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모를 만성 두드러기 치료는 ‘증상 조절’ [오윤환의 느낌표 건강]
(시사저널=오윤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만성 두드러기는 6주 이상 지속되면서 삶의 질 저하를 초래하는 피부질환이다.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갑작스럽게 나타나고 사라지는 팽진(두드러기)과 혈관 부종이다. 팽진은 가려움과 함께 붉게 융기된 병변으로 크기와 모양이 다양하고 보통 24시간 안에 사라진다. 혈관 부종은 피부 깊은 층의 부종으로 주로 입술·눈꺼풀·손발 등에 나타나고 통증을 동반할 수도 있다.
국내 만성 두드러기 유병률은 약 3%로 추정되며 150만 명 정도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이 남성보다 약 1.5배 더 많고, 주로 20~40대에서 잘 발생한다. 또한 도시 지역 유병률이 농촌 지역보다 높게 나타난다. 이는 환경적 요인과 의료 접근성의 차이 때문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복잡한 면역학적 기전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병리 기전으로 우선 비만 세포 활성화가 있다. 피부 비만 세포가 활성화되면 히스타민 같은 염증 매개 물질이 방출된다. 그래서 혈관 확장, 혈관 투과성 증가, 신경 말단 자극이 일어나 두드러기와 가려움증이 발생한다.
자가면역질환, 만성 두드러기 위험 높여
자가면역 반응도 있다. 일부 만성 두드러기 환자에게서 면역글로불린E(IgE)에 대한 자가항체가 발견된다. 이러한 자가항체들이 비만 세포를 자극하거나 보체계를 활성화해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보체계는 면역 시스템의 일종이다. 만성 두드러기에서는 이러한 보체계의 비정상적 활성화가 관여할 수 있다. 이 밖에 지속적인 염증 반응이 피부를 '민감하게' 만들어 더 쉽게 두드러기가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한다.
이 같은 만성 두드러기는 여러 가지 기저질환과 연관성이 있다. 갑상선 질환, 루푸스, 류머티스 관절염 같은 자가면역질환은 만성 두드러기 위험을 높인다. 이는 자가항체 생성 증가를 유발하고, 이러한 자가항체들이 비만 세포를 자극하거나 보체계를 활성화할 수 있다. 최근 헬리코박터균·간염 바이러스·기생충 감염 등이 만성 두드러기와 연관된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그리고 식상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정신적 스트레스가 생각보다 중요한 요소로 지목된다. 스트레스로 신경전달물질(신경펩타이드)이 증가해 비만 세포를 활성화한다. 스트레스로 인해 호르몬(코티솔) 분비가 증가하면 면역 조절 기능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정 식품 첨가물이나 아스피린·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NSAIDs) 같은 약물이 비만 세포를 자극하거나 염증 매개 물질 생성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 그 밖에 온도 변화·압력·자외선 같은 물리적 자극이나 유전적 소인 등이 위험요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단은 주로 임상적 증상과 병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지지만 원인을 찾고 다른 질환을 배제하기 위해 신체 검진을 통해 팽진과 혈관 부종을 확인하고 혈액검사나 자가항체검사(항핵항체·갑상선 자가항체) 등을 통해 확인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특정 IgE 항체검사나 피부단자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만약 두드러기 양상이 비전형적인 경우에는 조직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만성 두드러기의 대부분은 특정 원인을 찾기 어려운 특발성 질환이다. 따라서 광범위한 검사보다는 증상 조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만성 두드러기 치료는 단계적인 접근법을 따른다. 단계별로 2세대 항히스타민제·오말리주맙·사이클로스포린 등 약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오말리주맙은 만성 두드러기 치료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약으로 적절한 시기에 잘 사용하면 증상 조절뿐만 아니라 삶의 질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된다. 또한 만성 두드러기 환자에게는 아스피린이나 NSAIDs에 대한 과민반응이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러한 약물을 사용할 때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만성 두드러기는 평생 지속되는 경우는 드물고 지속적으로 치료하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좋아진다. 다만 여러 차례 반복되는 두드러기는 정확한 평가를 위해 전문 의료진과 상담할 것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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