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으로 이어진 보복 운전… 신혼부부, 산탄총에 피살[오늘의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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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이날 오후 3시쯤 삼척 시내로 들어섰다. 이후 외삼촌에게 전화해 "곧 찾아뵙겠다"는 말도 남겼다. 하지만 부부는 외삼촌을 만날 수 없었고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부부의 몸엔 수십발의 총알이 박혀 있었고 한복은 피로 얼룩져 있었다. 범인은 부부의 차량을 앞질러 가던 탑승자 정형구(당시 36세)였다.
강도·강간 등 전과 6범이었던 정형구는 이날 과거 자신의 가게에서 일하던 종업원 한준희(당시 33세)와 함께 삼척에서 사냥을 마치고 동해로 가던 길이었다. 그는 경찰서에 합법적으로 등록된 산탄총을 소지하고 있었다.
운전을 하던 한준희는 느리게 비포장길을 달렸다. 그러자 뒤쫓아가던 부부의 그랜저가 한준희의 액센트 차량을 앞질렀고 흙먼지가 날렸다. 정형구는 순간 고가의 차를 탄 젊은 부부가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격분했다.

정형구의 말에 한준희는 달리는 차를 멈췄다. 정형구는 총을 집어 들고 조수석 창밖으로 상반신을 뺀 뒤 3m 정도 앞서 달리는 그랜저 운전자의 목 뒷덜미를 조준하고 사격했다.
'탕. 탕. 탕.'
세 발의 총성이 울렸고 그랜저는 멈춰섰다. 정형구가 쏜 총은 이탈리아 베넬리사에서 만든 12구경 산탄외대로 산탄총이라 불린다. 산탄총은 탄환 여러 개가 흩어지도록 발사해 명중률을 높인다.
정형구는 다시 그랜저 앞유리창과 조수석을 향해 총알 두 발을 발사했다. 한준희는 부부를 차에서 끌어냈고 장씨는 "제발 남편을 살려달라"며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빌었다. 정형구는 장씨가 보는 앞에서 김씨의 뒤통수에 총을 쏘는 일명 확인 사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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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목격자 A씨가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면서 그의 계획은 실패했다. 도로 공사를 관리하던 A씨는 범행 당시 차를 타고 그곳을 지나갔다. 정형구는 A씨 차를 향해 엽총 네발을 발사했고 그중 한 발이 A씨의 뒷머리를 스쳤다. A씨는 피를 흘리며 가속 페달을 밟아 현장에서 겨우 빠져나갔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는 전치 2주의 두피 다발성 파편상을 입었다. A씨는 인터뷰에서 "현장을 지나가는데 엽총을 들이댔다. 휙하고 가버리니까 금방 뒤에서 불이 번쩍하더라"라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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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부는 정형구에게 사형을, 한준희에게는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후 대법원은 2000년 7월28일 둘에 대한 형을 확정했다. 정형구는 사형이 선고되자 "내겐 자식들이 있다 생명을 연장시켜 달라"며 재판장에 애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2년 전주지법은 신혼부부의 자녀 2명이 정형구와 한준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에게 각각 1억원씩 총 2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정형구는 돈이 없다며 지급하지 않았다.
현재 정형구는 25년째 미집행 사형수로 있다. 그는 2021년 사형제 위헌 소원에 보조참가인으로 이름을 올려 "국가가 국민의 생명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며 사형제 폐지를 주장했다.
박정은 기자 pje454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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