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아이들, 가슴에 빨간 십자가 넣었다가 벌어진 일
직업 성적 대상화 의상 논란
걸그룹 (여자)아이들이 적십자 표장을 무대의상에 무단 사용해 1000만원 벌금을 낼 뻔했다. 22일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 측이 적십자사에 사과하고 적십자는 (여자)아이들이 고의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는 걸 인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일단락됐다.
(여자)아이들은 19일 방송된 KBS 2TV ‘뮤직뱅크’에서 선보인 ‘클락션(Klaxon)’ 무대에서 적십자 표장이 새겨진 인명구조대 콘셉트 의상을 입었다. 인명 구조대 콘셉트의 의상임에도 짧은 상의와 하의를 착용해 직업을 성적 대상화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제25조(적십자 표장 등의 사용금지)를 보면 적십자사, 군 의료기관 또는 적십자사로부터 사용승인을 받은 자가 아닌 자는 사업용이나 선전용으로 적십자 표장을 사용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5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특정 직업군을 연상케 하는 아이돌 의상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10월 공개된 블랙핑크의 '러브식 걸즈'(Lovesick Girls) 뮤직비디오에서 멤버 제니가 간호사를 연기하며 헤어 캡과 몸에 붙은 흰 치마, 빨간색 하이힐 차림으로 등장했다. 온라인상에서 이 장면을 두고 ‘아이돌이 여성적 매력이 강조된 무대의상을 입으면 간호사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심을 수 있다’며 비판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해당 장면을 삭제했다.
비단 연예인뿐 아니라 유튜버도 직업적 존엄을 훼손했다는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2021년 12월 한 여성 유튜버가 항공사 승무원 유니폼을 입고 룩북(Look Book·패션 스타일을 보여주기 위한 사진 또는 영상 모음) 영상을 업로드해 성 상품화 논란이 불거졌다. 유튜버 A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승무원 룩북, 항공사 유니폼+압박스타킹 코디’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A씨는 8분 16초 분량의 영상에서 속옷만 입은 모습으로 등장해 대한항공 유니폼과 유사한 승무원 유니폼을 착용했다.
A씨의 영상을 두고 특정 직업군을 성 상품화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영상의 맥락상 굳이 승무원 의상을 입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측도 강경 대응에 나섰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해당 유튜버 영상은 대한항공 승무원들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직업적 자존감에 심각한 손상을 입혔고, 대한항공의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훼손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승무원을 성 상품화해 영리 목적으로 악용하는 위법 행위를 바로잡기 위해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통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1년 12월 대한항공 노조는 서울 강남경찰서에 유튜버 A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정보통신망법상 모욕·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2022년 1월 법원은 대한항공과 소속 승무원들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해당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다른 플랫폼에 재게시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화해를 권고했다. 현재 A씨의 유튜브 채널에선 이 영상을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일각에선 특정 직업군과 관련된 의상 착용을 제약하는 게 표현의 자유를 해친다고 주장하지만, 성 상품화 논란을 점화하는 복장은 사회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더 많다.
더불어민주당 박성민 전 최고의원은 블랙핑크의 간호사 복장이 논란이 됐을 때 “예술의 자율성과는 별개로 이 같은 성적 대상화가 특정 계층과 직업에 여전히 이뤄진다는 점에서 반성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소연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