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때리고 기소된 빙그레 3세 사장, '징계 절차' 따윈 없었다

강서구 기자 2024. 9. 2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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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오너 왕국 빙그레의 민낯
제품 가격 인상으로 실적 고공행진
빙그레 배당 절반 오너 일가가 챙겨 
자녀 회사 일감 몰아주기 논란 여전
최근 재벌 3세 갑질 파문까지 터져
빙그레 3세 사장 술 취해 경찰 폭행
빙그레가 안고 있는 문제가 적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사진=뉴시스]

# 돈방석에 앉는 오너, '오너 3세'가 운집한 계열사를 통한 부富의 대물림, 일감 몰아주기 논란과 재벌 3세 사장의 경찰관 폭행 논란…. 이렇게 많은 논란에 휘말려 있는데도, 이 회사가 여론의 질타를 받지 않은 이유는 오로지 실적과 주가에 있다.

# 이 회사는 지난해 원자잿값 상승을 명분으로 가격까지 끌어올려 실적을 더 키웠고, 주가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의 주가 부양책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실적과 주가만으로 기업의 가치를 논하는 시대는 갔다. ESG 경영은 시대의 화두다.

# 과연 이 회사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을까 아니면 구태를 거듭하고 있을까. 더스쿠프가 빙그레, 그 이면의 이야기를 한번 더 해봤다.

빙그레는 8월 폐막한 파리올림픽 이후 '의문의 1승'을 올렸다. 때마침 '바나나 먹방'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삐약이 신유빈 선수(탁구 국가대표)를 광고모델로 기용하면서다. 신유빈 선수가 등장한 바나나맛 우유 광고는 빙그레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만 열흘 만에 475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평소에 기부 등 선행을 많이 하는 신유빈 선수의 이미지가 빙그레의 브랜드 가치에도 영향을 미쳤을 게 분명하다.

실적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빙그레는 지난해 영업이익 1122억원, 당기순이익 862억원을 기록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4배, 3.3배 급증한 수치다. 빙그레의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넘어선 건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실적 증가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 빙그레의 영업이익은 659억원으로 지난해의 589억원보다 11.8% 늘어났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463억원에서 546억원으로 17.9% 증가했다.

지난 6월 빙그레의 주가가 사상 최고가인 11만2100원을 찍은 것도 가파른 실적 증가세 덕분이었다. 하지만 빙그레의 시장 내 평판은 실적이나 이미지만큼 좋지 않다. 오너 일가에 편중된 배당 이슈, 툭하면 튀어나오는 일감 몰아주기 논란, 후계구도 문제, 재벌3세 갑질 파문 등 논란거리가 한두개가 아니다. 빙그레의 '웃는 얼굴' 뒤에 숨은 민낯을 하나씩 살펴보자. 그 첫번째 배당 논란이다.

■ 논란➊ 배당 =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지난해 빙그레는 주당 2600원의 현금배당을 했다. 2022년 1500원에서 73.3% 키웠다. 주주 입장에선 '즐거운 비명'을 질렀을 법하지만 그렇지 않다. 배당 확대의 수혜를 가장 많이 입은 건 다름 아닌 김호연 빙그레 회장과 그의 삼남매였다. 지난해 기준 김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빙그레 주식 수는 362만527주(36.75%). 주당 2600원을 기준으로 삼으면 90억원을 훌쩍 넘는 돈을 배당 수익으로 챙긴 셈이다.

김 회장의 삼남매도 물류 계열사(제때)가 보유한 지분 19만5590주(1.99%)를 통해 5억원의 배당을 받았다. 김 회장의 몫을 합하면 오너 일가가 1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챙겼다. 나머지 41.97% 소액주주가 받은 배당액 107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늘어난 실적을 발판으로 배당을 확대한 건 이상할 게 없지만, 문제는 빙그레의 최대 실적이 온전히 '경영적 성과'였느냐는 점이다. 고물가 국면에서 '가격'을 끌어올린 게 실적 증가를 견인했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빙그레는 지난해 주요 제품인 우유와 아이스크림을 직전해보다 4.6% 줄어든 29만2226톤(t) 생산했지만, 영업이익은 262억원에서 1122억원으로 4.3배가 됐다.

같은 기간 주요 제품인 바나나맛 우유와 투게더의 가격을 각각 5.8%, 40.0% 끌어올린 게 이익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빙그레 측은 "원재료 때문에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지난해 원재룟값 탓에 가격을 인상했다면 영업이익률이 꺾였어야 한다.

하지만 빙그레의 영업이익률은 2022년 3.11%에서 2023년 8.05%로 되레 올랐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11.02%로 더 치솟았다. 원재룟값과 가격인상이 무관하다는 거다. 영업이익률이 2019년 5.21%에서 2021년 2.29%로 떨어진 것도 원재료 가격 때문이 아니었다. 2022년 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가격담합 혐의를 물어 빙그레에 38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결과였다.

■ 논란➋ 일감 몰아주기 = 빙그레의 또다른 논란거리는 일감 몰아주기다. 그 복판에는 물류업체 '제때'가 있다. 제때의 모태는 빙그레의 계열사였던 정보처리시스템 업체 '키스크'다.

2000년 9월 빙그레가 보유지분을 전량 처분하면서 계열사에서 빼버린 키스크는 그해 12월 '선일물류'와 합병을 통해 물류사업에 진출했다. 인수·합병(M&A) 후 케이엔엘물류로 이름을 바꾼 이 회사는 빙그레의 물류 운송을 맡으면서 몸집을 키웠고, 2007년 다시 빙그레의 계열사로 편입했다. 제때로 사명을 변경한 건 2016년이다.

빙그레는 2022년 가격답합 협의로 38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사진=연합뉴스] 

이런 '제때'는 빙그레식 '재산 대물림'의 본체다. 최대주주(33.4%)는 김호연 회장의 장남이자 올해 3월 빙그레 사장으로 승진한 김○○씨다. 장녀는 33.33%, 차남은 33.3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오너의 자녀가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를 물류업체로 쓰고 있다는 건데, 한국 재벌의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 형태다.

제때의 성장 배경에도 빙그레가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7년 제때의 매출액 324억원 중 89.3%(289억원)가 빙그레에서 나왔다. 이후 빙그레와의 내부거래 비중은 줄었지만 금액은 갈수록 늘어났다.

2013년 311억원이었던 빙그레향向 매출액은 지난해 820억원으로 2.6배가 됐다. 2020년 이후 빙그레의 실적이 둔화할 때도 제때의 빙그레향向 매출은 2020년 589억원, 2021년 676억원, 2022년 761억원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이렇게 제때가 몸집을 키우면서 '빙그레 삼남매'가 받아가는 배당금도 크게 증가했다. 2013년 2억7000만원에 불과했던 제때의 배당금은 지난해 28억5000만원으로 늘었다. 10년간 삼남매가 챙긴 배당금은 139억6000만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빙그레가 제때를 밀어주는 방식으로 경영권 승계 작업을 꾀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 논란➋ 재벌3세 갑질 파문 = 물론 '금수저' 중엔 기업의 경영을 맡을 만한 자질을 갖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밑바닥부터 경영수업을 받아가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재벌 2·3세도 있긴 하다. 문제는 '빙그레 삼남매' 중 경영을 맡은 장남 김 사장에게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느냐다.

지난 8월 김 사장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그 이유가 충격적이다.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운 것도 모자라 주민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을 수차례 폭행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올해 3월 사장으로 승진했는데, 경찰관 폭행사건이 터진 건 지난 6월이다.

더 큰 문제는 사건 이후 김 사장과 빙그레의 태도다. 둘은 두달간 쉬쉬하다가 김 사장이 재판에 넘겨졌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에야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입장문만 내놨다. 빙그레 역시 인사위원회 소집 등 어떤 징계 절차도 진행하지 않았다.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이자 윤리강령 위반이다.

빙그레 윤리강령 19조(법규의 준수) 1항을 보자. "사회활동을 하는 모든 국가나 지역의 관련 법규와 도덕을 준수하며, 문화와 관습 그 외 사회적 가치관을 존중한다."

윤리강령 제8장 23조 4항엔 임직원의 책임도 명시돼 있다. "임직원은 높은 윤리적 가치관을 가지고 회사의 명예와 개인의 품위를 유지해야 하며, 건전한 사회생활을 지향한다." 윤리강령을 가장 잘 지켜야 할 사장이자 오너 일가가 윤리강령을 위반했는데도, 회사는 '불구경'만 하고 있다는 거다. 빙그레 관계자는 "김 사장의 폭행 논란에는 해줄 수 있는 얘기기 없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재벌 3세의 갑질 논란이 반복되지만 시간이 흐르면 유야무야 잊히는 게 현실"이라며 "경영 능력과 상관없는 부의 불법·편법적 승계가 사회적으로 비판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과연 빙그레는 이번 사안을 흐지부지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재벌 3세가 아닌 일반직원이 비슷한 논란을 일으켰어도 지금처럼 행동할까. 돈방석에 앉은 오너 일가, 일감 몰아주기 논란, 여기에 재벌 3세 폭행 혐의까지…. 이런 빙그레는 표면적으로 ESG 경영을 선포하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과연 그들의 ESG 경영의 요체는 뭘까. 오너 일가가 답해야 할 차례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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