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비정규직 등 ‘노동’ 이야기하는 작품 늘어[2026 경향 신춘문예]

2026 경향신문 신춘문예는 전체적으로 우수한 작품이 많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설과 시 모두 비정규 노동, 산업 재해 등 노동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이 예년에 비해 많았다. 문학 평론은 시를 다룬 비평이 늘었다.
올해 응모작 수는 지난해보다 상당히 늘었다. 최근 2~3년간 신춘문예 응모작은 매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소설이 839편, 시가 5909편, 평론이 34편으로 집계됐다. 소설은 지난해보다 132편, 시는 2289편, 평론은 4편 증가했다. 주된 응모자층은 1990년대생이었으며, 70대 이상 고령 응모자를 포함해 10대 응모자들도 눈에 띄었다. 미국과 독일, 스위스 등 해외에 거주하는 이들의 도전도 여전했다.
심사는 올해도 시·소설·문학평론 전 부문에서 예·본심 통합으로 진행했다. 인적 사항이 적힌 별지를 떼어 따로 보관하고, 작품 본문 원고만 심사위원단에 전달해 심사에 공정성을 기했다. 소설 부문은 김미월·김홍·전성태·정지아 소설가(이하 가나다 순), 이소 평론가가 심사를 맡았으며, 시 부문은 박준·진은영·황인숙 시인·이경수 평론가가 문학평론 부문은 양윤의·차미령 평론가가 심사했다.
소설은 일정 수준에 도달한 작품이 많았다. 김미월 소설가는 “앞에 한두 장 보고 던질 소설이 별로 없었다”며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했다. 완성도가 고른 반면, 깊이 있게 치고 들어간 소설은 많지 않았다. 정지아 소설가는 “저 멀리서 안전한 거리감을 계속 확보하고 있는 듯한 소설들이 많았다. 이제 어딘가에 깊숙이 들어갈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인가. 읽는 사람으로서는 되게 감질 났다”고 말했다. 김홍 소설가는 “삶에 대한 느슨한 관찰을 하는 소설들인데, 이런 작품들은 잘 쓰지 않으면 구멍으로 느껴진다”며 “느슨함 속에서 중요한 정서를 돋보이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작품들이 소환하는 장소와 직업의 변화도 두드러졌다. 이소 평론가는 “예술가 소설에서 예술 하는 이들의 직업이 과거에는 소설가나 편집자였다면 이번엔 웹소설, 웹툰 작가가 많았다”고 말했다. 전성태 소설가는 “주요 공간으로서 빵집이 굉장히 많이 나와 놀랐다”고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디저트 문화가 유행하고 있는 것이 소설에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주제면에서는 최근 몇 년간 두드러졌던 페미니즘이나 비인간 존재에 대한 것보다는 산업재해 등 노동의 문제에 집중한 것들이 많았다.

시는 비정규 노동, 가난, 주거불안 등 주제로 한 글들이 많았다. 다만 이 같은 주제들이 개인을 넘어 사회로 확장되는 모습은 발견하기 쉽지 않았다. 황인숙 시인은 “우크라이나와 가자 지구에서 벌어지는 전쟁,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등 전 세계에 다양한 일이 있었으나 이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없었던 것이 아쉽다”며 “노동 역시 사회적 메시지로 확장하려는 목소리보다는 일을 하며 살고 있다는 느낌의 것들이라, 젊은이들의 삶이 다른 것들을 신경 쓸 수 없이 팍팍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응모작의 전체적인 수준은 높았다. 박준 시인은 “응모작 전체의 점수를 따지자면 총점은 높았다. 다만 심사위원들 사이에 완전히 상반된 평가와 감회를 갖게 하는 작품들이 없었다. 누가 봐도 비슷한 평점을 줄 수 있는 시들이 많았는데, 이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모르겠다. 적당히 아름다운 것들이 많았다”고 했다.

문학평론은 지난해에 이어 시를 다룬 평론이 많았고 작가론이 많았다. 양윤의 평론가는 “성해나같은 젊은 작가부터 황인찬, 박상영처럼 활동이 많은 작가들에 이어 하성란, 조해진 등 응모작이 다루는 작가들의 스펙트럼이 넓었다”고 말했다. 차미령 평론가는 “주제에서는 정동론, 퀴어론, AI 알고리즘론, 그리고 파국론이 여전히 많았다”며 “낯설게 느껴지는 논의가 많지는 않아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다만 파국을 다루는 글들에서 변화가 느껴졌다. 양 평론가는 “(파국의) 선언 이후를 생각하려는 논의가 시와 함께 테마적으로 여럿 읽혔다”면서도 “지나치게 선언적인 것”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 평론가는 “인간이 얼마나 아무 힘이 없는 존재인지 (젊은 세대들에게) 학습이 됐구나 체화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당선작은 심사평과 함께 내년 1월1·2일자 지면에 게재된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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