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싫다”던 ‘소년범’ 대학 4곳 합격…담장 안에 피어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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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과 빈곤, 반복된 비행으로 소년원에 수용됐던 한 소년이 10개의 자격증을 취득하고, 대학 4곳에서 합격 통지서를 받은 채 세상으로 한 발 내디뎠다.
김행석 전주소년원장은 "최근 사회적 이슈를 통해 소년원 출신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이 얼마나 가혹한지를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과오 이후의 삶"이라며 "김군 사례는 우리 사회가 소년범들에게 '영원한 낙인' 대신 '회복의 기회'를 주었을 때 어떤 긍정적 변화가 일어나는지 보여주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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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자격증 취득·대학 합격

가정폭력과 빈곤, 반복된 비행으로 소년원에 수용됐던 한 소년이 10개의 자격증을 취득하고, 대학 4곳에서 합격 통지서를 받은 채 세상으로 한 발 내디뎠다. 전북 전주시의 송천중고등학교. 전주소년원이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사회와 한발 떨어진 담장 안에서 쓰인 이야기다.
전주소년원은 31일 임시퇴원한 김아무개(18)군 이야기를 공개하며 ‘낙인’이 아닌 ‘회복’이 만들어 낸 변화 사례를 소개했다. 한겨레는 이날 소년원에서 나온 김군과 전화통화를 통해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김군은 2025년 1월 무면허 오토바이 운전 등으로 전주소년원에 수용됐다. 이미 다른 소년원에서 수용된 경험이 있는 상태였다.
김군의 성장 배경은 보호보다 생존에 가까웠다는 게 전주소년원 설명이다. 교도소를 오가던 아버지에게 유아기부터 반복된 가정 폭력과 가정해체는 그의 일상이었다. 부모 이혼 후에는 장애를 가진 어머니와 함께 불안정한 성장기를 보냈다. 중학생 시절에는 인터넷 사기나 도박, 반복적인 가출 등 일탈이 계속됐고, 그 과정에 김군을 지켜줄 보호자는 없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과 어울렸고, 술과 담배, 범죄까지 이어지게 됐습니다.”
소년원 입원 초기 김군은 세상보다 자신에게 더 냉혹했다고 한다. 김군은 “처음에는 감정적인 면이 컸고, 화가 나면 참지 못하는 폭력적인 면이 많았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소년원 직원과 눈도 맞추지 않았고, 반항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작은 자극에도 날카롭게 반응했다.
“어차피 나가도 달라질 게 없잖아요. 저를 이곳에 보낸 판사님이 미웠고, 사회가 싫었어요.”
그러다 조금씩 마음에 변화가 일었다. 소년원에서는 의료기관과 연계한 약물치료와 규칙적인 생활 관리, 운동·식단 조절을 진행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고, 인생의 방향성을 알려준 선생님들이 있었다.
“선생님께 처음으로 ‘잘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도 뭔가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년원에서 평소 제가 행동했던 것들과 다르게 이성적으로 판단하면서 옳게 행동하는 것을 배운 게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해요.”
김군은 선생님들의 칭찬과 인정에 힘입어 수업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코딩 자격증을 시작으로 바리스타, 그래픽, 한국사, 한자 등 총 10개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입원 초기 10점대에 불과했던 학과 성적은 90점대까지 올랐고, 성실한 생활 태도로 모범상도 받았다. 이런 노력은 대학 4곳 수시 합격이라는 기적으로 이끌었다.

“소년원에서 나가면 바로 군대에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선생님들과 이야기하면서 대학을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해 배우고 또 미래에는 다른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어요.”
김군의 꿈은 요리사다. 그의 소망은, 자신을 외면했던 사회를 향해 원망 대신 온기를 돌려주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그는 “안선규 선생님, 임춘덕 선생님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면서 “선생님들께서 도와주신 덕분에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도 생기고, 제가 저 자신을 알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행석 전주소년원장은 “최근 사회적 이슈를 통해 소년원 출신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이 얼마나 가혹한지를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과오 이후의 삶”이라며 “김군 사례는 우리 사회가 소년범들에게 ‘영원한 낙인’ 대신 ‘회복의 기회’를 주었을 때 어떤 긍정적 변화가 일어나는지 보여주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천경석 기자 1000pr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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