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의 무리수...'HMM 인수' 명분·의지는 그럴듯 하지만 문제는 '돈'

[재무제표 읽기] 새우가 고래를 삼키려면

2025년 말, 동원그룹의 HMM 인수 재도전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재무제표를 펼쳐보면 결론은 분명하다. 동원의 단독 인수는 2023년보다 더 어려워졌고, 재무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자칫 승자의 저주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숫자의 문제다.

2025.12.5 동원산업 공시. / DART

동원그룹은 사업 지주사인 동원산업을 중심으로 주요 계열사가 수산, 식품가공, 물류, 포장 등으로 수직 계열화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김남정 회장(53.74%), 창업주 김재철 명예회장(19.29%)의 합산 지분율이 70%를 넘어 지배력이 매우 확고하다. 2023년 1차 HMM 인수 때부터 동원그룹의 명분은 종합 물류 벨류체인의 완성이었다. 육상+항만+해상으로 그룹의 숙원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필자는 당시나 지금도 ‘새우가 고래를 삼키려 든다’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자금력이다. 지주사인 동원산업의 연결 기준 재무제표를 보면 그룹의 전체 재무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2025년 3분기 말 기준 동원산업의 현금성 자산은 약 4934억원, 단기금융예치금을 모두 합쳐도 가용할 수 있는 유동성은 약 7361억 원 수준이다.

동원그룹 소유 지분도.

반면 HMM 예상 인수가는 산업은행 지분 35.42%만 계산해도 최대 8조원(경영권 프리미엄 포함)이 거론된다. 인수가의 10%에도 못 미치는 현금으로 조 단위 인수에 나서야 하는 구조다.

연결 부채비율이 120.96%로 추가 차입 여력이 존재하지만, 이자비용 부담으로 재무 건전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1차 인수전 때 승자인 하림이 FI(재무적 투자자) 관련 문제로 최종적으로 인수를 포기한 것도 고려사항이다.

게다가 이번은 경쟁 환경이 2023년보다 가혹하다. 2023년에는 자금력 부족이라는 약점이 같았기에 경쟁 구도가 단순했다. 그런데 2025년 이번 2차 인수전은 현금 동원력 7조 원을 가진 포스코그룹이 유력 경쟁자로 부상했다.

설상가상 강화된 규제 환경으로 인해, 과거처럼 계열사 합병, 구조 재편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HMM 컨테이너선. / HMM

2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HMM의 덩치가 부담이다. HMM 최근 시가총액은 19조3000억원에 달한다. HMM 영구채 전환으로 매각 대상 지분의 물리적 규모가 확대됐고, 주가도 상승했다. 일각에서는 채권단 보유 지분 가치가 13조원 중반에 달한다는 추산도 있다.

동원산업 3분기 분기보고서. / DART

2025년 3분기 기준 HMM 자산총계는 31조9816억원으로 동원산업의 네 배를 웃돈다. 현금성 자산 9123억원, 기타유동금융자산 12조4677억 원을 합치면 즉시 가용 유동성만 13조원이 넘는다.

피인수 기업이 인수 희망 기업보다 훨씬 많은 현금을 보유한 기형적 구조다. 동원그룹 자금조달 시나리오에는 우량 자산 및 계열사 매각, 미국 자회사의 기업공개(IPO) 등이 있으나 짧은 시간에 가능한 과정이 아니다.

그렇기에 다시 한번 꼼꼼히 짚어야 할 전례가 하림그룹의 실패다. 하림은 FI와 컨소시엄을 통해 자금 문제를 해결했지만, 인수 이후 경영권 행사와 투자 회수 조건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졌다. FI는 배당 확대와 조속한 EXIT(출구)를 위해 지분 매각을 요구했다. 이는 시간이 필요한 장기적 해운 투자와 충돌을 일으켰다. 결과적으로 ‘경영은 산업자본이, 돈은 재무자본이 쥔’ 불균형 구조가 발목을 잡았다.

동원 본사. / 동원그룹

동원이라고 다를 바가 없다. FI는 필요하지만,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가 아닌 장기 보유가 가능한 연기금, 인프라 펀드, 국부펀드 성격의 투자자가 아니라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없다.

최근 해운협회가 ‘포스코 인수 반대’를 표명하며 해운업종 대기업 진출을 지적했는데 그런 차원의 이유라면 동원그룹은 더 힘들지 않나 싶다. 동원의 HMM 인수 의지는 ‘국가 물류 경쟁력 강화’라는 산업적, 국가적 명분과 닿아 있지만 명분이 강하다고 빅딜(Big-Deal)이 이뤄질 수는 없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2025년 동원의 2번째 HMM 도전이 시도된다면 결론은 가능성이 아니라 조건이 결정 지을 것이다. 지속적인 산업은행의 HMM 지분 매각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동원이 내건 명분이 HMM 인수 성공으로 이어질 만큼 크지는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