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한국인이 창업한 B2B 스타트업 중 센드버드가 최초로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는 “2021년의 이야기”라며 손사래를 쳤다.
기업과 고객 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하는 센드버드는 옛 영광에 안주하길 거부한다. AI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기술로 승부하겠다는 담대한 포부다.
김 대표는 AI 에이전트 기업으로 피버팅을 선언하기 위해 올 초 한국을 찾았다.

‘선한 영향력’이란 말은 섣불리 꺼내기 조심스러운 단어다. 이기주의가 만연한 현대사회에서 선한 동기를 유지하기 어려울뿐더러, 설사 결심이 굳건하더라도 자신의 다짐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기는 부담스럽다. 무엇보다 선한 마음을 행동으로 입증하는 일은 만만찮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선한 영향력이란 무엇인가.
사람마다 선을 판단하는 기준은 다를 수 있다. 이러한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서 자의식만 팽배하면 선은 악으로 변질되고 만다. 자신이 정한 ‘선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것을 전부 악으로 치부할 때 어떤 사태가 발생하는지 인류 역사는 그 폐해를 낱낱이 보여준다. 선한 영향력이란 단어 선택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동신 센드버드(Sendbird) 대표는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고 싶다”는 육중한 고백을 스스럼없이 털어놨다. 약 4시간에 걸친 인터뷰에서 김 대표는 이러한 의지를 수차례 언급했다.
그는 “선한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 며 “‘나를 지르밟고 가라’는 마음으로 산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투는 정치인의 우렁찬 웅변과는 꽤 거리가 멀었지만 음색만큼은 진하고도 깊었다.
“거룩한 정신을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다만 제가 세상에서 받은 도움이 정말 많아요. 그래 놓고 혼자서 입을 싹 씻는 건 치사한 일이잖아요.
바쁜 시간을 쪼개 저에게 아낌없이 조언을 건넨 분들 덕에 오늘날의 센드버드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이런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막막할 때 김동신을 찾아가면 실질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 좋겠네요.(웃음)”
실제로 스타트업 업계에서 김 대표의 별칭은 ‘사관학교 교장’이다.
수많은 예비 창업자와 스타트업 종사자가 김 대표 말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는 ‘한인 1호’ 실리콘밸리 B2B(기업 간 거래)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을 만든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2021년 4월 센드버드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한국인이 창업한 B2B 스타트업 중 최초로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김 대표는 쏟아지는 강연 러브콜을 거절하지 않고 창업 성공담을 가감 없이 전하고 있다. 심지어 직접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스타트업 창업자로서 사막을 건너는 마음가짐’,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방법’, ‘프로 일 존잘러(능력자)가 되어보자!’ 등이 대표적인 콘텐트다.
김 대표는 “유튜브는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여러 채널 중 하나”라며 뿌듯하게 말했다.
센드버드는 인공지능(AI) 기반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기업으로, 기업과 고객 간 원활한 의사소통을 돕는다.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솔루션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제공한다.
2013년 한국에서 문을 열었지만 이듬해 본사를 미국 실리콘밸리로 옮겼다. 이전 배경에 대해 김 대표는 “당시 한국에서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에 한계가 있었다”며 “‘로컬의 힘’ 덕분에 문화적 차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센드버드는 매출액 절반 이상이 미국 고객사에서 나올 정도로 미국 기업으로서 입지를 단단히 굳혔다. 지난해 6월에는 전 세계 누적 이용자 60억 명 돌파를 기념해 뉴욕 타임스퀘어 대형 전광판에 센드버드 광고를 게재했다.
센드버드는 미국에서 거둔 성공을 발판으로 글로벌 기업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지난 5월 기준 센드버드 고객사는 전 세계 11개 지역권에 걸쳐 4000여 곳에 달한다. 월간활성이용자(MAU)는 3억 명을 훌쩍 넘어섰다. 고객사로는 영국 버진그룹과 일본 라쿠텐, 미국 야후, 브라이트 호라이즌스 등이 있다.
센드버드 고객사 중 국내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2021년 약 10.5%였던 국내 고객사 비중은 지난 2월 17% 수준으로 증가했다. 국내 최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 쿠팡도 센드버드를 이용한다.
기업경영으로 바쁜 와중에도 강연자이자 유튜버로 활동하는 김 대표를 만나 먼저 ‘오프라인 사관학교’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 물었다.
그는 “개인적인 소망이다. 실제 사관학교를 설립해 멘토와 멘티가 다 함께 숙식하면서 창업 트레이닝에 매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고 거듭 말하는 김 대표에게서 ‘선한 영향력’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졌다.
새해 첫날을 여는 나만의 리추얼
김 대표는 자신의 성공 요인을 운으로 돌 렸지만 절실한 발품이 운을 끌어왔다고 보는 편이 실제에 가깝다.
센드버드의 전신은 미국 워킹맘 대상 육아 정보 커뮤니티 스타트업 ‘스마일 패밀리’였다.
김 대표는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앱) ‘스마일 맘’에 메시징 기능을 추가하고 싶었지만 적절한 문제해결 방법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는 여러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전전하며 조언을 구했다.
2014년에는 영국 ‘테크스타스 런던(Techstars London)’을 찾았고 2016년에는 미국 ‘Y 콤비네이터(Y Combinator)’의 창업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곳에서 모바일 백엔드 서비스 플랫폼 파스(Parse)의 공동 창업자 일리아 수카르를 만난 건 신의 한 수였다.
김 대표는 일리아 수카르의 조언에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잡았다. 이를 계기로 김 대표는 오늘날의 센드버드로 피버팅(pivoting·사업방향 전환)을 단행했다.
김 대표는 창업 초와 다름없이 현재도 매우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020년에는 벤처캐피털인 발론 캐피털(Valon Capital)을 설립해 벤처투자자라는 새로운 명함을 추가했다.
‘인류의 긍정적인 미래를 이끄는 조직을 만들고 투자한다’는 비전 아래 출발한 발론 캐피털은 AI와 우주, 수명 연장(Longevity), 로보틱스 등 다 양한 산업군에 분포한 유망 기업을 발굴한다.
최근에는 미국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벤처투자펀드 ASQ(A Square)를 만들었다.
김 대표는 GP(펀드 운영자, General Partner)로 활동하며 LP(자금 출자자, Limited Partner) 모집에 여념이 없는 모양새다.
현재까지 코스맥스와 퍼시스그룹, 더파운더즈 등이 LP로 합류했으며 개인투자자로는 이상록 전 카버코리아(AHC) 회장(창업자) 등이 있다.

김 대표는 이렇게 빠듯한 일정을 어떻게 소화할까.
비결은 ‘기록’에 있었다.
그는 틈틈이 가죽으로 둘러싼 두꺼운 노트를 펼쳐 만년필로 메모를 했다. 만년필 펜촉이 종이에 닿을 때마다 ‘사각사각’ 소리가 났다.
그는 “펜촉으로 전해지는 종이의 질감이 좋다”며 “만년필에 최적인 종이를 고르고 골랐다”고 미소지었다.
테크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에게서 발견한 아날로그적 면모였다.
그는 “에너지 관리의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 기록”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공평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가 인생의 향방을 결정하죠. 기록을 습관화하면 시간을 흥청망청 쓰는 걸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요. 우선 인생의 청사진이 선명해지고 선택과 집중이 명확해집니다.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에너지를 아껴 쓸 수 있죠. 그러면 항상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가죽 노트에는 메모장 외에도 여러 서류가 들어 있었다.
올해 목표를 적은 만다라트(Mandal-Art) 템플릿에 눈길이 갔다. 일본 프로야구 선수 오타니 쇼헤이의 성공 비결로 유명해진 64칸짜리 목표 달성 계획표다. 오타니 쇼헤이는 템플릿 중앙에 ‘프로야구 1군 선수’라는 최종 목표를 적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목표와 실행 과제를 꼼꼼하게 기입했다. 김 대표의 만다라트 템플릿에도 글자가 촘촘하게 적혀 있었다.
“새해가 밝자마자 혼자서 바닷가에 갔습니다. 2025년 만다라트 템플릿을 채우기 위해서였죠. 템플릿을 완성 하면 그에 맞는 분기별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합니다. 이렇게 한 해의 큰 틀을 정교하게 설계하면 하루 24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습니다.
저는 매일 아침 만다라트 템플릿을 기반으로 하루를 계획합니다. 액션 플랜을 우선순위에 따라 15~30분 단위로 구성하죠. 물론 회고도 빠뜨리지 않아요. 한 달에 한 번씩 지난 캘린더를 보며 소중한 시간을 효율적으로 썼는지 점검합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깔끔하게 정리된 하루 계획표를 꺼내 보였다.
빼곡하게 적힌 글자가 일정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색으로 표시돼 있었다. 투자 관련 일정은 초록색 형광펜으로, 개인적 업무는 회색으로, 외부 미팅은 파란색으로 구분하는 식이었다.
그에게 기록은 루틴(routine)이란 차원을 넘어 리추얼(ritual)에 가까웠다. 테크 스타트업을 이끄는 김 대표가 디지털 버전을 선호하리란 짐작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는 “20대 초반부터 한 달에 한 권씩 기록해왔다”며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이 좋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말하는 에너지는 단순히 체력만 뜻하는 건 아니었다. 그는 “집중력과 의욕, 생산성 등 정신적 에너지가 늘 가득하면 소원이 없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매일 세로토닌과 도파민이 충분한 상태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으면 얼마나 행복하겠냐”며 “기업을 운영하면서 퍼펙트 컨디션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제 의사결정의 무게도 달라졌어요. 의식이 명료하지 않으면 비즈니스에서 자칫 잘못된 결정을 내릴 확률이 높아요. 흔히 경영자에게 필요한 자질로 능동성과 적극성, 추진력 등을 꼽지만 저는 일상을 단순화해 컨디션을 관리하는 절제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컨디션이 좋아야 자신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고 회사가 성장할 수 있습니다.”
김 대표는 경영자의 또 다른 자질로 ‘공감력’을 들었다.
그는 “타인과 진정으로 공감해야 건강하게 협업할 수 있다”며 “공감은 내 의견과 타인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걸 인정하고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설명했다.
창업자이자 CEO가 된 그에게 공감력은 넘어야 할 큰 산과 같았다. “선천적으로 감정적 공감력이 높지 않다”고 말하는 김 대표는 “센드버드 구성원이 점차 늘어나면서 부족함을 더 깊이 깨달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공감력을 키우기 위한 일환으로 그는 학
습과 훈련에 돌입했다. 우선 심리학과 인지심리학, 신경과학, 신경생물학 서적을 탐독하며 기본기를 다졌다. 공감이란 감정의 기저에 어떤 원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궁금했다.
김 대표는 “언더라인 메커니즘(underline mechanism)을 알아야 뭐든 납득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언더라인 메커니즘은 현상 밑에 자리한 근본 구조나 핵심 원리를 뜻한다. 학습 다음 단계는 관찰이었다. 사람들을 겉만 보고 판단하지 않고 오래도록 심도 있게 관찰하는 훈련에 스스로를 던졌다.
그의 후천적인 노력은 감동(感動)으로 이어졌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마음이 크게 움직이면 사람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관계가 오래 지속되면 대부분 실망으로 끝나곤 했습니다. 함께 술을 마시던 상대방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게 되면 그동안 한결같았던 존경심이 물거품처럼 사라졌어요. 하지만 알고 보니 문제는 상대방이 아니라 저에게 있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슈퍼 파워, 특출난 점이 있는데 이를 놓쳤던 거죠. 이제는 타인의 장점에 의식적으로 주목합니다. 세상에는 제가 배워야 할 사람이 무척 많습니다.”
가장 닮고 싶은 롤 모델을 묻자 김 대표는 “단 한 사람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대신 이른바 ‘마이크로멘토’가 무수히 많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대표는 동갑내기 친구인 손태희 퍼시스그룹 사장과 김범수 카카오 총수,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주 등을 언급하며 그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대표는 “손 사장에게선 진중한 성격과 수평적 리더십을 배우고 싶고, 김 총수에게서는 과감한 결단력과 추진력을 본받고 싶다”며 “특히 김 총수 덕분에 결정과 결단의 차이를 명확히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정은 마음속에서 어떠한 선택지를 고르는 것이고 결단은 선택하지 않은 나머지를 거침없이 잘라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김정주 창업주와의 추억담에 가장 긴 시간을 할애했다.
“개방적인 성격인 김 회장(넥슨 창업주)은 누구에게나 격식 없이 편하게 대했습니다. 더플백에 책을 가득 담고서 미국 보스턴 거리를 함께 거닐었던 기억이 나네요. 배움에 대한 갈증도 상당했습니다. 해외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석학을 만나 새로운 지식을 접하곤 했죠. 그는 저에게 열린 사고와 배움의 태도를 알려 준 은인입니다.”

이제는 AI 디폴트 시대…센드버드의 야심 찬 승부수
지난 3월 방한한 김 대표는 장기간 서울에 머물렀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한인 창업 성공 신화를 쓴 김 대표가 서울을 찾은 이유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김 대표의 손에는 봇짐이 한가득 들려 있었다. 지난해부터 차곡차곡 준비해왔다고 했다. 같은 달 12일 김 대표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봇짐을 보란듯이 풀며 센드버드의 피버팅을 대외적으로 알렸다.
AI 에이전트(대리인·agent) 기업으로 새출발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센드버드에 따르면 앞으로 본사를 한국으로 옮길 계획이 없다. 또 센드버드의 변곡점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창업 초반 센드버드는 기업 내 메신저(채팅 서비스)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고 이후 기업과 고객 간 커뮤니케이션 솔루션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나갔다. 그런데 왜 김 대표는 피버팅 선언 장소로 서울을 택했을까.
“서울은 제가 창업자로서 출발한 곳이자 센드버드의 요람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상징적 의미 때문에 서울에 온 건 아닙니다. 사업적으로도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었어요. 한국에는 커머스와 핀테크, 모빌리티 등 고객 접점이 복잡하고 다양한 산업군이 밀집해 있어요. 센드버드 AI 에이전트의 실질적인 효용성을 제대로 입증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김 대표는 “앞으로 AI 에이전트는 고객 응대뿐 아니라 영업, 마케팅, 계약 검토, 거래 협상, 가격 조정 등 기업의 전반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전망”이라며 “이러한 흐름에 맞춰 센드버드는 올해 고객 지원과 영업을 비롯한 기능적 AI 에이전트에 집중한 다음 점차 영역을 확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2021년 유니콘에 등극한 이후 센드버드는 무탈하게 순항 중이었다. 굳이 AI 에이전트 기업으로 피버팅한 이유는 무엇일까. AI 패러다임에 편승한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구심에 김 대표가 입을 열었다.
“센드버드가 유니콘이 된 이유는 높은 기술력과 시장성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시대 흐름을 타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어요. 당시 SaaS 모델은 혁신적 기술로 전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았습니다. 이에 센드버드는 인앱(inapp) 메시징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제공하는 SaaS 모델을 선보였고 카테고리 리더로서 시장을 이끌었어요. 기술혁신의 파도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셈이죠. AI 에이전트는 그다음 파도입니다. 이번 피버팅은 새로운 파도에 대한 포지셔닝이라고 볼 수 있어요.”
올해 AI 트렌드의 선두 주자는 단연 AI 에이전트다. 빅테크(거대기술기업)와 스타트업, 통신사 등 너도나도 AI 에이전트를 내놓는 가운데 센드버드도 글로벌 격전지에 합류한 셈이다. 올해 센드버드가 내놓은 AI 에이전트는 고객 응대(CS)와 고객 경험(CX)을 개선하는데 특화된 솔루션이다. 하지만 이와 유사한 AI 에이전트가 상용화된 사례도 적지 않다.
센드버드는 어떤 차별성으로 승부할 것인지 묻자, 김 대표는 “센드버드는 단순한 AI 에이전트가 아니라 옴니 프레젠트(Omni-present) AI 에이전트를 선보였다”며 “웹사이트와 모바일앱, 이메일, 소셜미디어, 메신저, 통화 등 다양한 채널을 넘나들며 고객에게 일관된 AI 상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즉답했다.
이어 “상담 중간에 고객이 채널을 바꿔도 AI 에이전트가 대화 맥락을 파악해 끊김 없이 고객 응대를 지속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센드버드 솔루션의 두 번째 차별성은 빠르고 정확하게 적절한 액션을 수행한다는 점입니다.
당면 과제에 실행 가능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죠. 기존 AI 에이전트는 챗봇 형태로 고객의 질문을 기다리는 반응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AI 디폴트 시대입니다. 시대에 맞는 고객 응대 방식이 요구되는 상황이죠. 센드버드의 AI 에이전트는 고객의 행동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니즈를 예측하고 고객에게 먼저 다가갑니다.
예를 들어,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고객이 구독 해지를 원할 때 아무런 근거 없이 해지를 말리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 적절한 정보를 토대로 고객을 설득해야 합니다. 이때 센드버드 AI 에이전트는 고객이 선호 할만한 콘텐트의 개봉 예정일을 안내하며 구독을 유지하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김 대표는 유니콘 창업자라는 타이틀에 안주하지 않고 AI 시대를 맞이해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기술혁신과 선한 영향력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포부다.
김 대표는 “기업경영도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수단 중 하나”라며 “인류 역사상 문명을 크게 바꿨던 계기는 발견과 발명이었다. 천연자원 확보 등 새로운 발견이 인류를 이롭게 만들었고, 산업혁명을 비롯한 기술혁신도 인류의 삶을 큰 폭으로 바꿔놓았다”고 단언했다.
“제가 센드버드와 발론 캐피털 등 여러 곳에 몸담고 있는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저도 인류 문명이 발전 하는 데 기여한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설사 제가 직접 무언가를 발견하거나 발명하지 못하더라도, 유용한 트리거(계기)이자 촉매제 역할을 기꺼이 수행할 계획입니다. 한 사람에게든, 더 많은 사람에게든 제가 변화의 시작점이면 좋겠습니다. 유니콘 신화보다 인류 문명의 ‘이기(쓸모 있는 사람)’로 불릴 수 있도록 제 잠재력을 극대화할 겁니다.”
김 대표는 아름다운 포부를 전하며 또다시 가죽 노트를 펼쳤다. 오늘 수행한 과제 중 어떤 활동에서 에너지를 얻었는지 점검할 계획이라고 했다. 에너지 관리에 여념이 없는 그는 “선한 영향력을 전하려면 나부터 힘이 있어야 한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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