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행하는 대한민국 환경정책, “빗물털이기보다 비닐 커버가 더 저렴”
일회용품 사용 규제 완화로
우산 비닐커버 사용 증가세
중소형 매장 규제 사각지대
상위법 없어 지자체도 난색
“매장 내부 바닥 위생과 비용 때문에 우산 비닐 커버를 쓰는 건데 사회적으로 보면 결국 마이너스 아닌가요.”
정부의 일회용품 사용 규제 완화로 일회용 우산 비닐 커버 사용이 다시 만연하고 있다. 특히 최근 많은 비가 국소적으로 쏟아지는 도깨비 호우 현상이 잦아지면서 매장 서비스 차원에서 제공하는 쇼핑백, 우산 비닐 커버 사용이 늘어 환경 보호 정책뿐만 아니라 ESG 경영을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3일 오후 7시께 울산 남구 무거동 대학가 일원의 한 생활용품 판매점. 매장 앞에는 이미 사용한 우산 비닐 커버가 무더기로 쌓여 있다. 우산 비닐 커버를 사용하지 않고 매장에 입장하면 직원이 비닐 커버 사용을 안내하기도 했다. 이 매장에서만 수십 분 동안 수백 명의 사람들이 드나들며 많은 일회용 쓰레기를 만들어냈다. 우산 비닐 커버를 사용하는 다른 매장 역시 비슷한 모습이다.
김모(22·남구)씨는 “빗물은 그냥 털고 우산꽂이에 꽂아 둘 수 있지만, 분실 위험 때문에라도 매장에 갖고 들어간다”며 “비가 올 때마다 매장 앞에는 일회용 우산 비닐 커버가 산더미처럼 쌓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편리함 때문에 사용하지만, 환경을 생각하면 죄를 짓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2022년 정부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3000㎡ 이상의 대형마트나 복합쇼핑몰 등 대형 매장에서 우산 비닐 커버 사용을 금지했다.
1년 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규제가 본격화될 예정이었지만 돌연 완화 방침으로 돌아서면서 계도 기간이 무기한 연기됐다.
게다가 규제 대상에서 중소형 매장은 제외돼 우산 비닐 커버가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등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상인들은 빗물털이기 및 내부 천 구입 비용 등으로 일회용 우산 비닐 커버 대신 빗물털이기 사용을 꺼리는 실정이다. 인터넷에서 구입시 빗물털이기는 30만원 이상인 반면 우산 비닐 커버는 장당 10여 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 빗물털이기 이용 횟수가 많을수록 빗물 제거 효과 떨어지고, 잘 말리지 않을 시 냄새가 나는 등 이용이 불편하다는 단점도 있다.
울산시 역시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규제 완화뿐만 아니라 상위법이 제정되지 않아 빗물털이기 구입 비용 같은 재정적 지원에는 난색을 표한다.
울산시 관계자는 “대기업의 경우 ESG 실적 같은 것들을 충족하기 위해 규제를 잘 지키는 편”이라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현실적 어려움 등의 이유로 환경 규제가 완화된 면이 있다. 중앙 정부의 방침에 따라 공공기관만이라도 일회용 비닐 커버 사용을 금지하고 빗물털이기 사용을 제대로 정착시킨다는 기조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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