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규 RP 대표 “로봇으로 안전한 세상을”
무인 도장로봇 알봇 개발
서울시 시범사업 성공적 평가
“산업재해 없는 세상 일조”
현수막 제조 업체를 운영하던 박정규 RP(로보프린트) 대표는 아파트 외벽에 페인트칠하고 있는 사람을 보자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 떠올랐다. 줄에 매달려 아슬아슬하게 일하고 있던 사람을 대신할 로봇을 만드는 일이었다. 그렇게 ‘로보프린트’라는 회사를 만들고 개발을 시작, 국내에서 처음으로 벽에 페인트칠하는 로봇 ‘아트봇(ArtBOT)’과 건물 도장 로봇 ‘피봇(P-BOT)’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기반으로 미국은 물론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협업 문의가 쏟아졌다. 미국과 싱가포르 법인까지 설립했지만, 코로나19 발발과 함께 해외에서 진행하던 모든 협업이 중단됐다. 코로나19가 한국을 휩쓸던 기간, 박 대표는 무인 노면표시 도장 로봇 ‘알봇(R-BOT)’을 개발하고 새로운 비즈니스에 나서고 있다.
박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최근 서울시 일부 구간의 도로에서 사람을 쓰지 않고 노면표시를 그리는 시범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라며 “일본 기업과 협업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알봇을 기반으로 산업재해 없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데 일조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노면표시 공사는 수작업으로 이뤄지고 있다. 도로 한가운데 표시등을 세워두고 사람이 그림 그리는 방식이다. 차가 달리는 도로에서 작업이 이뤄지다 보니 인명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고속도로 작업장 교통사고는 170여 건에 달했다. 박 대표는 “도로 일부를 차단하고 진행하는 공사는 일반 교통사고와 비교했을 때 발발할 확률도 높다”라며 “사망자도 최근 5년 50여 명에 달할 만큼 위험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노면표시 로봇은 벽화 로봇과는 또 달랐다. 도로용 페인트는 벽에 사용하는 페인트와 성분이 달랐고 노면표시에 적합한 노즐도 구할 수 없었다. 박 대표는 “노면은 평평하지 않고 굴곡이 있는데 이를 로봇이 인지해 정확한 그림을 그려야 했다”라며 “도로 좌표 변환 알고리즘, 도료 선 자동화 처리, 노면 굴곡을 감안한 평형잡기 등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상용화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알봇 개발 완료 후 지난해 11월부터 지자체를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와 진행하던 노면표시 시범사업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번 사업은 서울 서소문로 450m 구간(서소문 고가차도~시청 교차로)의 차선, 문자기호 등을 로봇을 이용해 사람을 쓰지 않고 그리는 프로젝트였다. 박 대표는 “100%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노면문자, 기호 시공을 국내 최초로 무인 도장 로봇으로 그리는 데 성공했다”라며 “빠른 작업 시간으로 교통통제 시간을 최소화했을 뿐 아니라 작업자를 줄여 산업재해 발생 확률도 획기적으로 낮췄다”라고 말했다. 특히 야간과 우천 시 발광 효과를 내는 ‘유리알’의 경우, 기존에는 사람이 직접 뿌려 균일한 효과를 내지 못했는데, 로봇을 이용함으로써 빛이 없는 상황에서도 기존보다 선명한 문자 기호를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RP는 일본의 ‘오웰’과 업무협약을 맺고 알봇 사업설명회를 개최했다. 박 대표는 “일본 역시 노면표시 공사를 수작업으로 하다 보니 사고가 잦았다”라며 “우리 기술을 보고 먼저 연락이 왔다”라고 했다. 그는 “올해 12월 일본에 시제품을 수출하고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판매에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RP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함께 사람 없이 차선을 그리는 ‘자율주행 로봇’도 개발하고 있다. 박 대표는 “2024년까지 개발을 완료하고 테스트에 나설 계획”이라며 “인명피해가 없는 산업현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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