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노조 "'응급실 뺑뺑이'는 사실 '전화 뺑뺑이'...미칠 지경"

이현주 2024. 9. 19. 14: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 응급의료체계가 일정 수준 유지될 수 있었다"고 평가한 가운데,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소방노조)는 "연휴 이후에 응급실 대란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응급의료기관의 의료자원이 부족할 경우 진료를 거부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 정부 지침 등이 의료 대란을 더 심화시킬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러나 김 처장은 정부가 최근 일선 병원에 전달한 '진료 거부 면책 지침' 때문에 연휴 이후 응급실 대란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봤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소방노조 "추석 연휴 이후 응급대란 지속"
정부 15일 '환자 진료 거부 면책 지침' 전달
"환자-응급실 사이 낀 구급대원 업무 가중"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오후 서울 시내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로 환자와 보호자 등이 지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 응급의료체계가 일정 수준 유지될 수 있었다"고 평가한 가운데,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소방노조)는 "연휴 이후에 응급실 대란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응급의료기관의 의료자원이 부족할 경우 진료를 거부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 정부 지침 등이 의료 대란을 더 심화시킬 것이라는 진단이다.

김동욱 소방노조 사무처장은 1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추석 연휴 기간에는 정부가 대책을 많이 마련해 그런 대로 잘 넘어간 것 같다. 하지만 그 이후가 더 심각해지지 않나 그렇게 예상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처장은 "전공의들이 떠난 자리에서 의료진이 고군분투하고 있고, (의료진의) 체력이 거의 바닥이 났을 정도라고 생각한다"면서 "추석 이후에도 응급실 포화 상태가 계속될 것에 대해 조금 우려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추석 연휴 응급의료체계 유지"

앞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8일 브리핑을 통해 추석 연휴 응급의료기관 운영 상황에 대해 "다른 명절 연휴와 비교해 문을 연 의료기관은 증가했고, 응급실 내원 환자는 경증 환자 중심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또 "응급실 의료진이 감소한 상황이었으나 의료진께서 현장에서 쉴 틈 없이 헌신해 주신 결과 연휴 기간에도 응급의료체계가 일정 수준 유지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추석 연휴 기간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김 처장은 정부가 최근 일선 병원에 전달한 '진료 거부 면책 지침' 때문에 연휴 이후 응급실 대란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봤다. 보건복지부는 15일 환자를 봐줄 의료 인력이나 시설, 장비가 부족해 적절한 응급의료 행위를 할 수 없는 경우에 정당한 진료 거부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명시된 '응급의료법상 진료 거부의 정당한 사유 지침 안내' 공문을 전국 17개 시도와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료계 주요 단체에 보냈다. 응급의료기관에서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진료를 거부해도 의료진에게 그 책임을 묻지 않게 되는 셈이다.

김 처장은 이에 대해 "지금도 (진료 거부를) 하고 있는 사항에 대해 (정부가) 명확하게 면책 지침을 시달했다고 보인다"면서 "안 그래도 병원 선정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구급대원들의 어려움이 조금 더 가중될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응급실 뺑뺑이가 아니라 전화 뺑뺑이?

김 처장은 환자가 진료를 거부당해 의료기관 여러 곳을 전전해야 하는 상황을 일컫는 '응급실 뺑뺑이'가 사실은 구급대원의 '전화 뺑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교통사고로 응급환자가 발생했고 신속히 적절한 병원으로 구급차가 출발해야 되는데, 실상은 병원에 전화를 해서 받아줘야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장에서 병원 선정하느라 (출발이) 5분, 10분 (지연되고), 더 이상 구급차가 출발을 못 하고 있고 사고 현장에 있는 시민들은 '왜 구급차가 출발하지 않느냐', 보호자는 '빨리 가자'고 하는 이런 상황에서 구급대원들이 얼마나 속이 타겠느냐"면서 "정말 미칠 지경"이라고 힘줘 말했다.

추석 연휴인 17일 오후 강원 춘천시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서 119구급대원들이 응급환자를 이송한 뒤 입실을 기다리고 있다. 춘천=연합뉴스

'전화를 돌릴 것이 아니라 바로 응급실로 가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처장은 "전화 없이 인근 병원으로 가면 병원에서 '전화도 없이 왜 왔냐'고 한다"면서 "병원에 접수되는 순간부터 병원에서 책임져야 하는 구조라 더욱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곤 "여러 가지 사유로 (진료가) 거부되면 또다시 병원을 알아보고 재이송해야 되고, 더 시간이 지체될 수도 있고 책임 소재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처장은 "전국 대부분 시도 구급대원들이 잦은 출동, 장거리 이송, 지금 현 사태(의료대란)와 맞물려 식사를 못 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사비를 들여 식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