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의 바다 스토리 <6>] 바닷속에도 경제가 있다… 해저개발청 어떤가
선장은 바다 위를 다니는 선박을 운항하는 사람이다. 바다 밑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 같다. 아니다. 정치망 어장에 가끔 배가 침범해 혼이 난다. 바닷속은 물고기 천국이고 국민에게 단백질을 제공하는 큰 역할을 한다. 바다 밑에 그물을 고정해 물고기가 들어오도록 하는 것이 정치망 어장이다. 해안을 따라 어민들이 군청으로부터 어장 면허를 얻는다. 독점적 사용권을 가지는 것이다. 선박이 너무 해안 가까이 항해하면 어장 구역에 들어가게 된다. 정치망 어장은 수심 약 20~50m의 바다 밑에 설치되는 집과 같은 구조물인데, 선박의 툭 튀어나온 선수의 뾰족한 부분이 이 어장을 건드리면 어장이 파손돼 손해가 발생한다.
해도(海圖)를 폈다. 비상으로 닻을 놓기 위해서다. 해도 위에 이상한 표시가 있다. 찾아보니 해저케이블이 있다는 표시다. 바다에 무슨 케이블이라니. 사람들이 전파를 이동시켜 신호를 얻기 시작하면서 대륙과 섬 사이 바다 밑에 케이블을 놓아 연결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해저케이블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섬과 섬 사이에 물자나 연료를 공급할 때는 해저 파이프라인을 사용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이후 선장에서 법학도로 변신했다. 해상법을 공부하면서 국내외 많은 판례를 보게 됐다. 해저케이블을 손상했다고 선주가 손해배상을 한 사건이 제법 있었다. 선장이 바닷속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닻을 놓은 결과다. 닻에는 갈고리처럼 생긴 날개가 있다. 이 날개가 바닷속 ‘뻘(펄)’에 단단히 박혀야 힘이 생긴다. 일단 지하에 닻을 투하한 다음 후진 기관을 사용해 배를 100여m 뒤로 끌고 간다. 이때 해저케이블이 갈고리에 걸리면 선박의 뒤로 가는 힘에 끌려 파손된다.
바다 밑에는 이처럼 정치망 어장과 해저케이블 같은 우리가 잘 모르는 경제가 있다. 정치망은 안정적으로 수입을 보장하는 우리나라 해안 수산업의 일종이다. 매일매일 조금씩 고기를 잡아 와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다. 해저케이블을 까는 사업도 돈을 많이 버는 전문적인 영역이다. 해저케이블을 깔아주는 전용 선박도 있다. 배에 수천m에 이르는 해저케이블을 실고, 이것을 천천히 바다 밑으로 가라앉히는 작업을 하게 된다. 운반선이 아니라 작업선인 것이다. 물론 케이블 운영 회사도 돈을 많이 번다.
데이터 전송이 많아지는 인공지능(AI) 시대에 그 중요성은 더해갈 것이다. 이러한 해저 통신망의 발전은 글로벌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해저케이블이 원활하게 작동해야만 해상 풍력발전소 등 다양한 해상 기반 시설과의 연결이 가능하다. 향후 해상 풍력 단지가 더 생기면 전력 송전은 해저케이블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해저케이블 손상 방지를 위한 선박 운항의 정확성이 더욱 중요해진다.
바닷속을 이용하는 새로운 사업으로 데이터센터 건립이 있다. 해저는 온도가 낮아 육지에 건립된 데이터센터에 비해 냉각 비용이 들지 않는다. 이에 착안한 것이다. 울산 앞바다에는 이미 해저 데이터센터 건립이 테스트 되고 있다. 심층수 개발도 마찬가지다. 심층수는 섭씨 0도의 온도를 유지한다. 어선이 잡아 온 고기를 냉동시키기 위해서는 다량의얼음이 필요하다. 심층수가 얼음 기능을 한다. 동해가 태평양의 축소판이라는 점에 착안해 태평양의 심해저를 개발하는 테스트베드(시험대)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도 현실화하고 있다. 울진에 실험실을 설치하고 동해에서 심해저 연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 선박과 장비 등을 외국 과학자들에게 임대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바다 밑도 이와 같이 경제가 있고 돈이 돌아간다. 바다 밑 활용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육지보다 다섯 배나 넓은 바다를 가진 우리나라는 축복받은 나라다. 잘 활용해 국부를 창출하자. 바다에 우리나라 미래 경제가 달려있다. 올해 5월 ‘우주항공청’이 만들어졌듯 ‘해저개발청’도 만들어 체계적으로 바닷속을 개발하고 관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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