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달라지고 있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왜 국내에서 안 파냐”, “내수용이냐”며 냉소를 받았던 차가 이제는 전 세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으며 역대급 칭찬 세례를 받고 있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현대·기아의 하이브리드 SUV 라인업이다.

3년 연속 수출 1위, 조용한 역전극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자료에 따르면,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2025년 한 해 동안 무려 29만 6,658대가 해외 시장에 팔려나가며 국산 승용차 수출 1위를 3년 연속 달성했다. 그것도 현대차·기아의 쟁쟁한 모델들을 모두 제치고 이뤄낸 성과다. 전체 수출 물량의 약 90%인 26만 4,855대가 미국에서 판매됐으며, 미국 소형 SUV 세그먼트에서 약 27%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독보적인 성적을 냈다.
국내에서는 브랜드 인지도에 가려져 조명을 받지 못했지만, 미국 현지 유력 자동차 매체들은 “넓은 공간과 현대적인 기술을 놀라운 가격에 제공한다”는 호평을 쏟아냈고, 미국 시장조사기관 J.D. 파워의 ‘2025 베스트 소형 SUV’ 평가에서도 추천 TOP3에 당당히 선정됐다.

비결은 세 가지, 가격·공간·기본기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성공 비결은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첫째, 가격 경쟁력이다. 미국 시작 가격이 2만 달러 초반대로 책정돼 첫 차를 구매하는 젊은 소비자들을 정조준했다. 둘째, 동급 압도적인 실내 공간과 트렁크 용량이다. 경쟁 모델들과 비교해 한 클래스 위 수준의 공간을 제공하며 실용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셋째, 기본에 충실한 주행 성능이다. 화려한 스펙 경쟁보다 안정적이고 경쾌한 주행 질감으로 미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쌓았다. 현재 창원공장에서 전량 생산돼 북미를 포함한 전 세계 120여 개국으로 수출된다.
현대·기아도 반전, 하이브리드가 ‘신의 한 수’
반전의 주인공은 트랙스만이 아니다. 국내에서 “전기차 못 따라간다”, “디자인이 별로다”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던 현대·기아 하이브리드 SUV들이 미국에서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 됐다. 현대차·기아는 2025년 미국에서 합산 183만 6,172대를 판매하며 미국 진출 이후 역대 최다 기록을 다시 썼다. 3년 연속 신기록 행진이다. 특히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량은 전년 대비 48.8% 급증한 33만 1,023대를 기록했고, 싼타페 하이브리드·투싼 하이브리드·쏘렌토 하이브리드는 현지 딜러망에서 재고가 부족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는 ‘2026 북미 올해의 차’ 유틸리티 부문까지 수상하며 품질 경쟁력을 공식 인증받았다.

“그때 그렇게 욕하더니”… 반전의 이유
이 반전 뒤에는 철저한 시장 맞춤 전략이 있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국내보다 북미 시장의 소비 패턴을 먼저 분석해 설계 단계부터 미국 소비자 취향에 맞췄다. 현대·기아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우려 속에서도 하이브리드 라인업으로 생산 전략을 유연하게 수정했고, 이 판단이 결정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국내 소비자 시선과 해외 시장 현실 사이의 간극이 드러난 셈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소비자들의 높은 눈높이가 오히려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자양분이 됐다”고 분석한다. 한때 위기론에 휩싸였던 한국GM이 완벽하게 부활했고, 현대·기아는 미국 시장의 주류 브랜드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국산차의 반전, 이제는 칭찬받을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