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근로자 기숙사 화재피해 확대 우려

조선업 기숙사 대부분 노후화…스프링클러 부재 등 취약
민간위탁 소방점검 실효성 낮고 소방서도 표본검사 그쳐
동부소방, 외국인근로자 기숙사 소방안전 관리 강화키로

사진은 HD현대미포 외국인 기숙사.

 최근 7명이 숨진 부천 호텔 화재가 민간에 위탁한 소방 자체 점검에서 ‘양호’라는 결과가 나와 자체 점검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외국인이 다수 거주하고 있는 시설일 경우 초동 대응이 지연될 수 있어 2차 피해 등이 우려됨에 따라 울산 동부소방서는 외국인 기숙사 소방안전 관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26일 찾은 동구 방어동 글로벌하우스. 이곳은 HD현대미포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기숙사로 활용되고 있다. 1~3동까지는 40여 년 된 오래된 건물로 약 9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안으로 들어보니 오래된 건물인 만큼 각 방이나 복도 등에 스프링클러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대신 각 층 복도 양쪽에 소방용수가 있고, 소화기도 1개씩 비치돼 있었다. 회사측은 빠른 시일 내에 소화기를 추가 비치한다는 방침이다.

 HD현대중공업도 화암재 3개동, 기술재 등에 1800여 명의 외국인이 머물고 있는 등 동구에만 10개의 외국인 기숙사가 위치해 있다. 기숙사 외 거주로 범위를 넓힌다면 더 많아진다. 8월 기준 동구 지역 대형선박 건조업체 외국인 근로자 수는 7500여 명이다.

 문제는 이들 기숙사 대부분이 오래된 건물이다 보니 화재 시 취약할 수 있고, 각 침대에 설치한 사생활 보호를 위한 칸막이 천이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기숙사를 운영하는 조선소는 매월 자체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또 민간 소방시설 관리업체에 소방시설 점검을 위탁한 뒤 소방관서에 관련 결과를 통보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위탁을 받은 업체가 향후 계약상 불이익을 우려해 기본적인 안전 진단만 실시할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실제로 부천 호텔 화재의 경우 지난 4월 민간 소방시설 관리업체 점검 과정에서 단 한 건의 지적 사항 없이 ‘양호하다’는 결과를 부천소방서에 통보했다.

 또 소방서 차원의 소방 진단이 각 시설 종류 중 임의로 5% 내외를 선정해 표본점검을 실시하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시설 전체의 상태를 반영하기는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동부소방서는 외국인 근로자 기숙사에 대한 소방안전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소방안전관리자와 기숙사 관리자 등을 대상으로 연중 현장 안전지도를 실시하고, 소방시설 자체 점검 비율을 30%로 올린 뒤, 예방 활동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방침이다.

 실질적인 대피 교육·훈련도 강화한다. 동부소방은 이미 외국어로 표기된 소방 안전 리플렛을 보급하고 있다. 오는 9월6일에는 외국인 기숙사에서 소방 및 기업 관계자 주도 하에 화재 진압·대피 소방 훈련을, 오는 11월에는 기숙사별 소방안전 키맨 소방 교육·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원근 동부소방서장은 “외국인 수요가 많은 만큼 관련된 외국인 소방안전 관리에 힘써야 한다”며 “체계적인 소방안전 관리를 통해 울산 소방안전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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