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빠른 원메이크 레이스카들의 향연, 람보르기니 슈퍼 트로페오 아시아컵 3라운드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형태의 레이스가 펼쳐지고 있는데, 그 중에서 ‘원메이크 레이스’는 조금 특별한 것이 있다. 특정 브랜드나 특정 차종의 모델만을 대상으로 펼쳐지는 경기이고 튜닝에 제한을 두기 때문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동일한 조건 아래에서 경쟁을 펼치게 된다. 즉 차량의 성능에 따라 격차가 벌어지는 포뮬러 1이나 모토GP와 같은 경기와 달리 순수하게 선수의 실력만으로 겨룰 수 있는 것. 따라서 레이스에 입문하는 위한 관문으로도 원메이크 레이스가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원메이크 레이스는 스포츠성을 강조하는 모델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기에 스포츠카 브랜드에서는 원메이크 레이스를 개최해 자사 제품의 성능을 뽐내는 동시에 모터스포츠에 관심있는 고객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여러 원메이크 레이스가 세계적으로 펼쳐지는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빠른 원메이크 레이스가 펼쳐졌다. 람보르기니 슈퍼 트로페오 아시아컵 3라운드가 지난 7월 19일부터 21일까지 강원도 인제스피디움에서 펼쳐져 현장을 찾아 뜨거운 분위기를 직접 느껴보았다.

2009년부터 시작된 람보르기니 슈퍼 트로페오 경기는 이 경기만을 위해 따로 발매되는 슈퍼 트로페오 모델로 진행되는 원메이크 레이스다. 과거에는 가야르도 기반의 가야르도 슈퍼 트로페오로 경기가 치러졌으나, 우라칸이 출시된 후 우라칸 슈퍼 트로페오에 자리를 넘겨주고 이후로는 우라칸 업그레이드에 맞춰 레이스카 역시 진화하다가 현재는 우라칸 슈퍼 트로페오 에보 2 모델로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모든 차량이 한꺼번에 예선과 결승을 진행하지만 그 안에서도 세부 클래스가 나뉘는데, 프로, 프로-AM, AM, LC(Lamborghini Cup) 4개 클래스가 진행된다. 기본적으로 2명이 출전해 한 라운드에 2번의 레이스를 펼치는데, 프로 클래스는 FIA 기준 골드/실버 드라이버가, AM은 브론즈 드라이버가 참가할 수 있고, 프로-AM은 프로 클래스 선수와 AM 클래스 선수가 팀을 이뤄 참가하는 것이다. LC 클래스 참가자는 브론즈 젠틀맨 드라이버 중 일정 기준치 이상의 기록을 지속적으로 달성하는 경우 아마추어 클래스로 업그레이드된다.

SQDA-그릿모터스포츠 이창우 선수

올해는 총 6라운드가 개최되어 총 12번의 레이스가 진행된다. 이번 시즌에도 쟁쟁한 선수들이 참가하는데, 한국팀에서는 대표적으로 SQDA-그릿모터스포츠의 이창우 선수가 있다. 국내에서는 슈퍼레이스 GT 클래스에 출전해 포디움에도 수차례 오르는 등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으며, 지난해 처음으로 슈퍼 트로페오 경기에 참가해 AM 클래스 시즌 준우승을 차지하는 놀라운 성적으로 올 시즌에도 주목받고 있다. 이런 실력을 바탕으로 람보르기니와도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있어 람보르기니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를 비롯한 각종 람보르기니의 행사에서 치프 인스트럭터를 맡을 정도. 이 밖에도 다양한 국가와 경력의 선수들이 참가하는데, 유망주를 발굴해 육성하는 루키컵 출신은 물론이고 포뮬러 3나 포뮬러 4 등 국제급 경기에서 우승을 기록한 선수들도 다수 참가해 치열한 접전을 펼칠 예정이다.

원메이크 레이스인 만큼 차량은 앞서 설명한 대로 우라칸 슈퍼트로페오 에보 2로 펼쳐진다. 5.2L V10 엔진이 뿜어내는 출력은 620마력으로 다른 우라칸 시리즈에 비해 낮지만, 다른 차보다 100~200kg 이상 가벼운 1,270kg의 무게 덕분에 레이스에 걸맞은 강력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이러한 가벼운 무게는 차체 전반의 경량화 노력과 함께 탄소 섬유 소재의 차량 파츠를 대거 투입한 덕분이며, 후면 스포일러 역시 탄소 섬유 스포일러를 적용해 강성과 경량화, 높은 다운포스를 동시에 이뤄냈다.

스티어링 휠을 설명하는 이창우 선수
다양한 기능을 버튼과 다이얼로 조절할 수 있다

오전에 예선이 끝난 이후엔 람보르기니 고객들을 위한 특별한 시간이 마련됐다. 바로 개러지 투어로, 지금 막 주행을 마치고 정비 중인 차량을 바로 앞에서 선수의 설명과 함께 볼 수 있는 기회다. 한국 국가대표로 출전하고 있는 이창우 선수의 설명과 함께 가까이에서 차를 보니 멀찍이서 달리는 것으로만 보다가 조금 더 자세히 차량을 살펴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었다. 또한 이창우 선수의 차량에 대한 다양한 설명과 궁금증에 대한 답변을 들으면서 이 람보르기니 슈퍼 트로페오가 특별한 원메이크 경기라는 것을 한 번 더 느낄 수 있었다.

3라운드 레이스 1, 2를 모두 휩쓴 전년도 챔피언 크리스 반 더 드리프트
한국 대표인 이창우 선수는 레이스 1에서 AM 클래스 2위, 레이스 2에서 클래스 1위를 차지했다

이날 치러진 레이스 1에선 폴 포지션을 차지했던 지난 시즌 챔피언 크리스 반 더 드리프트(PRO)가 흔들림 없이 1위 자리를 끝까지 지켜내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 포디움 정상에 올랐다. 기대를 모았던 이창우 선수는 경기 중반까지 앞차와의 격차가 서서히 벌어지고 있었으나, 다른 차량이 미끄러지는 사고로 벽면에 충돌해 노면에 파편이 흩뿌려지며 세이프티 카가 발령되어 간격이 줄은 것을 기회로 다시 한 번 상위 클래스의 선수들까지 압박하기도 했으나, 경기 종료 직전 추월을 허용해 아쉽게 AM 클래스 2위로 경기를 마쳤다. 다음날 레이스 2에선 레이스 1에서 1위를 차지한 크리스 반 더 드리프트가 연속으로 1위 자리를 차지하며 챔피언의 저력을 보였으며, 이창우 선수도 AM 클래스 1위, 전체 4위의 기록으로 전날의 아쉬움을 달랬다.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 아시아 태평양 총괄 프란체스코 스카르다오니

이날 현장에는 람보르기니 아태지역 총괄 프란체스코 스카르다오니가 현장을 찾아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는 레이스 개최에 대해 “2년째 슈퍼 트로페오를 개최하고 있는데, 고객은 물론이고 잠재고객이나 팬들 모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에 모터스포츠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우리의 양산 제품에 들어가는 기술이 모터스포츠에서 가져온 것이라는 걸 이해하는데 있어서도 중요한 행사다”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모터스포츠의 중장기적 전략에 대해서는 “레이스를 피라미드로 놓고 보면 이 슈퍼 트로페오가 젠틀맨 드라이버를 위한 슈퍼 트로페오다. 고객 중 레이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레이스를 즐길 수 있는 행사고, 그 다음으로 GT3클래스와 마지막 최정점에 내구레이스 LMDh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정점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지만, 이러한 슈퍼 트로페오나 GT3 역시 잊지 말아야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국내 모터스포츠계에 조언을 부탁하자 “이런 트로페오와 같은 레이스 개최를 계속 해보는 것”이라며 “엔트리급이라 할 수 있는 슈퍼 트로페오의 앞에는 드라이빙 스쿨로 볼 수 있는 에스페리엔자나 아카데미가 있는데, 이 드라이빙 스쿨을 통해 운전하는 법을 교육받고 훈련, 경험할 수 있다. 특히 개발에 함께 참여했던 전문 인스트럭터들이 함께 타서 더 안전하고 빠르게 주행할 수 있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이런 챔피언십을 통해 레이스를 경험해보는 것이다. 슈퍼트로페오가 진행된 나라에서는 모터스포츠가 많이 발전했는데 대표적으로 중국이 그렇고 오늘도 중국 선수들이 많이 참가했다”고 소개했다.

같은 차종으로 펼쳐지는 레이스라고 해서 흥미가 떨어질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히려 같은 차종인 만큼 선수 개개인의 실력이 중요하고 사소한 실수 하나로도 순위가 크게 뒤바뀔 수 있어 더 흥미진진한 경기를 볼 수 있다. 이번 3라운드 경기에서도 치열한 순위 경쟁에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흥미진진한 경기가 펼쳐졌는데, 앞으로도 람보르기니에서 이러한 경기를 계속 이어갈 예정이니 내년 기회를 놓치지 말고 현장을 찾아 슈퍼카로 펼쳐지는 레이스만의 재미를 직접 느껴보길 바란다. 별도의 티켓 구매 없이도 현장을 방문하면 누구나 무료로 경기를 관람할 수 있으니 서킷에서의 시원한 질주를 경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