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자동차·家電에 버튼이 돌아온다

이해인 기자 2024. 10. 10.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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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스크린 대신 다시 자리 꿰차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 16 시리즈에는 측면에 카메라용 물리 버튼이 하나 추가됐다. 실제 카메라의 셔터와 같은 역할로 ‘딸깍’ 하는 느낌이 나도록 해 사진과 영상을 찍는 재미를 더한 게 특징이다. 이 버튼을 살짝 누르고 좌우로 쓸어주면, 확대·축소와 조리개 조절도 가능하다. 아이폰은 작년 공개한 아이폰 15 시리즈에서는 음량 버튼 위에 ‘액션’ 버튼을 추가했는데 이로써 아이폰에는 버튼이 총 5개로 늘었다.

스마트폰·스마트워치 등 IT 기기와 가전제품, 자동차 업계에서 사라졌던 버튼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터치스크린 시대를 열었던 주역들이 다시 물리 버튼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터치스크린의 시대는 끝났다. 심지어 (단순함을 추구하는) 애플마저도 버튼을 다시 가져오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20년 동안 손으로 쓸어넘기는 터치스크린 기반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던 차량과 전자 제품에서 최근 버튼, 손잡이와 같은 물리적 제어장치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래픽=이진영

◇자동차, 가전에 다시 등장하는 물리 버튼

물리 버튼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업계는 자동차 업계다. 토마스 셰퍼 폴크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스티어링 휠에 터치식 버튼을 도입한 것은 큰 실수였다”며 물리 버튼을 다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올해 글로벌 출시된 폴크스바겐의 골프, 아테온, 투아렉 등 차종에서 핸들 주변의 버튼이 기존 터치식에서 물리 버튼으로 회귀했다.

BMW그룹의 소형차 브랜드 ‘미니(MINI)’도 지난 7월 10년 만에 새 모델을 내놓으며 항공기 조종석에서 영감을 받은 ‘토글 바(손가락으로 손잡이를 올리거나 내리는 스위치를 배치해 주목받았다. BMW 관계자는 “미니 고유의 헤리티지를 유지하기 위해 각종 물리 버튼을 그대로 남겨뒀다”며 “주차 브레이크, 변속 레버, 볼륨 조절 등은 여전히 물리 버튼으로 조작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전자 제품에서도 손으로 직접 누르는 버튼이 속속 추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7월 갤럭시워치7 울트라를 새로 선보이며 기존의 버튼 위에 운동을 바로 측정할 수 있는 ‘퀵 버튼’을 추가했다. 운동을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운동 종목을 저장해둘 수도 있고, 스톱워치, 손전등 같은 기능을 단축키로 설정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일반적으로 화면 터치를 통해 책장을 넘기게끔 설정돼 있는 전자책 리더기 시장도 이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WSJ는 “코보, 누크, 북스 등 회사들이 책장 넘기기 버튼을 추가한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왜 다시 버튼으로 회귀할까

이 기업들이 버튼으로 회귀하는 건 안전 때문이다. 실제 자동차의 경우 전방을 주시해야 하는데 터치스크린의 경우 운전자의 시선이 스크린 화면에 오래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다. 물리 버튼의 경우 이보다 좀 더 직관적이라는 장점을 갖는다.

실제 유럽의 신차 안정성 평가 프로그램인 유로 NCAP는 차량이 최고 안전 등급(별 다섯 개)을 받으려면 반드시 물리 버튼이 장착돼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새로운 기준은 2026년 도입된다. 유로 NCAP의 전략 개발 책임자인 매슈 에이버리는 영국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터치스크린의 과도한 사용은 업계 전체의 문제”라며 “거의 모든 자동차 제조 업체가 주요 제어장치를 중앙 터치스크린으로 옮기고 있어 운전자가 도로에서 눈을 떼게 돼 주의 산만으로 인한 사고 위험이 커진다”고 했다.

불을 사용하는 가전제품도 마찬가지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가전제품 스타트업 코퍼의 인덕션은 과거 가스레인지 모델과 동일하게 원형 손잡이가 배치돼 있다. 손잡이가 돌아간 정도로 불의 세기를 알 수 있고 전원을 끄는 것도 직관적이다. WSJ은 “냄비가 끓어 물이 흘러넘치면 터치 기반 컨트롤이 작동하지 않는다”며 “이 같은 잘못된 설계는 안전성에 문제를 갖는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가 오히려 촉감을 좋아하는 트렌드와도 맞는다.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버튼을 누르는 이른바 ‘키감’을 강조한 기계식 키보드가 인기를 끄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애플은 무선 이어폰 ‘에어팟’과 태블릿용 전자펜 ‘애플 펜슬’ 등에 힘을 주면 진동으로 촉감을 전달하는 ‘포스 센서’를 탑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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