 통일했죠. 고도의 나일론 가공 기술 덕에 가능했어요.
왜 하나의 소재만 쓰냐고요? 의류 재활용 때문입니다. 보통 옷에는 다양한 소재가 섞여 있잖아요. 100% 재활용할 수 없어요.
옷이 버려질 일 없게 만드는 것. 버려지는 소재로 옷을 만드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고민인 셈이에요.
50주년 : 팔려고 하지 말고, 감각하게 하자
본질을 찾고 나면, 다음은 무엇일까요. 설명하는 게 아닙니다. 본질을 느끼게 하는 거죠. 이번 50주년 전시가 대표적입니다.
역사의 기록을 풀 것, 하지만 설명하지 않을 것. 그렇게 ‘에버그린 에너지’라는 제목의 전시가 탄생했죠. ‘한결같다’는 에버그린의 뜻처럼, 무한히 지속될 힘을 떠올리며 전시명을 지었습니다.
‘학습보단 감각’. 이를 위한 공간으로는 용산의 레이어20 스튜디오를 선택했어요.
1층을 브랜드를 느끼는 공간으로 만들었다면, 2층은 브랜드를 이해하는 공간이었어요. 상록수 로고를 형상화한 ‘솟솟터널’을 만들었습니다.
여섯 갈래로 뻗은 가지는 각각 브랜드 역사를 보여주는 방이 됐어요. 1973년에 출시된 나일론 재킷을 만져보고, 역대 로고 와펜을 구경하다 두 개를 골라 가져갈 수도 있었죠.
“공부가 아니라 체험을 하는 공간이 되길 바랐습니다. 요즘 잘 팔리는 제품이 아니라,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제품들을 보여줬고요.”
_남지원 코오롱스포츠 마케팅 파트리더, 롱블랙 인터뷰에서
에버그린 : 작은 울림의 반복은, 뚝심이 된다
사실 코오롱스포츠, 하나의 패션 브랜드잖아요. 그런데 왜 이렇게 사회적 메시지에 집중하는 걸까요?
“옷이란 건 결국 사람들의 생활 속에 있는 거잖아요. 패션이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면 생명력을 잃습니다. 끊임없이 사회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바라봐야 하죠.”
_한경애 코오롱FnC 부사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그렇다면 한발 앞서 사회 변화를 읽는 건 어떻게 가능할까요?
“늘 관찰합니다. 시장 조사를 위해 해외를 나가잖아요. 뉴욕, 도쿄, 런던… 저는 패션 매장만 구경하지 않아요. 이 도시의 사람들은 어떻게 생활하는지 봅니다.
커피 대신 블렌딩 티를 마시는 모습, 전기차를 타면서 경유 차를 비난하는 모습을 주의 깊게 보죠. 그리고 사회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생각합니다.”
_한경애 코오롱FnC 부사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코오롱스포츠에도 ‘지속가능성’은 큰 화두예요. 새로운 매장을 낼 때 버릴 자재를 만들지 않습니다. 문 닫는 매장에서 자재를 떼어내 다시 조립하죠.
자재를 재활용한 매장, 오히려 돈이 더 많이 듭니다. 팀원들조차 가끔은 “비용이 걱정된다”며 반대한다고 해요.
“인식이 바뀌어야 해요. 돈을 아끼려고 재활용하는 게 아니에요. 환경을 지키려고 재활용하는 겁니다. 환경을 지키는 일에는 원래 돈이 듭니다.
돈을 써서라도 환경을 지켜야죠. 멋진 옷만으로는 오래가는 브랜드가 될 수 없어요. 신뢰를 줘야 오래가는 브랜드가 됩니다.”
_한경애 코오롱FnC 부사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코오롱스포츠의 다음 목표는 뭘까요. 다음 50년, 그러니까 ‘100년 브랜드’를 위한 오리진을 찾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목적에 따른 기능성 제품군을 늘리고 있어요. 트레일 러닝과 초경량 백패킹 라인, 낚시에 필요한 옷과 장비를 만드는 브랜드(웨더몬스터)가 그 주인공이죠.
“자연에 더 집중하려고 합니다. 과거엔 자연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브랜드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죠. 지금은 자연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자연이 없으면 아웃도어 옷도 필요가 없으니까요. 더 많은 이들이 아웃도어를 즐길 수 있으려면, 결국 자연을 보호해야 하죠.”
_김정훈 코오롱FnC 상무, 롱블랙 인터뷰에서
자연이 있어야 아웃도어 패션이 있다. 왜 코오롱스포츠가 오리진을 파고든다고 했는지, 이제 좀 이해가 됩니다.
⛰️위드 롱블랙 노트 - 코오롱스포츠 : 연 8000억 매출의 50년 아웃도어 브랜드, 오리진을 말하다
유명 브랜드가 가진 흥미로운 이야기, 롱블랙 브랜디드 콘텐츠에서 무료로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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