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MR, 기술은 있는데...” 산업화 문턱서 기업들이 던진 질문은?
“R&D 넘어 인허가·PPA·금융 연결해야 해외진출 가능” 한목소리
[수소신문] "기술개발만 지원해서는 SMR 산업생태계가 완성될 수 없다."
21일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차세대 SMR 생태계 구축 전략 컨퍼런스'의 문제의식은 이 한마디로 모아졌다. 원자로 기술을 개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 발주와 건설, 전력 판매, 해외 수출로 이어지는 '첫 번째 사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전면에 나선 SMR 공급망
그동안 국내 SMR 정책은 정부 연구개발과 공공 연구기관의 원자로 설계기술 확보가 중심이었다. 이날 현장에서는 이 같은 구조를 민간 주도형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정부가 원자로를 개발한 뒤 기업에 기술을 넘기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이 시장과 사업모델을 제시하고, 연구기관이 기술과 실증 인프라를 제공하는 구조로 전환하자는 구상이다.
선진원자로산업기술연구조합을 중심으로 모인 기업들도 공동 연구개발에서 실증, 사업화, 해외 진출까지 이어지는 공급망을 직접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원자로 설계사만으로는 SMR 산업을 만들 수 없는 만큼 건설과 조선, 기자재, 엔지니어링 기업이 초기 단계부터 함께 움직여야 원가와 공기, 제작 가능성을 동시에 검증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첫 호기' 없이는 수출 실적도 없다
산업계가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은 것은 국내 첫 사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제도다. 해외시장에 진출하려면 실제 건설·운영 실적이 필요하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초기 투자 위험과 불확실한 수익구조 탓에 사업을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
기존 대형원전과 다른 SMR의 특성을 반영한 인허가 체계, 안정적인 전력 판매를 뒷받침할 직접전력구매계약(PPA),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특수목적법인(SPC)과 대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 이유다. 기술개발과 실증에 성공하더라도 전력을 팔고 투자금을 회수할 시장 장치가 없다면 기업 참여를 끌어내기 어렵다.

선언보다 후속 제도가 성패 가른다
행사에서는 차세대 SMR 미래도약선언과 공동선언문 서명도 진행됐다. 참여 기관과 기업들은 핵심기술의 적기 개발과 실증 비즈니스 모델 구축, 안전규제 체계와 글로벌 표준 마련, 공급망·전문인력 육성, 공동 마케팅과 해외 네트워크 공유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송치영 선진원자로산업기술연구조합 이사장은 "SMR 특별법 시행을 계기로 현장과 의견을 나누고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하는 출발점"이라며 핵심기술 개발과 실증, 안전규제 혁신, 공급망 구축과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선언이 실제 산업으로 이어질지는 후속 조치의 속도에 달렸다. 정부 목표대로 2030년대 실증과 상용화를 추진하려면 인허가 기준과 사업 주체, 전력 구매 방식, 위험 분담 원칙을 조기에 확정해야 한다. 공급망 기업이 설비와 인력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려면 발주 시기와 물량을 가늠할 수 있는 일정표도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