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분쟁의 중심에 서 있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최근 드러난 군사 전략으로 전 세계 안보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들이 레바논 남부에 구축한 지하 터널망은 총 길이가 무려 160km에 달하며, 그 기술적 기반에는 ‘북한의 땅굴 기술’이 있었다. 단순한 은신처나 보급로가 아니라, 전면전을 염두에 둔 대규모 공격형 구조물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부각되고 있다.

북한 땅굴 기술의 수출? 이란-북한-헤즈볼라의 연결고리
헤즈볼라의 땅굴 전략은 1980년대부터 시작된 이란과 북한의 군사 협력이 뿌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한국전쟁 이후 남한 침공을 위해 비무장지대 아래로 뚫은 북한의 남침 땅굴에서 전술적 영감을 얻었다.
특히 북한이 뚫은 제3땅굴과 같은 남침용 공격형 땅굴은, 병력 수만 명과 장비를 단시간에 투입할 수 있는 구조로서, 지하 군사작전의 전형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이란은 이러한 전략을 헤즈볼라에 전수했으며, 결국 레바논 전역에 대규모 지하 네트워크가 구축되기에 이르렀다.

두 가지 유형의 터널…공격과 방어 모두 갖춘 구조
이스라엘 싱크탱크 ‘알마 교육연구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헤즈볼라의 지하터널은 ‘오펜시브 터널’과 ‘인프라 터널’로 구분된다. 오펜시브 터널은 군사 작전을 위한 전술적 터널로, 실제로 이스라엘 영토로 연결된 터널들이 2018년 북부 방패 작전 당시 발견되었다.
이 터널은 오토바이나 ATV 같은 소형 차량이 드나들 수 있고, 내부에는 지휘통제소와 무기고, 미사일 발사 수직통로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반면 인프라 터널은 레바논 남부의 마을과 군 기지를 연결해 이스라엘 침공에 대비한 방어선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구조는 사실상 ‘지하 도시’에 가까운 수준이다.

160km 메트로망, 숨겨진 전쟁터
전체 길이 160km에 달하는 이 터널망은 단순히 직선형의 한 줄이 아니라, 베이루트에서 시리아 국경 인근까지 이어지는 복잡한 수송로이자 은폐된 무기 기지 역할을 한다.
이스라엘은 이 네트워크를 ‘지하의 메트로’라 지칭하며, 이는 하마스의 가자지구 터널보다 훨씬 크고 정교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상에서는 전혀 식별이 불가능하며, 내부는 완전한 전시 작전 수행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레바논 정부는 왜 막지 못했나
이 같은 터널망이 어떻게 레바논 정부의 제지 없이 수십 년간 구축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헤즈볼라가 레바논 인구의 약 40~50%의 지지를 받고 있고, 레바논 정부와 군, 경찰 조직에까지 깊게 침투해 있다고 분석한다.
유엔 레바논 평화유지군(UNIFIL)도 주둔하고 있으나 실질적 통제력은 없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군대 내 시아파 구성원이 많고, 그들 중 다수는 헤즈볼라와 개인적 연계가 있어 정부 차원의 저지 시도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스라엘 안보에 치명적 위협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헤즈볼라의 터널망은 단순한 방어용이 아닌, 명백한 공격 전력이다. 야코브 아미드로르 전 이스라엘군 소장은 “헤즈볼라는 지금 이스라엘 안보에 있어 최대의 위협”이라고 평가하며, “레바논 정부는 이미 헤즈볼라의 통제 하에 있으며, 실질적인 권력은 무장정파에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언젠가 이 터널망과 맞붙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날이 올 경우 민간인 피해는 막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란-헤즈볼라… 지하 전략의 국제적 확산
이 사건은 단지 중동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북한이 설계하고, 이란이 지원하며, 헤즈볼라가 실행에 옮긴 이 ‘지하 전쟁 전략’은 이제 다른 지역의 무장세력에도 확산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한다.
북한의 땅굴 기술은 남한 내에서도 이미 수차례 실존 사례로 증명되었으며, 이러한 기술이 전 세계 분쟁 지역으로 흘러들어갈 경우, 지상 전투 중심의 기존 군사전략은 심각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더구나 첨단 무기와 연계된 지하 작전이 현실화될 경우, 전통적 방어체계로는 대응하기 어렵다.

헤즈볼라, 지하에서 전쟁을 준비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헤즈볼라는 지하에서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이 은폐된 공간에서 미사일을 쏘고, 병력을 이동시키며, 재보급까지 전개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지금, 단순한 ‘무장정파’ 수준이 아닌 실질적인 군사 세력으로 진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창안한 전략이 중동에 깊숙이 이식된 현실, 이 지하 전쟁은 더 이상 이스라엘만의 문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