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샀다②] SK 적자라던 인텔 낸드 인수…"AI가 판을 바꿨다"
"승자의 저주" 비판 뒤집었다…AI 시대 핵심 자산 된 솔리다임
솔리다임, 지난해 순이익 1.4조…매출도 2년 새 3배 성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출처=연합]](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13/552778-MxRVZOo/20260513100307352qtow.jpg)
![SK하이닉스가 '인텔 AI 서밋 Seoul 2025'에 참가한 모습. [출처=SK하이닉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13/552778-MxRVZOo/20260513100308659ddqv.jpg)
◆10조원 빅딜 후 '4조 적자'…챗GPT 등장 후 시장 판도 급변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현 솔리다임) 인수가 한국 기업 인수합병(M&A) 역사상 가장 극적인 반전 사례로 재조명받고 있다. 한때 수조원대 적자를 내며 '승자의 저주' 논란에 휩싸였지만, 인공지능(AI) 시대 개막과 함께 글로벌 AI 메모리 시장 판도를 바꾼 핵심 승부수로 떠올랐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2020년 10월 인텔의 낸드 및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 부문을 총 88억440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10조 원 이상)에 인수하는 초대형 빅딜을 발표했다. 이는 국내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당시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D램과 달리 낸드 시장은 경쟁 강도가 높고 수익 변동성이 심한 구조였기 때문이다. 특히 인수 가격 자체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그러나 SK하이닉스의 목적은 뚜렷했다.
특히 기업용 SSD(eSSD) 시장의 핵심인 '컨트롤러' 기술력 확보가 절실했다. SK하이닉스의 제품이 '차지 트랩 플래시(CTF)' 방식이라면 인텔은 데이터센터용 고용량 저장장치에 유리한 '플로팅 게이트(FG)' 기술과 독보적인 컨트롤러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SK하이닉스 경기도 이천 캠퍼스 [출처=연합]](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13/552778-MxRVZOo/20260513100309938lupt.jpg)
◆GPU·HBM 이어 eSSD 부상…AI 데이터센터가 키운 QLC 수요
반전은 AI가 만들었다. 챗GPT 등장 이후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에 뛰어들면서 시장 흐름 자체가 바뀌기 시작했다. 기존 AI 반도체 시장에서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핵심으로 꼽혔지만 AI 모델 규모가 커질수록 데이터를 저장하고 빠르게 불러오는 고성능 스토리지 중요성도 함께 커졌다.
이 과정에서 솔리다임 경쟁력이 재조명됐다. 솔리다임은 셀 하나에 4비트를 저장하는 쿼드러플레벨셀(QLC) 기반 초고용량 eSSD 분야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AI 데이터센터에서 저장 용량과 전력 효율성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 QLC 기반 SSD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인텔로부터 넘겨받은 중국 다롄 공장은 AI 서버용 낸드 핵심 생산기지로 급부상했다. 업계에서는 "없어서 못 파는 수준"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AI가 솔리다임 운명을 완전히 바꿔놓은 셈이다.
실적도 뒤집혔다. 솔리다임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1조3915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매출도 지난 2023년 3조원대에서 지난해 9조1750억원으로 2년 새 3배 가까이 뛰었다. HBM과 함께 eSSD 등 AI향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가 폭발적 수익성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321단 QLC 낸드플래시 기반 SSD 제품인 'PQC21' [출처=SK하이닉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13/552778-MxRVZOo/20260513100311233myhg.jpg)
◆세계 최초 321단 QLC 양산…SK하이닉스, AI 스토리지 초격차
이 같은 성공의 이면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기적인 안목과 뚝심이 자리 잡고 있다. 2012년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적자 기업이던 하이닉스를 전격 인수했던 최 회장은 D램에 치중된 사업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수조원대 M&A를 감행했다. 컨트롤러 기술력이 부족했던 SK의 약점을 인텔 인수를 통해 단숨에 극복하겠다는 승부수가 적중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원팀' 체제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인텔과의 2차 딜 클로징을 마무리하면서 낸드 설계 자산(IP)과 연구개발 인력, 다롄 공장 운영권까지 완전히 넘겨받았다.
인텔 출신의 지단 우 부사장을 선임해 다롄 공장 총괄을 맡기고 본사 차원의 통합 경영을 강화했다. 기술적으로도 세계 최초 321단 QLC 낸드플래시 양산에 돌입하면서 기술 초격차에 나서고 있다. 미국 현지에 'AI 컴퍼니'를 설립하고 약 100억 달러를 투입해 미래 AI 기술 선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 송창석 낸드마케팅 담당은 최근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AI 모델이 고도화될수록 'KV 캐시'로 불리는 중간 데이터 처리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이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글로벌 고객사들이 고성능·고용량 eSSD 도입을 확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 세계 최초로 321단 QLC 낸드를 개발해 고객 인증까지 완료했다"며 "앞으로도 KV 캐시 증가에 따른 AI 데이터센터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고용량 중심 제품 포트폴리오를 지속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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