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는 엉망인데 주가 오르는 이 나라…"유럽의 병자" 오명 재소환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10. 2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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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는 경제의 그림자'라는 말이 있다.
장기적으로 주가는 기업 이익을 반영해 결정되는데, 기업 이익은 전반적인 경제 상황에 좌우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논리에 근간한 말이다.
그렇지만 경제와 주가의 상관성은 과거보다 많이 약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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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자유살롱] 펀더멘털과 자산 가격의 괴리를 보여주는 독일 (글 :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SBS 경제자유살롱 최고의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과 해석을 통해 시대를 이기는 인사이트를 발견하세요.
'주가는 경제의 그림자'라는 말이 있다. 장기적으로 주가는 기업 이익을 반영해 결정되는데, 기업 이익은 전반적인 경제 상황에 좌우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논리에 근간한 말이다. 그렇지만 경제와 주가의 상관성은 과거보다 많이 약화되고 있다. 경제 상황보다 주식시장의 성과가 확실히 더 나은 것 같다.
독일이 대표적인 예이다. 최근 유로존을 이끌어왔던 독일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작년 독일의 GDP 성장률은 -0.3%로 역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주 독일 재무부가 제시한 올해 GDP 성장률 예상치도 -0.2%였다.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은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1990년 통독 직후 회자됐던 '유럽의 병자'라는 오명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
독일 경제의 부진은 복합적 요인에 기인하고 있다. 독일은 유럽에서 중국 경제에 대한 노출도가 가장 큰 국가이다. 중국 경제가 잘 나갈 때는 대중 수출이 성장에 큰 기여를 했지만, 최근 수년 중국 경제가 부진을 보이면서 독일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았다는 점도 독일 경제의 핸디캡이다. 장기 집권했던 메르켈 총리 치하에서 독일은 러시아와 밀월 관계를 맺으면서 가스 등의 에너지를 러시아로부터 주로 구매했지만, 러-우 전쟁으로 러시아가 적성국으로 바뀌면서 에너지 수급에 큰 차질을 경험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자동차 산업의 부진도 독일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 내연기관차 생산에서 일가를 이뤘던 독일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등 차세대 자동차 생산 경쟁에서는 경쟁력을 잃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독일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비등하고 있지만, 독일 증시는 강력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 증시를 대표하는 DAX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GDP와 주가가 등치되는 개념은 아니지만, 두 지표의 극심한 괴리도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다. 2차 세계대전의 폐허를 딛고 경제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던 1960년대 이후 독일(통일 이전에는 서독 기준) GDP 성장률이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시기는 통독의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었던 2002~03년이 유일했는데, 당시 DAX지수는 29%나 하락했다. 반면 2023~24년에는 사상 두 번째의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유력하지만 DAX지수는 40%의 상승률(2022년 말~2024년 10월 14일)을 기록하고 있다.
과거 어느 때보다 경제에 풀린 돈의 양이 많다는 사실이 실물경제와 대비되는 자산시장의 호황을 설명할 수 있는 요인이 아닌가 싶다. 길게 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짧게 보면 코로나 팬데믹 직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중앙은행발 유동성 폭증이 있었다.
중앙은행 대차대조표상의 자산은 발권력을 가진 중앙은행이 최초에 경제에 주입한 본원통화에 가까운 개념이다. 민간 은행들은 이를 기반으로 신용을 창출해 새로운 돈을 만들어 낸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중앙은행이 풀어낸 본원통화 규모는 압도적으로 커졌다. 유로존 GDP 대비 ECB(유럽중앙은행) 자산 비율은 2024년 8월 말 현재 44.7%에 달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 이 비율은 13.5%에 불과했다. 코로나 팬데믹 국면에서 풀린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2023년 3월부터 양적 긴축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유로존 GDP 대비 ECB 자산 비율은 코로나 팬데믹 직전이었던 2020년 2월의 38.9%보다 높다. GDP로 대표되는 실물경제 대비 화폐 영역에서 풀리는 돈이 훨씬 빠르게 증가한 것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SBS 경제자유살롱 최고의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과 해석을 통해 시대를 이기는 인사이트를 발견하세요.
'주가는 경제의 그림자'라는 말이 있다. 장기적으로 주가는 기업 이익을 반영해 결정되는데, 기업 이익은 전반적인 경제 상황에 좌우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논리에 근간한 말이다. 그렇지만 경제와 주가의 상관성은 과거보다 많이 약화되고 있다. 경제 상황보다 주식시장의 성과가 확실히 더 나은 것 같다.
독일이 대표적인 예이다. 최근 유로존을 이끌어왔던 독일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작년 독일의 GDP 성장률은 -0.3%로 역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주 독일 재무부가 제시한 올해 GDP 성장률 예상치도 -0.2%였다.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은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1990년 통독 직후 회자됐던 '유럽의 병자'라는 오명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
독일 경제의 부진은 복합적 요인에 기인하고 있다. 독일은 유럽에서 중국 경제에 대한 노출도가 가장 큰 국가이다. 중국 경제가 잘 나갈 때는 대중 수출이 성장에 큰 기여를 했지만, 최근 수년 중국 경제가 부진을 보이면서 독일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았다는 점도 독일 경제의 핸디캡이다. 장기 집권했던 메르켈 총리 치하에서 독일은 러시아와 밀월 관계를 맺으면서 가스 등의 에너지를 러시아로부터 주로 구매했지만, 러-우 전쟁으로 러시아가 적성국으로 바뀌면서 에너지 수급에 큰 차질을 경험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자동차 산업의 부진도 독일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 내연기관차 생산에서 일가를 이뤘던 독일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등 차세대 자동차 생산 경쟁에서는 경쟁력을 잃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독일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비등하고 있지만, 독일 증시는 강력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 증시를 대표하는 DAX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GDP와 주가가 등치되는 개념은 아니지만, 두 지표의 극심한 괴리도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다. 2차 세계대전의 폐허를 딛고 경제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던 1960년대 이후 독일(통일 이전에는 서독 기준) GDP 성장률이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시기는 통독의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었던 2002~03년이 유일했는데, 당시 DAX지수는 29%나 하락했다. 반면 2023~24년에는 사상 두 번째의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유력하지만 DAX지수는 40%의 상승률(2022년 말~2024년 10월 14일)을 기록하고 있다.
과거 어느 때보다 경제에 풀린 돈의 양이 많다는 사실이 실물경제와 대비되는 자산시장의 호황을 설명할 수 있는 요인이 아닌가 싶다. 길게 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짧게 보면 코로나 팬데믹 직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중앙은행발 유동성 폭증이 있었다.
중앙은행 대차대조표상의 자산은 발권력을 가진 중앙은행이 최초에 경제에 주입한 본원통화에 가까운 개념이다. 민간 은행들은 이를 기반으로 신용을 창출해 새로운 돈을 만들어 낸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중앙은행이 풀어낸 본원통화 규모는 압도적으로 커졌다. 유로존 GDP 대비 ECB(유럽중앙은행) 자산 비율은 2024년 8월 말 현재 44.7%에 달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 이 비율은 13.5%에 불과했다. 코로나 팬데믹 국면에서 풀린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2023년 3월부터 양적 긴축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유로존 GDP 대비 ECB 자산 비율은 코로나 팬데믹 직전이었던 2020년 2월의 38.9%보다 높다. GDP로 대표되는 실물경제 대비 화폐 영역에서 풀리는 돈이 훨씬 빠르게 증가한 것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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