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여서 생기는 건강 문제 있을까?

- 대부분은 규모가 불충분하고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아
- 정신건강 관련 내용은 최근까지 논의 중, 유의미한 결론 기대

통계적으로 보면 인구의 약 10% 정도가 왼손잡이라는 이야기가 있으며, 양손을 모두 자유롭게 쓰는 사람은 1% 정도라고 한다. 많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적다고도 볼 수 없는 수치다.

왼손잡이인 사람과 이야기를 해보면, 새삼 불편한 것이 많다는 걸 깨달을 때가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가위의 설계부터, 노트의 펼침 방향, 각종 필기구 디자인, 컴퓨터용 마우스, 비대칭 형태의 가구 등 오른손잡이 입장에서는 그리 인식하고 살지 않는 많은 것들이, 그들에게는 불편을 느끼게 하는 요인이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왼손잡이는 건강 측면에서 오른손잡이와 다른 점이 있을까?’ 라는 생각. 별로 상관이 없을 것 같은가?  꽤 오래 전부터 퍼졌던, 왼손잡이는 우뇌가 더 발달하고, 오른손잡이는 좌뇌가 더 발달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물론 이는 지금 신경과학의 수준에서 봤을 때 그리 진지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주로 쓰는 손에 따라 건강문제도 다르게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정도의 의문마저 전혀 엉뚱하다고 볼 수는 없지 않을까? 과거부터 진행됐던 ‘왼손잡이의 건강 관련 연구’ 사례는 무엇이 있었는지 알아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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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마음으로 둘러보길

꽤 오래 전부터 신체적, 정신적으로 왼손잡이의 건강 상태를 주제로 한 연구가 여럿 있었다. 그런 연구들은 대개 ‘특정 건강 문제에서 왼손잡이의 비율이 더 높게 나왔다’라는 결론을 내놓는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신뢰할 만한 결과인지는 한 번쯤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우선, 왼손잡이는 인구 비율 자체가 매우 적다. 특정 연구의 결과가 신뢰에 있어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참가자의 ‘규모’, 즉 소위 말하는 ‘표본 수’다. 너무 적은 수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모든 사람에게 일반화시키기에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취급된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왼손잡이 대상 연구는 충분한 규모로 진행됐는지를 가장 먼저 살펴야 옳을 것이다.

또한, 인과관계가 명확한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만약 특정 질환을 앓는 사람을 대상으로 어떤 분석을 진행할 때, 왼손잡이의 비율이 확실하게 더 높았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과연 그 질환은 정말 ‘왼손잡이여서 더 잘 걸린다’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그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즉, 핵심은 이것이다. 왼손잡이의 건강 문제를 연구하는 데는 뇌 연결성, 유전학, 환경 등 여러 가지 과학적 변수가 반영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결과까지 엄밀하게 과학적이라 장담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런 내용들이 연구된 적이 있구나’라는 정도로만 받아들이는 게 최선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왼손잡이는 평균 수명이 다르다?

오래된 사례를 먼저 살펴보도록 한다. 1991년 한 보고서에서는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보다 평균 9년 더 일찍 사망한다’라는 주장이 담겨 있다. 척 봐도 황당한 내용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 이후로 진행된 연구들이 하나같이 이 보고서를 비판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의 방법론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은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주요 사망원인으로 꼽히는 질환을 살펴보면 ‘주로 쓰는 손’과 관련이 있을 만한 연결고리가 거의 없다. 다행히 최근 연구에서는 주로 사용하는 손이 어느 쪽인지가 수명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쪽이 일반적이다.

주요질환에도 관계가 있을까?

2016년 연구에서는 유방암 환자들의 발병 연령을 조사한 결과, 왼손잡이들에게서 평균 2년 더 일찍 발생한다는 내용을 보고했다. 결론 자체는 ‘더 이른 나이에 조기 진단을 받아야 한다’라는 식으로 무난하게 매듭지어졌지만, 이는 연구 규모가 작고 변수 통제가 엄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뢰성이 그리 높지 않다.

2023년에는 18세에서 50세 사이 성인 379명을 대상으로 심혈관 질환의 위험성에 관한 연구를 실시했다. 이때 연구팀은 ‘왼손잡이가 심혈관 질환 위험이 더 높을 수 있다’라는 제안을 내놓았다. 물론, 이는 연구팀 스스로도 ‘원인을 확인할 수 없으며, 향후 잠재적 기전을 탐구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최종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정신분열 환자의 절반이 왼손 또는 양손잡이?

2014년 실시된 한 메타 분석에서는 50개의 연구를 바탕으로 ‘정신분열 환자가 왼손잡이 또는 양손잡이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연구를 수행한 사람들은 두뇌 반구의 기능 분배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때문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일반적으로 좌뇌는 언어와 논리적 사고를, 우뇌는 공간 인지와 감정 처리를 담당하는 경향이 있다. 왼손잡이의 경우, 좌뇌와 우뇌의 기능이 다르게 분배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신경학적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신분열증은 인지기능 저하, 환각, 망상 등이 나타나는 복합적인 정신질환이다. 위 분석에 따르면 왼손잡이는 두뇌의 반구가 기능적으로 ‘덜 나눠져 있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로 인해 정신분열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 주제에 관해 2019년 연구에서는 뇌 이미징과 유전 연구를 통해 위와 같은 분석이 타당하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2022년 연구에서는 정신분열증 환자의 절반이 양손잡이 또는 왼손잡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양손잡이나 왼손잡이의 인구 수가 훨씬 더 적은 편임에도 환자 수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신뢰성을 얻고 있는 내용이다.

‘왼손잡이여서 발생하는 건강 문제’는 대부분 신뢰성이 높지 않지만, 이 주제에 대해서는 유독 일관된 결과가 나오고 있기에 지속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왼손잡이, 건강상 이점은?

대부분은 신뢰성이 낮거나 근거가 불충분한 이야기지만, 정신분열에 관련된 주제는 여전히 진지하게 다뤄지고 있다. 이외의 정신건강 관련 문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왼손잡이들이 건강상 이점을 보이는 영역은 없을까? 물론 있다.

2017년 연구에서는 특정 종목의 운동선수 중 왼손을 주로 사용하는 비율이 훨씬 더 높다는 보고를 내놓았다. 연구에서는 대표적으로 전체 인구에서 왼손잡이의 비율은 10%지만, 야구에서 높은 성적을 보이는 엘리트 투수 중에는 30%가 왼손잡이라는 사례를 들었다.

한편, 2019년 연구에서는 왼손잡이가 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약간 낮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이는 유전적인 연관성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며,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마지막을로 2021년 연구에서는 왼손잡이가 언어적으로 유창할 가능성이 높고, 얼굴과 신체적 특징을 인식하고 기억하는 능력이 뛰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을 보고한 바 있다.

뇌 관련 영역에서는 의미 있는 결론 기대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주로 쓰는 손에 따라 건강상 차이가 있는가’에 대한 내용은 여전히 확정되지 않는 주제가 대부분이다. 뇌과학, 유전학 등 과학적인 사실을 기반으로 접근한 것은 맞지만,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까지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고 봐야 한다.

개인적인 의견을 보태자면, 연구가 계속 되더라도 어느 쪽 손을 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수명이나 전체적인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로 쓰는 손은 결국 뇌와 연결되는 부분인 만큼, 뇌에 관련된 주제에서는 향후 어떤 식으로든 분명한 사실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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