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만km 떨어진 야구장만 한 소행성 명중 '인류사에 딥 임팩트'
우주선 보내 ‘의도적 충돌’
표면의 돌과 바위 보이다
부딪친 후 전송 화면 꺼져
소행성 궤도 바뀌었는지
확인까진 수주일 걸릴 듯
소행성에 인간이 만든 우주선을 의도적으로 충돌시키는 사상 첫 시도가 성공했다. 비행 궤도가 바뀌었는지를 판단하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인류가 소행성과의 충돌 위험에서 지구를 구할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6일 오후 7시14분(한국시간 27일 오전 8시14분) 지구에서 1100만㎞ 떨어진 우주를 비행 중인 소행성 ‘디모르포스’에 인간이 만든 우주선을 충돌시켰다고 이날 발표했다. 충돌 상황은 NASA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디모르포스는 지름 160m짜리 소행성이다. 지름 780m인 또 다른 소행성 ‘디디모스’ 주변을 도는 위성이기도 하다.
NASA가 공개한 충돌 직전 상황을 보면 ‘이중 소행성 경로 변경실험(DART)’ 우주선은 디모르포스를 향해 정면으로 접근했다. 비교적 빠른 속도로 디모르포스의 크기가 커지고, 충돌 직전에는 소행성 표면의 뾰족뾰족한 돌과 바위가 선명하게 관찰된다. 충돌하고 나서는 DART 우주선이 부서지면서 화면도 같이 꺼진다.
충돌 직후 상황도 각 망원경들에 의해 공개되고 있다. 멀쩡하던 디모르포스에서 밝은 빛이 번쩍이더니 분출물이 튀어 오르는 모습이 망원경 렌즈에 포착됐다. DART 우주선이 충돌한 순간의 충격이 담긴 영상이다. 충돌 직후 상황은 DART 우주선 근처를 따르던 초소형 탐사선과 우주망원경, 지구의 지상망원경이 촬영했다.
NASA가 실행한 이번 충돌 계획의 목적은 언젠가 지구로 날아들 소행성을 방어할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는 일을 막을 가장 손쉬우면서 실행 가능한 방법은 소행성의 이동 경로, 즉 궤도를 바꾸는 것이다. 지구로 돌진하는 소행성을 산산이 부술 만한 폭발력을 만드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소행성의 비행 궤도를 슬쩍 변경해 재앙을 피하는 게 가장 낫다.
그러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이번 실험처럼 우주선을 충돌시켜 물리적인 충격을 소행성에 가하는 것이다. 얼굴로 날아드는 축구공을 손으로 툭 쳐 다른 곳으로 날려보내는 일과 비슷하다.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기 위한 물리적 충격은 굳이 클 필요도 없다. 실제로 디모르포스와 충돌한 DART 우주선의 덩치는 자동판매기 수준인데, 중량은 570㎏이다. 중량 500만t짜리 디모르포스와 초속 6.2㎞로 충돌하면서 운동 에너지를 전달했다.
일단 NASA는 이번 충돌로 인해 디모르포스가 디디모스를 중심에 두고 도는 궤도의 크기가 1% 작아지고, 공전 시간은 약 10분 단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디모르포스의 궤도와 속도에 얼마나 큰 변화가 생겼는지 확인되면 과학계는 언젠가 현실이 될 소행성 공격에서 지구와 인류를 구할 중요한 기술적인 토대를 얻게 된다. NASA는 이번 실험 결과를 분석하는 데 수주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빌 넬슨 NASA 국장은 충돌 성공 뒤 발표한 입장을 통해 “이번 실험은 지구 방어를 위한 전례 없는 성공”이라며 “인류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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