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100점짜리 자율주행차 요구… 데이터 쌓아야 美·中처럼 발전”
지난 4월 말 정부는 자율주행 실증 도시로 지정된 광주광역시에서 기업 3곳이 자율주행차 200대를 운행해 보며 경험을 쌓게 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한 도시 전역에서 자율 차 총 200대를 다니게 하는 시험을 허용한 것은 이번이 국내 최초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A2Z)는 이 사업에서 현대차, 라이드플럭스와 함께 ‘국가대표 자율 주행 기업’으로 선정된 곳이다. 현대차 출신 자율 주행 엔지니어 4명이 2018년 창업한 A2Z는 차량 개발부터 소프트웨어, 관제 시스템까지 직접 구축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가이드하우스가 선정한 ‘자율 주행 리더 보드’ 평가에서 테슬라, 모셔널 등을 꺾고 세계 7위에 올랐다. 누적 외부 투자액은 1225억원으로 국내 자율 주행 전문 기업 중 최대다. 지난달 11일 경기 안양시 A2Z 평촌연구소에서 한지형(45) 대표를 만나 한국 자율 주행의 과제에 대해 물었다.

Q1. 한국 자율 주행은 왜 뒤처졌나?
“국내 곳곳에서 그동안 자율차 실증이 많이 이뤄지긴 했지만, 테스트하는 차 대수가 한 지역에 많아야 10대 수준이었다. 그것도 정해진 노선을 반복 운행하는 셔틀버스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이 정도 규모로는 해외 기업들처럼 상용화에 필요한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렵다. 미국 웨이모나 중국 바이두는 한 도시에서 수백 대씩 운영하며 실제 발생하는 문제를 실험해왔다. 또 요즘 자율주행은 ‘쩐의 전쟁’이다. 똑똑한 엔지니어 몇 명이 밤새워 개발하는 시대는 끝났다. AI가 얼마나 많은 주행 데이터를 학습하느냐의 싸움이다. 미국 웨이모는 연간 수조 원을 쓴다. A2Z가 유치한 1000억원대 투자금은 ‘웨이모 일주일 예산’ 수준이다. 데이터, AI 학습 물량전에서 밀리고 있는 셈이다.”
Q2. 광주 자율주행 실증사업이 도약의 계기가 될까?
“광주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자율 주행차 수백 대가 실제 도로를 달리며 데이터를 모으는 무대다. ‘완전 무인’을 전제로 원격 주행, 스쿨존 등도 다니고 사고가 났을 경우 책임 문제까지 처음으로 검증하게 된다. 특히 그동안 한국 기업들의 자율 주행은 ‘룰베이스’ 방식이었다. 예컨대 앞차가 끼어들면 멈추고, 원형 교차로에서는 어떻게 돌고, 이런 규칙을 사람이 일일이 입력했다. 사고가 한 건이라도 나는 걸 막기 위해 최대한 보수적 접근을 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많은 기업이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상황에 따라 자율 주행차가 판단을 내리는 ‘엔드투엔드(E2E)’ 방식을 쓰고 있다. 문제는 AI 성능을 높이려면 막대한 데이터와 비싼 다수 GPU가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광주 사업을 통해 기업들은 차량 200대에서 데이터를 확보하고 정부가 데이터센터를 통해 제공하는 GPU를 쓸 수 있어 실질적인 엔드투엔드 자율 주행을 실험해볼 수 있게 됐다.”
Q3. 기술 외에 과제는?
“단연 ‘책임’ 문제다. 한국에서는 자율주행에 사실상 ’100점짜리 기술’이 요구되고 있다. 단 한 건의 사고도 용납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중국은 차량 수백 대를 실제 도로에서 운행하고 사고도 나지만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물론 큰 사고가 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사고 나기 직전’ 순간까지 데이터를 쌓아 봐야 자율주행이 발전할 수 있다. 우리도 자율차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고도 날 수 있지만 대신 책임을 어떻게 물을지 명확히 하고 보험과 법 체계를 갖춰야 기업들이 기술을 테스트하며 성장할 수 있다.”
Q4. 자율주행 업계에 가장 필요한 것은.
“원격 주행을 허용해줘야 한다. 흔히 자율주행차가 A부터 Z까지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비정상적 상황에서 관제사가 개입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은 원격 주행 관련 법 자체가 없다. 미국은 금지 규정이 없으면 할 수 있지만 한국은 허용 규정이 없으면 못 한다. 비상 상황에 대응하기 어려워 자율주행 테스트 자체가 어려워진다. 원격 주행이 허용되지 않으면 ‘완전 무인 자율주행’도 먼 얘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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