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백의 대가, 조작의 대가 [뉴스룸에서]

김정우 2026. 4. 15. 04:3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3일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증인 선서를 거부한 뒤 회의장을 떠난 박상용 부부장검사의 항변이다.

박상용은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다.

박상용은 대통령을 수사했던 게 아니다.

설령 실체적 진실은 박상용의 '그림'이 맞다 해도, 그런 식의 수사는 '사건 조작'이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북 송금 수사서 ‘李 주범’ 회유
박상용 검사, ‘형량 거래’는 불법
檢 보완수사권 논쟁 마침표 찍나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맨 앞) 부부장검사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있다. 지난 3일 국조특위 전체회의에서 증인 선서를 거부했던 박 검사는 이날도 마찬가지로 증인 선서를 하지 않고 퇴장했다. 뉴스1

“제가 거악(巨惡)을 수사했습니다. 왜 그 거악을 옹호합니까?”

3일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증인 선서를 거부한 뒤 회의장을 떠난 박상용 부부장검사의 항변이다. 박상용은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다. 누군가를 특정하진 않았으나 ‘거악=이재명 대통령’이라는 건 삼척동자도 알 것이다. “위헌·위법한 국정조사”라고도 했다. 국민이 선거로 정한 대통령과 여당을 향해 그런 표현을 쓰다니, 검사(공무원)라기보다는 정치인의 언어였다.

명확히 하자. 박상용은 대통령을 수사했던 게 아니다. 타깃은 대선에서 패한 ‘야당 대표 이재명’이었다. 거대 야당 대표도 권력자 아니냐고 말할 순 있겠다. 하지만 그리 단순하지 않다. 윤석열 정권의 ‘이재명 수사’는 전방위적이었다. 8개 사건에서 기소가 이뤄졌다. 어느 정권도 패자를 이토록 철저하게 짓밟으려 하진 않았다. 절제와 품격은 없었다. 당시 검찰의 지상 과제는 ‘거악 척결’이 아니라, ‘이재명 죽이기’였다. 박상용이 스스로를, 야권이 그를 ‘정의의 사도’로 포장하는 건 보기에도 민망하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건 대북 송금 수사의 위법성이 짙어지고 있어서다. 2023년 6월 19일 박상용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변호인(서민석 변호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화영씨가 법정까지 유지시켜 줄 진술이 저희가 필요한 거고, 실제로 이재명씨가 완전히 주범이 되고 이 사람(이화영)이 종범이 되는 식의 자백이 있어야 한다.” 자백의 대가로는 공익제보자 규정, 보석 석방, 추가 영장 미청구 등을 제시했다. 박상용은 “종범 의율을 먼저 요구해 일반적 선처 조건을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는데, 믿기 힘들다. ‘필요하다’는 말에는 ‘바란다’는 속내가 깔려 있다. ‘이재명 주범’ 진술을 하라는 회유였다고 보는 게 합리적 해석이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왼쪽) 부부장검사가 7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단독으로 마련한 '민주당의 공소 취소·재판 조작 진상규명 청문회'에 참석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변호인이었던 서민석 변호사와의 2023년 5월 전화 통화 녹취록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로 그렇다. 추가 공개된 녹취록(2023년 5월 25일 통화)에는 박상용이 서민석에게 “우리를 좀 도와 달라”고 읍소하고, “(이화영이) 생짜 부인해서 지금 입장으로 계속 가면 저희는 (징역) 10년 이상 구형한다”며 겁박하는 발언도 나온다. 이화영과 지인들에 대한 별건 수사를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언급도 등장한다. 이쯤 되면 노골적인 플리바게닝(형량 거래)이다. ‘거래 시도’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에서 플리바게닝이 불법이라는 점이다. ‘자수 감경’은 원칙적으로 본인 범죄에 적용된다. 가벼운 처벌을 받으려 ‘윗선 관여’를 털어놓는 범죄자를 공익제보자로 인정하는 것도 제도 남용이다. 박상용은 법의 경계를 넘어섰다. 증거를 따라간 게 아니라, 검사의 수사권·기소권을 무기로 ‘필요한 진술’을 받아내려 했다. ‘이재명 제거’ 목표에 사건을 끼워 맞추려 했다. 설령 실체적 진실은 박상용의 ‘그림’이 맞다 해도, 그런 식의 수사는 ‘사건 조작’이다. 독수독과이론(위법수집증거 배제)의 존재 이유다.

박상용 개인의 일탈로 보는 건 단편적이다. 검찰 수사 방식 자체가 그랬을 것이다. 기소권을 유일하게 행사하고(기소독점), 재량껏 불기소할 수도 있는(기소편의) 검사에게 수사권도 준 데서 비롯된 폐단 아닐까. 검찰의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 논쟁도 이제 마침표를 찍을 듯하다. ‘조작의 대가’다.

김정우 이슈365부장 wookim@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