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졌다 돌아온 우라늄 2.5t…리비아에선 무슨 일이?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리비아서 내전·혼란 계속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내전과 뒤이은 혼란으로 신음하고 있는 리비아에서 2.5t에 달하는 우라늄 정광(精鑛·불순물을 제거한 광석)이 사라졌다가 하루 만에 회수되는 일이 벌어졌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와 AFP, dpa통신 등에 따르면 리비아 동부를 장악하고 있는 군벌 칼리파 하프타르의 리비아국민군(LNA)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사라졌다고 전날 보고한 우라늄 정광이 하루만인 이날 원래 보관장소인 남부 사바하 인근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LNA의 언론 담당자인 칼레드 알-마흐주브 장군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발표한 온라인 성명에서 우라늄 정광이 들어있는 드럼통 10개를 사바하에서 차드와의 국경 방향으로 약 5㎞ 떨어진 곳에서 회수했다고 설명했다.
알-마흐주브 장군은 성명에서 차드의 무장 정파가 드럼통 안에 무기나 탄약이 든 것으로 생각하고 가져갔다가 버린 것으로 의심된다면서 "(IAEA가) 전문가를 파견해 처리할 때까지 우라늄 정광이 든 통을 보관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AFP 통신에 "상황은 통제되고 있으며 IAEA에 (회수 사실을) 통보했다"고 말했다.
LNA는 성명과 함께 한 사람이 푸른색 드럼통을 세고 있는 모습을 담은 영상도 게시했다.
IAEA는 앞서 전날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리비아 사찰 과정에서 우라늄 정광 2.5t을 담은 보관 통 10개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IAEA는 우라늄 정광이 회수됐다는 LNA 측 주장을 확인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논란이 되는 우라늄 정광은 우라늄 광석을 잘게 부순 뒤 화학 처리해 불순물을 제거한 것으로 노란색 분말 형태여서 흔히 '옐로케이크'로 불린다.
옐로케이크 상태로는 핵무기를 만들 수 없지만 이를 농축해 우라늄 동위원소 중 U-235의 비율을 높이면 핵무기 제조에 쓰이는 고농축 우라늄이 된다.
비영리단체 '참여과학자연대'(UCS)의 에드윈 라이먼 박사는 문제가 된 리비아의 우라늄 정광에는 농축 시 1세대 핵폭탄을 만들기에 충분한 U-235가 들어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라이먼 박사는 "(우라늄 정광 실종이) 직접적이거나 즉각적인 확산 위협은 아니지만 천연 우라늄이 대량으로 사라진 것은 핵무기에 사용되는 물질로의 전환 가능성 때문에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이번 사건으로 분쟁국에 있는 핵물질 관련 정보를 파악하는 IAEA의 능력에 의문이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IAEA는 당초 지난해 말 리비아 현지 사찰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현지 치안 상황 악화로 이를 올해로 미뤘다.
리비아는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혁명 여파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무장세력이 난립하면서 장기간 내전이 이어지는 등 무정부 상태가 됐다.
유전지대가 많은 동부를 장악한 LNA와 유엔의 인정하에 수도 트리폴리를 통치하는 리비아 통합정부(GNA) 간 내전으로 민간인 등 1천여 명이 희생됐다.
LNA의 수도 트리폴리 장악이 실패로 돌아간 뒤 양측은 2020년 10월 유엔의 중재로 휴전 협정에 서명했고 이어 선거 일정에도 합의했다. 하지만 양측의 갈등으로 선거는 결국 치러지지 못한 채 혼란만 이어지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문제의 우라늄 정광이 있던 리비아 남부 지역의 경우 양 정부 중 어느 쪽도 통제하지 못하는 지역이라고 전했다.
우라늄은 카다피 정권 시절에 리비아로 수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dpa 통신은 카다피 정권 때인 1970∼1980년대에 2천t 이상의 우라늄 정광이 인접한 니제르로부터 수입됐다고 전했다.
당시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던 리비아는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다 국제사회의 제제로 2003년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IAEA 사찰을 받아왔다.
하지만 '아랍의 봄' 봉기 때 사바하 지역의 사막 오아시스에서 옐로케이크 저장 장소가 발견됐다. 2011년 당시 현장을 방문한 IAEA는 보관 조건이 열악하고 보안이 취약해 옐로케이크 보관 통을 팔거나 옮기라고 권고했다고 AFP는 전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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