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에 이어 슬로바키아도 "독일전차 대신 K2 도입 계획"

지난 2월 바르샤바에서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악-카미시 국방장관과 로베르트 칼리니악 슬로바키아 국방장관이 회담 의향서에 서명하고 있다.

동유럽에서 한국산 K2 전차의 인기가 폴란드를 넘어 슬로바키아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슬로바키아 국방부는 지난달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중부·동부 유럽 미래 장갑차 콘퍼런스'에서 신형 전차 104대 도입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군사력 증강을 넘어서 동유럽 안보 체계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하는 중요한 결정이죠.

슬로바키아는 북쪽으로 폴란드, 동쪽으로는 우크라이나와 접하고 있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안보 위협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슬로바키아가 기존의 독일제 레오파르트 대신 한국산 K2 전차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현상입니다.

폴란드의 성공 사례가 인접국에게도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 같습니다.

소련제 T-72에서 첨단 K2로, 시대적 전환점


슬로바키아 국방부는 기존에 보유한 전차 T-72M1의 성능을 개선하는 계획을 검토했으나, 2030년 T-72M1을 퇴역시키고 신형 전차를 운용하기로 선회했습니다.

이는 냉전 시대의 유물에서 21세기 첨단 무기 체계로의 완전한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합니다.

T-72M1 전차

현재 슬로바키아가 운용 중인 T-72M1은 1980년대 구소련에서 개발된 전차로, 현대 전장에서는 심각한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제 전차들의 취약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슬로바키아도 더 이상 구식 장비로는 안보를 담보할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폴란드 생산 K2PL에 눈독, 현실적 선택


가장 주목할 점은 슬로바키아가 폴란드에서 생산하는 K2PL 전차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의향서에는 현대로템의 K2 폴란드형 전차(K2PL)에 대한 협력이 포함돼 있습니다.

폴란드에서 생산하는 현대로템의 K2 전차(K2PL)를 슬로바키아가 확보할 계획입니다.

이는 매우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슬로바키아 입장에서는 멀리 한국에서 들여오는 것보다 바로 옆 폴란드에서 생산되는 K2PL을 도입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거든요.

물류비용 절약은 물론 유지보수와 후속 지원에서도 훨씬 효율적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슬로바키아는 폴란드와 인접국이어서 폴란드를 생산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후속 군수지원, 현지 생산 등 장비에 대한 지속적인 유지 측면에서 독일이나 미국에 비해 K2 전차가 강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방예산 증액으로 뒷받침되는 야심찬 계획


슬로바키아의 K2 도입 계획은 충분한 재정적 뒷받침을 갖고 있습니다.

슬로바키아의 국방예산은 2020년 국내총생산(GDP)의 1.65% 수준에서 2021년 1.77%, 2022년 1.84%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GDP)의 방위비 집행 목표인 2%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슬로바키아에서 도입한 CV90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슬로바키아가 느끼는 위기감이 실제 예산 증액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슬로바키아는 이미 보병전투장갑차 CV90, 주자나2 자주포, 감시 레이더, 경기관총 등 다양한 무기를 새로 도입했습니다.

이번 K2 전차 도입도 이런 군 현대화 프로젝트의 연장선상에 있죠.

비셰그라드 그룹의 한국산 무기 표준화 가능성


더욱 흥미로운 것은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로 구성된 비셰그라드 그룹이 한국산 무기 체계로 표준화될 가능성입니다.

만약 세 나라가 같은 전차 혹은 다른 전차더라도 부품이나 포탄 등에서 호환율이 높은 전차를 사용한다면 유사시는 물론이고 평시에도 규모의 경제를 통해 운용비 절감이나 잉여 부품 교환 등의 이득을 챙길 수 있습니다.

비셰그라드 그룹 내에서 아무래도 국가 규모로나 군 규모로나 폴란드가 제일 크며, 또한 폴란드가 비셰그라드 그룹 내에서 물량 역할을 맡은 바 있기 때문에,

체코나 슬로바키아 또한 웬만하면 이전과 같이 폴란드와 호환이 가능한 군수체계를 도입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단순한 무기 도입을 넘어서 동유럽 군사 동맹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죠.

FA-50까지 패키지 딜, 한국 방산의 완전 정착


슬로바키아는 K2 전차뿐만 아니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FA-50 경공격기 도입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슬로바키아는 2035년까지 진행하는 자국의 '군 현대화 프로젝트' 일환으로 노후된 고등훈련기 L-39를 교체하기 위해 KAI의 FA-50 경공격기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FA-50

이는 한국 방산업계에게는 완전한 패키지 딜 성사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전차와 전투기를 동시에 수주할 수 있다면 한국 방산의 유럽 진출이 한층 더 탄탄해질 것입니다.

지난해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가 17년 만에 방한한 후 양국은 국방 협력 양해각서(MOU)를 교환했으며, 현재 한국과 슬로바키아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한 상황입니다.

동유럽 방산 허브로 도약하는 폴란드의 전략적 이익


슬로바키아의 K2PL 도입은 폴란드에게도 상당한 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폴란드는 이런 기회를 통해 차세대 장갑차량의 생산, 정비, 수출을 담당하는 지역 거점으로 자리매하려 하고 있으며, 한국과의 기술 파트너십이 이런 야망의 든든한 뒷받침이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5월 슬로바키아 훈련장에서 놀라운 장면이 연출되었습니다.

폴란드가 한국산 K2 흑표 전차를 '슬로바키아 실드 25' 다국적 군사훈련에 투입한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군사 훈련을 넘어서 슬로바키아에게 K2 전차의 성능을 직접 보여주는 효과적인 마케팅이었죠.

폴란드 승무원들이 능숙하게 K2를 운용하는 모습은 슬로바키아 군 관계자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겼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슬로바키아의 K2 도입이 성사된다면, 폴란드는 명실상부한 동유럽 방산 허브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한국 기술과 폴란드 생산 능력, 그리고 동유럽 국가들의 수요가 만나는 완벽한 삼각 구조가 완성되는 셈이죠.

이는 한국 방산업계에게도 유럽 시장 진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의미 있는 변화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